N잡러의 미술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며 가장 많이 패러디되는 작품이 모나리사이다. 현재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지만 한때 나폴레옹의 방안에 걸려 있기도 했을 만큼 역사적으로 매우 소중하게 여겨진 작품이다. 레오나르도가 끝낸 몇 안 되는 작품이자 죽을 때까지 소유했던 유일한 작품이기도 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이탈리아 사람이지만 프랑스에서 사망하였기에 그가 지니고 있던 유품 들어 프랑스에 귀속되었다고 한다.
미국에는 현재 워싱턴 디씨에 유일하게 레오나르도 작품이 있는데 매우 젊은 여성의 초상화이다. 아마 그 당시 결혼 상대를 찾는 데 사용된 프로필 사진의 역할이 아니었을까 싶다. (당시 초상화를 지닌 다는 것은 부의 상징이었다. 내가 이렇게 생겼고 이 정도의 옷과 장식품을 지녔으며 이런 작가에게 맡길 만큼 부유하다는 걸 보여 줄 수 있었으니까)
특히나 모나리사 작품 같은 경우에는 미스터리 한 부분이 많아서 작품을 더욱 유명하게 만든 이유도 있다.
모나리사는 당시 매우 부유한 프란체스코 델 조콘다의 아내 리사 제라디니라는 이야기가 가장 신빙성 있는 이야기로 전해진다. 그가 레오나르도의 아버지를 잘 알고 있어서 아들에게 초상화 하나만 그려달라고 부탁을 했기 때문에 이 작품이 세상에 나왔다는 이야기인데 사실 이것도 정확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한다.
당시 레오나르도의 모나리사를 직접 봤다는 Varsari는 그의 글에 모나리사의 눈썹이 너무 아름다웠다는 글을 남기지만 실제 레오나르도가 그린 모나리사에게는 눈썹이 없다. 게다가 당시 이탈리아에서는 재산 목록을 다 기록하게 되어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모나리사를 언제 얼마에 구입했다는 정보가 조콘다의 장부에는 없기 때문이다.
어떤 미술사 학자들은 모나리사는 지금 우리가 아는 그 모나리사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한다. 아마 이미 손실된 모나리사라는 작품을 지금 루브르에 있는 작품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일 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다른 학자들은 모나리사가 레오나르도의 엄마를 모티브로 삼아 그린 그림 일지도 모른다고 한다. 당시 메르치가의 한 명인 Magnificent Giuliano de Medici가 엄마를 잃은 아들을 위해 레오나르도에게 부탁을 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으나 그것 역시도 루브르에 있는 모나리사가 그가 부탁한 작품인지는 알 수 없다.
레오나르도는 동성 연애자였다. 그는 실제로 젊은 남자들과 섹스를 즐기다가 걸린 적도 있었지만, 그의 명성으로 인해 사형은 면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의 제자 Salai는 오랜 시간 레오나르도의 파트너로 살았는데 밀당의 고수였다고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스승의 그림을 몇 개 가지고 집을 나가 작품을 팔고 그 돈으로 먹고 놀다가 돈이 떨어지면 집에 들어왔다고 한다. 그럴 때면 돌아온 탕자를 맞듯이 Salai를 데려다가 옷을 사주고 코트를 사줬다고 하니 Salai의 버릇이 고쳐질 수가 없었을 것이다.
레오나르도는 메모 광이었다. 몇만 장에 이르는 그의 노트에는 매우 기괴한 오늘의 할 일을 적어놓곤 했는데 가령 이런 것이다. (일반 사람이라면 장보기 리스트이거나 영수증 처리 같은 것을 적었을 텐데 말이다)
밀란에서 교외까지의 거리를 계산할 것.
태양의 거리를 어떻게 계산해야 하는지 학자 xx에게 물어볼 것.
신체 비율 계산법을 의학박사 xx에게 가르쳐줄 것
도시 밀란의 모습을 그릴 것.
그런 레오나르도가 광대한 노트에 유일하게 적은 여자의 이야기는 엄마 장례식에 관한 것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미혼모였고 레오나르도는 거의 대부분의 생활을 아버지 밑에서 하게 된다. 그 바람에 어린 시절부터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랬는지 그의 메모에는 엄마의 장례식 비용이 꼼꼼히 다 적혀 있었다고 한다. 아들로서 할 수 있던 유일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모나리사가 정말 부유한 상인 그것도 섬유 사업을 하는 사업가의 아내였다면 왜 그녀는 검은 옷을 입고 있을까? 화려하고 고운 색의 옷을 입고 부와 미를 뽐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러려고 원래 초상화를 그리지 않는가? 하지만 레오나르도는 검은 옷을 입은 인자한 여자의 모습을 그렸다. 게다가 눈빛은 얼마나 따뜻한지 그녀의 눈빛과 미소는 마치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와도 같다.
레오나르도가 정말 당시 유일무이한 테크닉을 사용했는데 전문용어로 sfumato라고 한다. 안개가 낀 혹은 안개가 끼어 흐릿한이라는 뜻인데 레오나르도가 라인의 경계선을 흐리게 채색하여 라인이 형체에 스며드는 느낌을 만들어 내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모나리사의 눈꼬리와 입꼬리를 보면 그가 그린 라인이 흐릿해지며 그림자 안으로 스며드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아주 잔잔한 미소와 눈빛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미소와 따듯한 눈빛이 얼굴에 스며든듯하게 말이다.
그런 모나리사를 왜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의 포스터로 패러디했을까?
사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멘붕이 왔다.
이거 뭐지?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박쥐가 최고였다는 게 개인적인 소감이지만, 이렇게 난해하고 어렵고 모호한 영화를 보니 궁금해졌다. 주인공 서래와 해준은 사랑한다는 말도 좋아한다는 말도 섹스도 없이 서로를 맴돌도며 은유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디테일보다는 실루엣에 반응을 했다.
그 와중에 서래는 관계의 안갯속에서 디테일을 찾아낸다. 장해준이 했던 말들을 곱씹으며 그가 했던 말속에 사랑의 디테일을 찾아낸다. 그리고 그녀는 그에게 미지의 사건이 되어 평생 자신을 그리워하고 생각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자신을 구덩이에 넣어버린다.
헤어질 결심은 모나리사를 패러디하여 포스터를 만들었는데 내 눈이 간 곳은 그들의 뒷배경이다. 실제 모나리사의 뒷배경은 매우 괴상하다. 왼쪽에 산들이 병풍을 만들고 물을 담아 논 듯해 보이지만 오른쪽으로 보면 물의 높이가 산보다 높다. (모나리사의 머리 뒤로 폭포가 만들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풍경을 레오나르도는 그려 넣었다.
영화는 모나리사의 현실불가능한 풍경을 주인공의 뒷 배경으로 사용했지만 모호함을 지워 버렸다. 서래 뒤로는 바다, 해준 뒤로는 산을 그려 넣어 그 둘은 함께 할 수 없음을 알려준다. 산 같은 해준이 무너지고 바다 같은 서래는 스스로를 묻어 버린 영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둘의 관계 그리고 그 끝은 한 없이 그립기만 하다.
미스터리 한 모나리사처럼 여러 추측이 난무하게끔 만든 영화였기에 모나리사를 선택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그리고 정말 포스터 죽이게 잘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