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생 출신인 내가, 동묘에서 이커머스 채널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주는 온라인에서 벗어나 오프라인에서 장사했다. 매장을 담당하던 사장님이 해외 출장을 갔기 때문이다.
떨리기보단 설렜다. 드디어 손님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옷을 고르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는데, 좋은 기회가 생겼다.
오늘의 에피소드는 매장을 관리하며 새롭게 느낀 점을 적어보겠다.
수제 버거집에서 일할 땐 손님이 원하는 음식을 만들어서 제공하면 됐다. 별다른 세일즈 또는 대화할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 주는 손님을 직접 상대하고 가격 협상도 했다. 그리고 손님의 취향에 맞게 옷도 추천하고 스타일링도 도와드렸다.
손님 중 한 분은 스타일링에 고마움을 느꼈고, 다음에 또 오겠다며 감사하다고 말했다. 다른 한 분은 손님 응대를 잘 한다며 압구정에 있는 자기 가게에 와서 일할 생각이 없냐고 물었다. 뜻밖이었고 감사했다.
나는 사람에게 맞는 옷을 입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나라도 더 팔려고 없는 말을 지어내기보단, 손님에게 안 맞으면 안 맞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 그런 내 철학과 진심이 손님에게 전해진 것 같다.
첫 오프라인 치곤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나름 협상도 잘했고, 어울리는 옷도 잘 팔았던 것 같다. 생각보다 세일즈에 소질이 있다.
행색이 어색한 손님이 들어왔다. 옷을 사려기보단 구경하러 온 듯한 느낌이었다. 느낌이 싸해 슬며시 물어보니 부산에서 빈티지 샵을 한다고 본인을 소개했다.
사장님을 인터뷰할 기회라고 생각하여 이것저것 마구 물어봤다. 특히 빈티지 샵 사장님들은 물건을 어디서 사입하는지 정말 궁금했다.
부산 빈티지 샵 사장님 말로는 대부분 발품을 판다고 한다. 큰 빈티지 샵도 그렇다고 한다. 온라인으로 산다기보단 직접 물건을 보고 구매한다는 것이다. 이 사장님도 물건을 직접 보고 40만 원어치 주문했다.
오프라인 영업을 해야 하나. 고민이 생겼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점은 같은 날, 온라인 도매로 100만 원어치가 팔렸다. 가게에 왔다 간 사람인지, 그냥 옷만 보고 구매한 건지 모르지만, 어쨌든 온라인만으로도 물건이 팔린다.
점점 겸손해진다. 내가 맞다고 생각한게 틀릴수도 있다. 내가 틀리다고 생각한게 맞을수도 있다. 정답은 없기에 공부하면서 다양하게 시도하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