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멈췄다.
김승주의 『나는 스물일곱, 2등 항해사입니다』.
그 안에 적힌 문장 하나가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았다.
“노력은 때론 배신한다.”
너무도 담담한 그 문장은, 내가 그동안 꾹꾹 눌러왔던 감정을 불쑥 끌어올렸다.
나는 그 말을 하고 싶었지만, 차마 할 수 없었다. 마치 패배를 인정하는 것 같아서.
그런데 작가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그래서 그 문장을, 나는 믿기로 했다.
지금까지 내 삶은 성실하게 쌓은 계단 같았다.
늘 계획이 있었고, 목표가 있었고, 열심히 했다.
하지만, 노력만으로는 오르지 못하는 벽이 있다는 걸 나는 수학 앞에서 처음 배웠다.
내 공부 시간의 3분의 2를 바쳤고, 누구보다도 진지하게 임했지만 결국 나를 가장 아프게 한 것도 수학이었다.
입시에 실패했고, 나를 괴롭힌 건 ‘내가 부족했을까’라는 질문이었다.
좌절이 무거운 건, 방향을 잃는 감각 때문이다.
무얼 어떻게 더 잘했어야 했는지조차 알 수 없을 때, 사람은 무기력해진다.
그 이후에도 나는 계속 시도했다.
포기할 수 없었다. 그게 내 방식이었다.
그리고 어느새,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
말보단 글이 편했고, 감정도 문장 안에 담을 수 있었다.
보고서를 열 번 고치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한 번의 수정 요청에도 버겁게 흔들린다.
“네네만 하지 마라”는 말에, 내가 성실하기만 했던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견디기 힘든 건, 내가 ‘모자란 사람’처럼 느껴질 때다.
그래도 다시 시작한다.
상사의 마음을 움직이던 보고서 한 장이 그립지만,
이젠 나의 마음을 먼저 움직이는 글을 쓰고 싶다.
노력은 배신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 배신조차 껴안고, 다시 걷기로 했다.
천천히라도 괜찮다.
넘어졌지만, 계속 걷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