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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아 Aug 08. 2024

프롤로그

글이 나에게 주는 것

- 자, 인터뷰 시작하겠습니다.

- 와 생각보다 많이 긴장되는걸요?

- 괜찮습니다. 천천히, 편하게 생각하고 답변 주시면 됩니다.

- 네 감사합니다.

- 그럼 첫 번째 질문부터 드릴게요. 작가님이 글을 쓰시는 이유, 작가님에게 ‘글’의 의미가 궁금합니다.



- 저에게 ‘글’이란, 음... 이전에는 나의 모든 감정을 아낌없이 토해낼 수 있도록 해주는 수단이었어요. 물론 지금도 그렇고요. 저는 생각보다 단순한 사람인지라 거친 초고처럼 마구 감정들을 늘어놓는 것이 생각을 머리 밖으로 꺼내어주거든요. 그래서 그동안은 글을 쓰면 굳이 그 힘들여 꺼내놓았던 삐쭉한 감정들을 다시 찾아보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스무 살이 되고 문득 저의 학창 시절 일기를 하나씩 읽어봤는데, 지나고 보니 힘들다고 생각했던 순 간들에도 제가 늘어놓은 문장을 읽으니 늘 은은하고 투 박한 행복이 자리하고 있더군요. '참 운이 좋은 인생을 살고 있구나' 싶었어요. 힘든 순간도 돌아봤을 때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있었고 행복했던 순간들도 많았으니 까요.


    지금은 ‘이 순간의 감정을 모으고 싶어서’ 글을 씁니다. 반짝거리게 설레는 마음도, 눈물 나게 찢어지는 마음도 아낌없이 담아내고 싶으니까요. 특히 저는 찢어지게 아픈 마음을 아껴요. 정확히는 아픔 속에서 성숙해진 순간들을 아끼고, 이 과정을 걸어가며 얻은 생각들을 기록하며 아까 말했듯이 ‘감정을 토해내’ 기도 하는 거죠.


     이 책도 마찬가지예요. 마냥 예쁘게 다듬은 감정들을 써놓은 것이 아니라서 처음 이 책을 작성하면서 ‘이 책을 다시 읽기 싫어지면 어쩌지,’ ‘나의 투박하고 초라한 감정들을 아끼는 독자들에게 잘 내어놓을 수 있을까,’ 뭐 이런 고민도 했거든요.


   하지만 이 책을 읽으실 독자들께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우리의 기억 속을 걸어가다 보면 행복한 기억도 있지만, 가시밭도 많잖아요. ‘기억을 걷는 시간’이 아픈 기억을 ‘걷어내는’ 시간이 아니라 아픈 기억까지도 다시 ‘걸어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 책을 읽는 시간이 아픔 속에서의 성장, 아픔 속에서의 사랑, 아픔 속에서의 아련한 행복을 떠올리는 멋진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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