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누구와 함께 사나요?

by 이수호

평생을 한 곳에서 살 수 있는가? (서울시민이 아니라면)그 일이 오히려 더 어렵고 대단한 일이 아닐까?


과거에 비해 가족의 개념이 상대적으로 작아지고 가벼워진만큼 가족의 물리적 해체가 빨라지고 잦아졌다. 두 세대가 30년 이상 함께 사는 건 이제 보기 드문 일이 되었고 오히려 자녀 세대가 빨리 독립하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눈초리를 받게 되었다. 20년 전 초등교육 때만해도 핵가족화에 대한 심도 깊은 문제 제기가 많았던 것 같지만 이제는 핵가족이라 따로 명명하기도 민망할만큼 기본적인 구조가 되었기 때문에 1인가구 혹은 핵가족이 아니면 더 독특해진 시대가 된 것이다.


나는 17살부터 가족과 떨어져 살았다. 고등학교 입학 후 2년간 기숙사 생활을 했고 19살은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했다. 당연히 대학 입학 후부터 기숙사 생활과 자취 생활을 번갈아 했으며, 21살부터 부사관 생활을 하며 광주에서 4년간 살았다. 전역 후 바로 복학하지 않고 대구에서 다시 자취, 서울에서 다시 자취. 그리고 늦깍이에 복학해서 기숙사 생활을 하며 29살에 졸업장을 따내고 30살이 되어 서울에서 다시 자취를 시작했다. 17살부터 12년 동안 가족과 물리적으로 해체된 셈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스스로 가족을 만들기 전까지는 1인가구를 유지할테다. 역마살이 낀 듯 혹은 방랑벽이 도진 듯 쉴 새 없이 떠도는 삶을 이제는 마무리한 것일까? 같은 지역 안에서 (계약만료로 인해)단순히 기거할 곳을 옮기는 건 이제 '이사'라고 칭하기도 다소 부담스러운 감이 있기 때문에 떠도는 삶을 마무리한 것일까? 하는 것이다.


워낙 많이, 자주 옮겨다닌 탓에 이제 '어디서' 사는가 보다는 '누구와' 사는가가 더 중요하게 되었다. 오늘은 집에서 대중교통으로 1시간 가량 이동헤야하는 대학 동문의 동네로 가서 티타임과 식사를 가졌다. 여기서 발견한 사실이 이것이다.

굳이 함께 동거하지 않아도 우리는 같이 살 수 있구나. 혼자 살아도 혼자 사는게 아니겠구나. 이런 사회에 살고 있구나. 과거에 비해 가족의 개념이 상대적으로 작아지고 가벼워진만큼 가족의 개념적 성립도 쉬워졌다. 혈연지간의 가족만이 아니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모든 이와 쉽게 가족이 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좀더 확실히 말하자면 식구(食口)인 것일까. 서울살이가 외로워질 차에 만난 새 식구. 이제 천천히 서울에서 함께 살아갈 식구들을 만들어가야겠다.





가족이라는 말을 참 좋아했습니다. 이제 보니 일찍이 가족과 떨어져 살아온 것에 대한 반사작용으로 혈연이 아닌 사이에도 가족이라는 표현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진짜 가족보다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더 많은 식사를 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가족을 찾고 만들어 나간다는 일이 에너지를 상당히 많이 소모하는 일이지만 광주에서는 광주의 가족, 대구에서는 대구의 가족, 서울에서는 서울의 가족, 학교에서는 학교의 가족이 있었기 때문에 홀로인 삶을 홀로가 아닌 채로 살아올 수 있었던 듯 싶습니다.

19살, 진짜 외로움이 무엇인지 느낄 수도 없었던 시기에는 버스를 놓쳐 동동대던 저를 학교까지 태워준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할아버지 뻘의 가족도 있었습니다. 일주일치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저녁에는 어린 것이 무슨 음식을 해먹느냐며 두부를 썰어 나눠주시던 할머니 뻘의 가족도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가족은 나를 키워주니까, 나를 성장시켜주니까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그들도 가족이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누구와 함께 살고 있나요? 누구와 식사를 함께 하고 누구와 마음을 나누며 이 고독한 1인가구의 시대를 견디고 계신가요?

작가의 이전글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