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귀국자녀와 그들의 부모님들에게(3)

: 단단한 한국인으로 먼저 키우기로 했다.

by Hey Soon

❚이제야 공부할 마음이 생긴 아이들

넓은 공간에서의 자유로움, 경쟁이 덜한 학교 교육이 그리울 지도 모른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순간부터 아마 그곳을 그리워했을 수도 있다. 돌아온 순간부터 눈앞에 펼쳐진 그 빡빡한 삶의 페이스에 덜컥 겁이 났을 수도 있다.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꼭 짚을 수는 없지만 한국의 보통의 사람들에 비해 한참 뒤쳐져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였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미국에서보낸 삶이 그저 무의미한 것으로 취부 될 지도 모른다. 특히 가까이 지내는 친구나 가족들로부터 더욱 그런 쓴 소리를 들을 지도 모른다.


귀국 후 지난 2년 동안 내 스스로 많은 의심과 다짐의 싸이클을 거쳤다. 어쩌면 앞으로도 계속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부정적인 싸이클은 이제 조금씩 작아지고 있다. 서서히 한국에 적응 하고 성장하는 두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긍정적인 싸이클이 조금씩 커져가고 있다.


아들은 방과 후 언제든 운동장 한 켠에서 친구들과 한바탕 농구를 한다.

엄마에게 라이드를 부탁하지 않아도 친구와 약속을 잡고 언제든 함께 어울릴 수 있다.

그럴 수 있는 한국에 와서야 비로소 학업에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 모양이다.

아들은 매일 수학 학원을 자발적으로 간다.

거기서 숙제도 하고 자습도 한다.

그렇게 매일 수학을 배우러 다닌 지 일 년이 넘었다.


딸은 며칠 전부터 분주하게 온라인 쇼핑몰을 뒤진다.

이것 저것 ‘예쁜’ 옷가지며 악세사리를 주문한다.

2학기 시작하기 직전,

이제 곧 또 그 야간자율학습과 또 끝없는 시험이 시작될 예정이다.


새로이 마음의 재충전을 위해 딸은 친구와 함께 인근 공원으로 피크닉을 갈 계획이라 한다.

어른인척 하는 화장을 하고 짧은 치마를 입고 군화를 싣고 긴 머리를 휘날리며 딸은 유유히 가고 있다.

멀리서 내 딸임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다.

바람부는 시원한 여름 저녁 딸은 친구들과 인근 넓은 공원에서 피자도 먹고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도 찍어댔을 터다.


2학기 시작인 오늘 아침, 또 어김없이 학교를 간다.

오늘도 저녁 10시나 되어서 집을 올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딸은 즐거워 보인다.

학교 공부가 즐겁거나 공부를 잘 해서 학교 가는 게 즐거운 게 아니다.

친구들이 있는 학교를 가게 되어서 즐거운 가 보다.


미국의 사립학교에 다닐 때 우리 딸은 늘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묵묵히 혼자 등교를 하는 뒷모습을 볼 때 마다 내 마음은 어딘가 무거웠다.

낯 1시만 되면 끝나는 학교이지만

하교 후에도 딸은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귀국 자녀와 그들의 부모님께

단단한 아이로 키우기가 먼저다.

어느 곳에서 살아 갈 지는 그 이후의 문제이다.

단단한 어른이 되고나면 여기서 살다가 저기서 살 수도 있다.

하지만 단단한 어른이 되지 못 한 채 세월이 흘러 버리면

어느 곳에서도 안착감을 느끼지 못한다.

단단한 한국인이 먼저다.

그래야 세계의 시민으로 살 수 있다.


한 땐 동경의 나라였던 미국, 떠나고 싶던 나라 한국이었다.

그러나 이젠 동경의 이유가 무색해진 미국, 되돌아오고 싶은 나라 한국으로 바뀌고 있다.

공간의 이동은 무의미하다.

삶에 대한 태도와 내 삶의 주인공으로 서기 위한 내 마음 다지기, 나의 정체성을 뚜렷이 하고 나서야 무엇이든 해낼 힘이 생긴다.

남들이 많이 가기 때문에 휩쓸려 가거나 그저 좋아 보여서 선택하기보다,

진정 내가 되고자 하는 사람, 내가 살고자 하는 삶의 모습을 좀 더 구체적으로 그려보자.

미국이 삶의 성공이나 경제적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국경이 없어지고 있다.

온라인 세상엔 벽이 없다.

시간과 공간의 분리도 없다.

그저 같은 시간 같은 공간으로 존재한다.

물리적으로 살고 있는 공간의 의미는 약해지고 있다.


삶을 나눌 수 있는 친구는 삶의 중요한 부분이다.

함께하고 싶은 사람과 물리적인 공간을 나누며 살면 좋다.

하고 싶은 일은 내가 어디에서 살든 온라인 공간에서라도 할 수 있다.

단단한 내가 먼저 되어야 무엇이든 힘차게 해낼 수 있다.


❚아들 셋을 가진 어머니께 드리는 나의 솔직한 조언

귀국을 결심할 당시 나 또한 수십 가지의 마음의 질문과 두려움이 있었다. 우리 두 아이 (당시 중3 2학기, 초6 2학기)는 사춘기를 겪을 나이거나 겪고 있는 나이었다. 남편이 현지 회사에 취업을 하고 영주권을 포기하고, 우리는 남들이 다 말리는 한국행을 결정했다. 한국에 와서 주위 사람들의 괜히 간 미국이라는 소리를 수도 없이 듣고 있다. 하지만 그런 소리를 감내해 가면서도 한국으로 다시 돌아 온 그 선택에 후회는 없다. 남들 이야기는 그저 남들 이야기이다. 내 삶의 이야기는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안의 행복은 남들이 알아줘야 되는 행복이 아니라 내 안에서 슬며시 피어오르는 것이기에 나는 남들의 이야기가 귓전에서 머물지 않도록 하려 한다.


성장의 단계에는 발달되어야 할 역량이 있다. 사춘기과 갱년기(어른의 사춘기)가 삶의 큰 분절점이다. 각각의 단계에는 무엇보다 심리적 안정이 바탕이 되어야 그 이외의 것들을 해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단단한 자신을 만들기 위해 내가 머물고 싶은 공간이 어딜 지, 가족 구성원모두가 함께 모여 진지한 대화를 해보길 추천한다.


여러분이라면 아직도 고민 중이신 그 아들 셋을 둔 어머니께 어떤 조언을 해드리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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