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gnare: 꿈을 꾸다
노래를 듣으며 걷다가,
문득 궁금해졌었다.
‘꿈을 꿨어요’ 는
Ho sognato 일까, sognavo일까.
그때는 공부한 과거 시제가 거기까지여서 둘 중 뭐가 맞을까 그러고 말았는데,
오늘 또다른 과거시제를 만났다.
((Passato remoto ))
질문은 과거에서 다시 떠올랐다.
Ho sognato.
Sognavo.
Sognai.
-꿈을 꿨어요.-
한국어로는 과거 시제는 하나 뿐이라
부사나 어조, 맥락에 해석을 의존하지만
(그마저도 해석을 열어두거나)
이탈리아어는 시제 선택 하나로 결정해버린다.
Ho sognato -Passato prossimo 근과거
Sognavo-Imperfetto 반과거
Sognai-Passato remoto 단순과거
이래서 이탈리아어가 좋아.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나”에 그치지 않고,
“그 과거를 지금 어디에 두고 싶은가”를
시제로 표현할 수 있다.
지금의 나와,
그 과거 사이에
얼마나 거리를 둘 것인가.
나는 꿈을 꿨지만,(Ho sognato)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를 아직 바라보고 있을까 (sognavo)
과거의 나를 놓아 버렸을까. (sognai)
물론, 이 외에도 (환장하게도) 몇 개의 과거 시제가 더 있다.
Passato remoto를 기준으로 더 이전일 때는 원대과거,
이미 끝난 상태였음을 ‘기준이 되는 과거 안에서 ’ 표시하는 대과거.
((여기까지는 가고 싶지도 않아!!! ))
이탈리아어는 왜 이렇게 동사시제를 집요하게 세분화하는 것일까.
이것은 단순히 ‘언제‘인가를 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거리‘ 혹은 ’방향‘까지 보여주는 것 같다.
이탈리아 자수를 하면서 늘 느끼는 부분이거든.
내가 어디를 보고 있는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꿈을 꿨어요’
그래서, 이제는 답을 고를 수 있을 것 같다.
그때 꾼 꿈을 어디에 두고 싶은 과거인지.
어디에서 그 과거를 바라보고 있는지.
Ho sognato
끝났지만 아직 내 안에 남아 있는 꿈.
Sognavo
그때의 내가 아직 꾸고 있는 꿈
Sognai
그건 이미 끝난 한 사람의 꿈.
나는
꿈을 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