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일에 무저지는 날들에 대하여
약을 삼키지 못한다는 건, 남들에겐 별일 아닐 수 있다.
하지만 A에게 그것은 매일을 가로막는 작고 단단한 벽이었다.
약국에서는 약을 분쇄해 달라고 하면 500원을 더 받는다.
A는 늘 그 돈을 냈다.
비싼 약을 먹는 게 아니었다.
그저, 넘기지 못하는 것을 대신해 누군가의 손을 빌리는 일이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그 500원에는 매번 자존심이 조금씩 녹아 있었다.
어느 날, A는 결심했다.
더는 피하지 않기로.
유튜브를 보며 ‘약 넘기는 법’을 따라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물 한 컵이 아니라 1리터를 들이켰다.
하지만 약은 목을 끝 끝이 넘어가지 않았다.
그날 밤, 배는 물로 가득 찼지만 마음은 텅 비어 있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왜 그것도 못 해?”
사람들은 말한다.
그 말이 A를 연습하게 했다.
비웃음과 설명을 반복하는 수고 대신, 조용히 입을 다물고 한 알을 넘기기 위한 하루를 보냈다.
세상은 생각보다 무정하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사소한 것 하나를 넘기지 못해 무너진다.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겐 약보다 더 목에 걸린다.
A는 그것을 안다.
지금도 완전히 익숙하지 않다.
아직은 물 1리터가 필요하고, 한 알씩 조심스레 삼킨다.
그래도 이제는 한 알 쯤은 넘길 수 있다.
점심을 먹고 커피를 고를 땐 조금 자신감도 생겼다.
늘 똑같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알을 넘긴 자신에게 주는 작고 씁쓸한 보상.
남들이 보기엔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일.
하지만 그 안에 얼마나 많은 눈물과 다짐과 침묵이 숨어 있는지,
우리는 좀 더 자주 상상해야 한다.
살아낸다는 건, 결국
넘어가지 않는 것들을 하루하루 삼켜내는 연습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