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 여자의 사업 이야기 / 재창업
지난 4월 말, 사회적기업의 시니어 인턴직을 그만뒀다. 3개월 계약 기간이 끝났다. 계약 만료 1주일 전, 회사 대표는 나에게 계속 함께 일해 보자는 제안을 했다. 나는 사양했다.
영업 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어서 자신이 없었다. 매출액에서 각종 직접 경비를 빼고, 나머지 영업이익금의 40%를 주겠다는 건데, 내가 필요한 생활비로 월 100만 원을 받으려면 매월 500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야 한다. 꾸준히 하면 언젠가는 가능할 수 있겠지만 당장은 힘들다고 봤다.
하지만 나 혼자 이익금을 다 갖는다면 월 200~300만 원 정도의 매출만 올려도 버틸 수 있다. 나는 직접 사회적기업가가 되기로 했다. 그래서 5월 한 달간은 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사회적기업가 육성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시간을 썼다. 사회적기업가가 목표인 예비창업자 모집 프로그램이었다.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신청서를 접수했다. 떨어졌다.
낙담했지만 사실 불만은 없었다. 내가 만든 사업계획서는 내가 보기에도 빈틈이 너무 많았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일을 알아봐야 하는데 마땅한 게 있을지 걱정이었다.
우선 50플러스재단 홈피에 들어가 일자리 검색을 했다. '경로당 복지파트너 추가모집', '저소득어르신 급식지원단 모집' 등 보람일자리로 할 수 있는 일은 있었다. 하지만 수입이 너무 박했다.
요양보호사 일도 할 수는 있다. 지난 1월에 일해 드렸던 치매 5등급 어르신이 전화를 하셨다. 다시 요양보호사를 부르고 싶은데 내가 왔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저번에 저보고 집안일을 너무 못한다고 하셨는데, 그래도 괜찮으시겠어요?"
"못하긴 하지. 그래도 자넨 착하니까 서로 마음이나 기대고 살면 좋겠다 해서 그러지."
"하하, 제가 착하긴 하죠. 근데 지금 하는 일을 금방 그만둘 수가 없어서요."
"그래? 아직 안 끝났어?"
"네."
"언제 끝나나?"
"모르겠어요."
"에이휴."
거짓말을 했다. 이상하게도 나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항상 그랬다. 어차피 힘들게 사는 거, 새로운 일을 하면 군기가 빠짝 들어서 조금은 덜 힘들게 느끼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아니면, 혹시 수월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일까. 다른 사람들은 하던 일 하는 게 더 낫다고 하는데 나는 아닌 것 같다.
뭘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그래서 일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홈피에 들어가서 희망리턴 패키지의 폐업자 지원 프로그램 신청을 했다. '전직장려수당'이라는 프로그램이었다. 기업을 하던 사람이 폐업을 하고 취업 교육을 받으면 일차로 40만 원을 받을 수 있고, 취업을 한 후 한 달 이상 다니면 60만 원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지난 5월에, 사회적기업가 예비창업자 모집에 참여하기 위해 사업자등록을 폐업 처리했었기에, 나는 폐업자였고 장려수당 가능자로 선정이 되었다.
현재 취업 기초교육을 수료하고 우리 지역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진행하는 심화교육을 받기 위해 대기 중이다. 교육이 끝나면 센터에서 20만 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4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이로써 6월 수입 60만 원을 확보한 셈이다. 다만, 교육받고 3개월 후에나 돈이 나온다니까 당장의 생활비에 도움이 되진 않겠다.
뭘 할까. 적어도 월 80만 원은 벌어야 할 텐데. 고민이 많았다.
사회적 경제 관련 한 공공기관에 전화를 했다. 이곳은 내가 사회적기업가 예비창업자 모집 신청을 하기 위해 사업계획서를 쓰느라 몇 가지 논문을 빌렸던 곳이다. 사회적기업의 시니어 인턴직에 있으면서 일 하나를 수주했던 곳이기도 하다. 내가 사회적기업가 인큐베이팅에 들어가서 창업을 하게 되면 인쇄 건 하나를 주겠다고 약속했던 고마운 곳이었다. 떨어지고 말아서 부끄러운 심정이었지만 그래도 소식은 전해야 하고, 빌린 책도 돌려줘야 하니, 전화를 했다.
"여러 가지 도와주셨는데 죄송하게도 떨어졌어요."
"그렇군요. 그러면 창업은 어떻게 할 거예요?"
"지금 생각 중이에요. 어떻게 할지."
"그래요? 우리가 브로셔를 만들어야 해서 팀장님이 창업하기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네? 어머... 그런데 그곳에서 일을 받으려면 사회적기업이어야 하잖아요."
"상관없어요."
"...(대박!) 6월 말쯤 창업할 거예요. 일정이 괜찮을까요?"
"다음 주에 한번 들어오세요."
"네,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정해졌다. 재창업이다. 물론 이 기관만 보고 사업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 곳에서 물고를 터주면 다음은 훨씬 수월하다.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자신감이 생긴다. 설비가 필요한 업종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에 쫓기지 않는다. 진정 고맙고 또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