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ea Gursky 작품이 전하는 뼈 때리는 메시지
오늘도 아마존 트럭은 우리 집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거의 대부분의 쇼핑을 아마존에 의지하고 있는 나는 소화제 한 통이 들어있는 봉투를 집어든다.
이 얼마나 편한 쇼핑인가? 침대에 누워 전화로 몇 번의 클릭으로 문 앞까지 배달이 오는 이 시대. 쇼핑은 편해지고 돈 쓸 일은 쇼핑이 편한 만큼 많아진다.
Andrea Gursky의 아마존이라는 작품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괴물같이 성장한 세계최고의 이커머스 아마존의 물류센터를 찍은 이 작품은 마치 화면을 자로 잘게 잘게 잘라낸 듯해 보인다. 세상의 형형색색 모든 물건을 모아 놓고 찍은 사진 같아 보이는 이 작품 안에, 우리의 소비 태도, 문화, 형태, 방식 모두가 집합해 있다. 쇼핑을 위해 외출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 점원 없이 나 혼자 쇼핑을 할 수 있는 시대, 손끝으로 소비가 가능한 시대, 소비의 필요를 일깨워주는 알고리즘, 지폐에서 카드로 코인으로 화폐가 급변하는 시대라는 것을 이 사진 하나로 일깨워준다. 인간 역사상 지금처럼 많은 물건이 만들어진 적도 소비된 적도 없는 이 시대상을 보여주는 이 사진에서 소비라는 것은 무엇이며 그 소비를 통해 인간이 얻는 것은 무엇인지를 묻는 것 같다.
물건을 산다는 것은 돈과 그 물건을 교환하는 것이다. 하지만 물건과 돈만 교환이 되는 것은 아니다. 소비라는 것은 감정의 교환이기도 하다. 물건을 사면서 혹은 돈을 주고 얻는 서비스를 통해 느끼는 만족감, 기쁨 같은 것이 있다. 좋은 호텔, 여행, 영화, 최신 전화기, 향 좋고 맛 좋은 커피, 향수, 고급 가죽 소재 노트, 고가의 가방 등등... 이런 것들을 통해 소비자가 얻는 감정 역시도 (대부분 매우 일시적이다) 소비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광고는 심리전이다. 이걸 소유함으로 네가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상상해 본다면 넌 이걸 구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똘똘이 스머프 열댓 놈이 모여 만들어 냈을지도 모를 내 귀의 캔디같은 캐치프레이즈는 지갑을 열게한다.
자본주위사회에 살면서, 소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매우 흥미롭게도 Andrea Gursky는 아마존 작품 이전 1999년에 시카고, 상품거래소라는 작품은 찍었다. 이 작품은 투자자들과 그들을 상대하는 증권거래소 직원들의 모습을 찍었는데 그 크기가 얼마나 거대한지 직원들과 스크린 종이쪼가리가 마치 작은 픽셀처럼 느껴진다. 이 두 작품을 양옆에 걸어둔다면 얼마나 강렬한 메시지를 전해줄까? 아마존의 물류창고와 상품거래소 두 곳을 번갈아 쳐다보며 이 세상에 동시다발로 행해지고 있는 소비와 투자가 이 세상의 경제를 돌게 한다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동시에 얼마나 더 많이를 우린 외쳐야 만족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질지도 모른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소비를 위해선 돈이 있어야 한다. 돈 없이는 소비를 할 수 없기에 사람들은 노동으로 돈을 벌고 투자로 돈의 덩치를 불리려 한다.
돈을 모아 종잣돈을 만들고 그 돈을 주식에 투자해서 눈덩이처럼 부풀려지는 복리를 경험하는 게 흔히들 말하는 주식 투자 방법이라고 존리 님이 말씀하셨다. 이것은 꽤 매력 있게 들린다. 자본주위 사회에서 내 돈을 좋은 회사에 투자하고 회사가 커감에 따라 내 투자액도 커가는 방식은 매우 합당하게 자산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다. 투자액이 많아질 수 록 회사는 더욱 좋은 물건을 만들어 낼 것이고 소비자들은 만족할 것이기에 서로 윈윈 할 수 있다.
하지만 투자와 소비에는 끝이 없다. 우리는 늘 소비할 것이 생기고(그놈의 유행은 왜 이리도 자주 바뀌는가! 왜 옷장에는 그렇게 옷이 많은데 오늘 입을 옷은 없는가) 돈을 불리고 싶어 지는 게 사람이다. (왜들 부동산에 주식에 코인에 미쳐 날뛰겠는가). 적당한 투자, 소비... 이상적이고 바람직하게만 들릴뿐 현실적이지 않다.
인류의 역사는 늘 투자와 소비가 함께 동시 진행형으로 돌아간다. 이 두 개가 함께 돌아가야 일자리가 창출되고 투자가 이뤄지고 좋은 물건이 만들어지고 소비가 이뤄진다. 소비도 투자도 절대필요 하다. 하지만, 돈으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이것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노예로 살아가기 너무 쉬운 세상이다.
살기 위해 소비 하는가?
소비하기 위해 일하는가?
Andrea Gursky의 또 다른 작품, 99센트이다. 과자 사탕 음료수 생필품이 단 돈 99센트에 파는 가게의 진열장에는 물건이 가득하다. 작품을 보면 이 가게는 필요는 없으나 소비자의 주머니에 부담을 주지 않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법한 공간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99센트 정도는 쓸 수 있지 않아요?"라고 말이다.
돈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너무나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돈은 얼마나 영악한가? 인간의 필요가 채워지면 욕구로 변해 "적당히"라는 선을 지워버린다. "적당히"는 루저에게나 주라고 진정한 성공은 "더 많이" "더 가득"을 외칠 때 가능하다고 말한다. 많아도 충분히 가지고 있어도 필요가 없어도 더 가지라고 세상이 부추긴다.
그래서 이 글을 쓰며 돈돈돈을 외치며 사는 일상에서 살짝 뒤로 물러나 묻는다.
나의 욕심과 욕망의 바늘이 향하고 있는 곳은 어디인가?
그 답을 가장 빠르게 찾을 수 있는 건 내가 가장 많은 돈과 시간을 사용하고 있는 곳에 있다. 왜냐면, 그곳에 내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 Andrea Gursky는 정말 입이 떡 벌어지게 멋진 작가다.
난 이렇게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작가들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