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이전 에피소드에서 잠시 언급했던 10년차 과장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약 1년 동안 바로 옆자리에서 지켜본, 과장님의 일하는 방식과 태도에 대한 기록입니다.
과장님은 살가운 편이 아닙니다.
말투가 건조해 처음엔 다소 차갑게 느껴졌죠.
그러나 전달은 명확합니다. 일의 우선순위를 빠르게 정리하고, 결정을 내릴 때는 항상 리스크를 고려하며 가장 안전한 방안을 찾습니다. 10년 동안 같은 조직에 있다 보니 어떤 일이 생기면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는지도 곧장 파악하죠. 그래서 영업팀 관련 문의가 생기면 다른 부서에서도 가장 먼저 찾는 사람이 과장님입니다.
그런 과장님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이 회사에 최적화된 AI 챗봇’ 같습니다.
필요한 정보를 물으면 곧바로 정확한 답이 돌아오는 그런 존재 말이죠.
하지만 완벽해 보이는 모습에도 아쉬움은 있습니다.
팀 내에서 오랫동안 막내로 지내다 보니, 후배가 들어왔을 때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모르는 듯했습니다. 답답하면 직접 일을 처리하거나, 사소한 일엔 ‘알아서 하겠지’ 하고 신경을 끊어버립니다.
10년차 직장인의 피로함, 일종의 ‘귀차니즘’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또한 성향이 워낙 안정형이라 새로운 시도에는 늘 비판부터 합니다.
“그건 예전에 해봤는데 안 됐어.”
“지금 시장이랑은 안 맞아.”
그의 말엔 일리가 있지만, 아쉬운 점은 그 이후입니다.
비판만 있을 뿐, 대안은 없거든요. 말하자면 ‘지적’은 하지만 ‘제안’은 하지 않는 타입입니다.
그러나 과장님의 과거를 들으면, 그런 태도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지인의 소개로 이 회사에 처음 신입으로 입사했을 당시, 영업부 분위기는 어둡고 냉랭했다고 합니다.
선배들은 낙하산이라 생각한 과장님께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았고, 노골적으로 탐탁지 않아 하는 기색을 보였다고 하죠.
게다가 입사 한 달 만에 사수가 퇴사하면서, 인수인계도 없이 모든 걸 스스로 익혀야 했습니다.
그런 시간을 버텨온 사람이라면, 누군가가 ‘너무 쉽게 배워서는 안 된다’는 마음이 생길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결국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질문하면 귀찮아하면서도 끝내 다 알려주고, 회의가 끝나면 “모르는 건 없지?” 하며 먼저 말을 걸었습니다.
가끔은 옥상에서 바람을 쐬며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었죠.
물론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때로는 서운했지만, 그보다 배울 점이 훨씬 많은 선배였습니다.
그래서인지 과장님이 퇴사하던 날, 생각보다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지금도 일하다가 문득 “과장님이라면 이럴 때 어떻게 했을까?” 하고 스스로에게 묻곤 합니다.
그 질문이 여전히, 제가 일하는 기준이 되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