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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파괴하는 쾌락의 끝

마약이 그런거다

by MamaZ

퀭한 눈에 깡마른 몸 어딘가 조급해 보이지만 어눌하다. 매우 부정확한 발음에 알아들을 수 없는 그의 말투 그리고 까맣게 변해 뿌리밖에 남지 않은 치아 사이에 앞니 하나만 위태롭게 달려 있었다. 하지만, 튀어나온 앞니 역시도 검게 변하고 있었다. 오랜 시간 마약을 한 이들에게서 볼 수 있는 치아상태였다. 이제 서른이 된 그는 내게 전체틀니의 가격을 문의했고 검은 입속에 툭 튀어나온 위태로운 한 개의 앞니에 자꾸만 눈이 갔다.


얼마 전에도 막 마흔을 얼마 앞둔 한 여성의 전체틀니를 해줬는데 그녀에게서 느꼈던 조급하지만 어눌하고 부정확하고 어수선함을 서른의 남자에게서도 느꼈다. 마약이 사람을 그렇게 변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다만 그녀는 그런 딸에게 틀니값을 내줄 엄마가 있었고 서른의 남자에게는 없는 것 같아 보였다.


Drug Addict, Duane Hanson (Yale University Art Gallery)


Duane Hanson의 작품을 처음 눈으로 봤던 곳은 뉴욕 Whitney 미술관에서였다. 할머니 한 분이 의자에 앉아서 편지를 읽고 있는데 그녀는 마치 내게 곧 말이라도 걸듯 생명력이 있어 보였다. 그녀의 피부, 머리카락, 옷과 속눈썹 심지어 팔에 난 털마저도 너무 생생하고 진짜 같아서 무서웠다. 너무 진짜 같아서 느껴지는 두려움 같은 것. 생명력이 없는 걸 아는데도 그게 거짓말 같아서 무서웠다. 하지만, 이내 미술작품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안심했다. 진짜가 아닌 진짜 같은 예술품의 퀄리티에 감동하면서 말이다.


그런 그가 1974년 Drug Addict 즉 마약중독이라는 타이틀로 작품을 만들었다. 길바닥에 주저앉은 젊은 남자가 주삿바늘을 잡고 있고 두 눈은 감겨있다. 그 옆에는 마약에 쓰인 도구들이 널려 있고 남자는 길바닥에 주저앉아 마약이 주는 쾌락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듯하다. 허름한 옷과 제대로 빗지 않은 머리, 대충 구겨신은 신발 하지만 너무 젊은 한 남자. 작가는 상상 속에 있을법한 누군가를 만든 게 아니라 사회 주변에서 언제든지 마주칠 수 있는 너무 흔해빠진 마약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작품을 만들었다.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닌 우리 주변 흔한 누군가의 이야기를 가지고 작품을 만들 때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진심이어야 하고 더 진짜 같아야 한다. 그래야 관객들에게 더 강력하게 다가오니까 말이다.

미국에 살면서 너무 흔해서 당연하다 싶은 이야기 중 하나는 마약에 관한 것이다. 심지어 내가 사는 동네에서 대마초를 구입한다는 건 코카콜라 한 병 사마시는 일처럼 매우 흔하고 당연한 것이 되었으니 사실 아이를 키우고 학교에서 가르치는 일을 하는 나는 더욱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 흔하고 당연한 것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무서운 영향에 관해서 조금 더 예민해져야 하는 시기에 살고 있기 지금 나는 이 글을 쓰며 내게 되묻는다.


몸과 마음과 영혼마저 파괴하는 마약의 늪에 빠진 이 한 남자의 모습에서 왜 나는 깊은 슬픔을 느끼는가?

슬픔뿐만 아니라 절망마저 느끼는 건, 이 남자에게서 미래는 보이지 않고 오직 지금 이 순간의 쾌락만 느끼기 때문이다. 내일이 없는 오늘. 오직 지금 이 순간만 붙잡고 있는 그의 모습 속에서 희망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입속에 먹물이라도 머금고 있는 것처럼 까맣게 변해버린 입 그리고 간당간당 매달려 있던 툭 튀어나온 단 한 개의 앞니. 그는 이내 지갑을 보이며 돈이 한 푼도 없다고 했다.

이제 막 서른의 남자는 돈이 없어서 전체틀니를 하지 못했다. 제대로 그 어떤 음식도 씹기조차 불가능해 보이던 그는 무엇으로 그의 괴로움을 달랠지.... 알 것 같다.


Duane Hanson의 작품은 가짜라서 다행이다.

현실에는 진짜 중독자들이 저렇게 아니 저 모습보다 더한 모습으로 살아간다.

아니 죽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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