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don에서 만난 Ai WeiWei

N 잡러의 미술관

by MamaZ

런던에 왔다. 봄이 온 런던은 꽃이 가득하다. 낮에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저녁에는 쟈켓 하나를 필요로 하는 날씨 때문에 옷차림에 신경을 쓰게 된다. 손은 최대한 가볍게 하고 싶은데 하루종일 돌아다니다 보니 내 겉옷과 아이의 겉옷을 들고 다니며 입었다 벗었다를 여러 번 반복하게 된다.


새 술은 새 부대라고 했듯이 새로운 학기는 새로운 작품으로 강의를 채워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내게 런던은 그런 계획을 차곡차곡 따를 수 있게 해주는 거대한 예술의 도시 아닌가. 런던에 도착하기 전부터 가야 할 전시와 남편의 일 스케줄과 아이의 컨디션을 모두 따져가며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가장 먼저 가야 할 곳은 숙소에서 가까운 Ai WeiWei의 전시다.


The Design Museum에서 열리고 있는 Ai WeiWei의 개인전은 그의 최근 작품 때문에 화제를 모았는데 모네의 수련을 작은 레고 조각을 모아 새롭게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인터넷 기사로 접했던 작품의 크기와 색이 원체 화려 했기에 나 역시 그 작품을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설렘이 가득했다.



그리고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벽의 한 면을 가득 채운 플라스틱 조각들은 인상파 화가가 포착하고자 했던 빛과 색의 만남을 현대식으로 해석했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수만 개의 플라스틱 블록의 일정한 색과 모양은 한 곳에 어우러져 모네 작품의 목적, 즉 색의 하모니를 이룬다. 다만 모네는 물감을 섞어 고유의 색을 만들었다면 Ai WeiWei는 주어진 색을 조화롭게 만드는 일을 했다는 것이다.


두 작품의 작가와 시대적 배경은 매우 다르지만, 거대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쓰여야 했던 작가의 에너지와 집중력은 두 작품 모두에서 발견될 수 있다. 작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로 하는 순수한 노동력은 어떤 재료를 가지고 만들어지든 간에 그 안에 담겨있다. 이것은 마치 새로운 인연을 만나 서로를 알게 되고 친밀해지는 과정을 리코딩하는 것과도 같다. 그래서 예술가는 자신의 작품을 자식으로 연인으로 표현한다.


Ai WeiWei 레고 수련 작품을 바라보니 작가는 작은 조각이 모여 만들어내는 힘을 이야기한다. 그러고 보니 전시장 안에 있는 거의 모든 작품들은 조각들의 향연이었다. 차 주전자의 주둥이만 모아진 덩어리, 깨진 항아리 조각의 덩어리, 레고 조각의 덩어리, 여러 모양의 돌이 모아진 덩어리는 그가 말하고자 하는 조각의 힘을 형상화시켰다.



조각의 힘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어쩌면 작가가 살아온 삶의 가장 큰 가치인 "자유"를 향한 그의 마음일지도 모를 일이다. 자유를 노래했던 아버지로 인해 어린 시절을 강제 노동 수용소에서 보내야 했던 작가는 중국의 공산주의가 개인의 자유를 전혀 보장하지 못함에 분노했고 그가 만든 작품을 통해 반정치적인 메시지를 형성했다. 그것은 곧 중국에서 반정부 작가라는 인식으로 그를 매우 부정하고 배척해야 하는 위험한 예술가로 낙인찍어 버렸다. 물론 그런 정치적인 억압은 작가를 여러 나라를 떠돌게 하였다.



그래서 작가에게 작은 조각들은 개인의 의견이고 생각이며 창조적 능력이다. 작은 조각이 한 개만 있을 땐 큰 힘을 발휘할 수 없지만 조각이 모여 덩어리를 이루고 형체를 이루면 그것은 무시할 수 없는 존재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그에게 조각이란 가능성이기도 할 테다.



그의 가운데 손가락 프로젝트는 조각의 발버둥 같은 작품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장소와 건물이 지닌 정치석 사회적 책임과 기능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펼치는 것은 어쩌면 힘없는 개인이 할 수 있는 최대의 표현일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그의 개인전 장소가 좀 더 컸다면 작품을 더 깊이 느낄 수 있었을 것 같은 아쉬움이 남지만, Ai WeiWei의 작품 안에 깃든 그의 열정을 경험하기엔 충분했다. 그리고, 전시장 선물가게에서 거금 85파운드를 주고 영국 국회 의사당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편 포스터를 구입했다. 영국을 방문한 기념이기도 했지만, 작가의 생각에 나름 동의한다는 의미가 더 크다.


동의하지 않음에 펼 수 있는 그의 가운데 손가락만큼의 용기가 내 글과 생활에 반영되길 바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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