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ire: 제 몫을 다하다
수업이 끝나면
바로 누워야지,
오늘은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누워야지.
그래놓고 매번 뭔가를 조물딱.
계산한 길이 맞는지 확인해보고 싶어서
또 바늘을 잡았다.
실을 그때그때 바로 정리하며 가는 레티첼로 작업,
그리고 돌고 돌아 다시 만나 정리할 것을 기약하며
주렁주렁 실을 달고 가는 에밀리아 아스.
젊은 시절의 레티첼로 같았던 나의 모습과,
좀 더 나이가 든 지금의 나는
점점 에밀리아 아스에 가까워진다.
나이가 들고 보니
인생이 그렇다.
간결하게 딱 떨어지기보다는,
구질구질 주렁주렁 달고 가야 하는 꼬리들이 더 많고,
그 꼬리들은
때가 되면 적절하게,
혹은 어물쩡
스미듯이 감추며 없애야 한다.
더 갈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이 남아 있음에도
멈춰야 하는 순간을 만나고
그 시기를 지나쳐 버리면
여러 개의 꼬리를 이리저리 끌고 쩔쩔매는 시간이 온다.
그 순간을 무시하고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두 개의 실만 허락된 자리에
어쩌다 네 개의 실이 자리 잡게 되었다.
몇 땀의 불편한 동행을 시작하며 후회를 했다.
그때 멈출 걸.
다시 되돌아가기엔 이미 여러 길을 지나와서
돌이키기엔 손해가 크다.
하지만 뭐 어쩌겠어.
몇 번의 경험치가 쌓여
조금은 느물느물해진
나이가 든 나는
어깨를 한 번 으쓱 하고
네 개의 실을 끌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럴 수도 있지.
실이 예상보다 많아졌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자를 수는 없으니까……
대신
좀 더 꽉 조여 매면
얼추 굵기가 비슷해질 거야.
뭐, 안 그러면 어쩔 건데?
몇 땀은 그렇게
평소보다 좀 더 타이트하게 각오를 다지고,
그 몇 땀을 겪어내고
한 개의 실은 잘라냈다.
이제 저 코너를 돌면,
또 다른 하나의 실을 숨겨서 잘라낼 것이다.
정석대로 맞게 가는 길은 아니지만,
남의 눈에 띄지 않으면
연기처럼 숨기듯 사라지면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