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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 Soon Feb 08. 2023

#2. 첫 번째 엄마표 영어 티타임후기

: 기대 이상의 참석률

 막연함과 두려움

새로운 것을 도전함에 있어서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두려움을 대처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물론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그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두려워서 포기하는 일은 최대한 하지 않으려 하는 편이다.      

두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내가 선택한 방법은 내가 가장 신뢰하는 한 분, 하나님께 나의 마음을 드러내는 일이었다. 이 일을 한 들 하지 않은 들 나의 수입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 내가 좀 더 자신 있는 일에 더 매진하고 싶은 마음을 없앨 수는 없었다. 건강이 허락되는 시간에 무언가 의미 있는 것을 계획하고 시도해 보고 싶었다. 이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나의 영역이 아님을 인정해버렸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Proverbs 16:9 [잠언16:9]

 We can make our plans, but the LORD determines our steps.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는 자는 여호와시니라.     



두 번째로 선택한 방법은 나의 가장 측근에 있는 사람에게 나의 계획을 설명하고 그들의 객관적인 피드백을 듣는 것이었다. 남편이 그 첫 번째 사람이다. 다시 한 번 나의 계획을 말했다. 늘 언제나 그렇듯 나의 계획에 절대적 지지를 해주는 사람이라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나에게 질문을 해주었다. 남편이 던지는 질문에 답을 하면서 첫 모임에 대한 구체적인 가닥을 잡아갔다.      


이런 일로 의논하기 딱 좋은 사람은 영주(가명)씨다. 영주씨는 미국 유학시절 우리 아이들이 둘 도 없이 친하게 지낸 남매의 엄마이다. 영주씨는 나의 유학시절 첫 해부터 마지막 해까지 내가 힘들 때마다 격려와 용기를 아끼지 않던 생활력이 끝내주게 좋은 전형적인 한국 아줌마다. 이제는 미국 영주권자로 미국에 정착해서 살고 있는 영주씨와 새해 안부도 전할 겸 카톡 전화를 했다. 학기 중 밀린 수다를 떠느라 장장 2시간 반이나 통화를 했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거운 대화를 나눴다. 통화 끝자락에 엄마표 영어 티타임을 계획 중인데 살짝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영주씨는 찐한 부산 사투리로 말했다.

“언니야~. 뭐가 걱정이고. 미국에선 더 한 일도 했으면서. 맨땅에 헤딩도 잘 만 했는데, 그 꼴랑 엄마들하고 하는 티타임이 뭐라꼬, 겁낼 거 한 개도 없다.”     

“언니가 예전에 우리 막내한테 한국어 가르쳐줬잖아. 우리 아들이 카던데 언니가 참 쉽게 설명 잘 한다고 카더라. 그리고 우리 딸래미도 학교 숙제 물을 때 언니가 조근조근 설명 잘 해줘서 참 좋았다고 캤다. 언니가 자기 엄마였으면 좋겠다카더라. 언니는 그냥 천상 선생이다. 딴 일을 할 줄 아는 것도 없으면서 하던 거니 그냥 해봐라~. 잘 할 끼다.”


 일단 순서부터 정하자

두려움을 없애고 결단을 내렸다. 내가 이 행사를 하고 싶어진 의도만 생각하기로 했다.

내가 이런 거 말고 뭘 할 수 있겠어? 내가 평생 한 거라고는 영어 공부랑 영어 가르친 것 뿐인데 이제 와서 다른 뭘 더 잘 할 수 있겠어? 기왕 이렇게 된 거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을 더 잘 하려고 해보는 수 밖에.      

첫 모임에 대한 대략적인 계획을 핸드폰 메모에 생각날 때마다 적어둔 게 있었다. 그런데 그것만 가지고 낯선 사람들 가운데에서 맥을 잃지 않고 해나가겠다는 건 위험한 발상이다. 물론 너무 많은 계획은 오히려 내 마음의 부담을 키우는 일임을 안다. 평소 수업 계획은 아주 간략하게만 하고 현장에 가서 적절하게 융통성을 가지고 수업을 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번은 예외로 해야 할 것 같다. 일단, 아줌마 토크는 대부분 중심이 없고 산으로 갈 수 있기에 가장 경계해야 한다. 게다가, 낯선 사람들이기에 나의 첫 인상이 이 모임 전체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에 이번 모임을 캐주얼한 톤은 유지하되 어느 정도 순서나 절차는 있는 게 안전할 것 같았다.      


낮잠을 자고 말끔한 기분에 차분히 첫 모임의 순서를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로 잡아봤다.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

스터디지기인 나의 소개,

나의 다양한 영어 공부 및 영어 교육 경험,

자녀 영어 교육에 관한 각자의 이야기,

한국 영어 교육의 현실,

학부모님의 고민 나누기,

다음 모임에 대한 계획     


 늘어나는 조회수

당근 앱에 올린 모임 홍보글은 어느덧 조회수가 300을 넘었다.

신청자도 10명이었다. 물론 다 온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한두명은 오겠다 싶었다.

머릿 속으로 첫 모임을 시각화 해봤다.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봐도 도무지 구체적인 그림으로 떠오르지 않았다. 정말 아무나 올 수 있는 모임이고 신청한 사람들에 대한 정보가 일도 없는 가운데 무엇 하나 미리 확실히 그릴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래서 그저 자녀를 둔 엄마겠거니 생각하고 더는 어찌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마음을 잠시 비우기로 했다.      


 첫 모임에 참가자가 7명씩이나

드디어 약속한 시간이 다가왔다. 모임 장소로 가면서 별 일없이 무사히 새로운 사람들을 잘 맞이 할 수 있게 해달라고 그리고 나의 의도가 잘 전해질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를 드렸다. 시작 30분 전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간단한 다과를 준비하고 있자니 우리 학교 동료 선생님께서 미리 와주셨다. 바쁜 학교 생활에서 대화를 깊이 나누지 못한 분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참석해주셔서 참 감사했다. 그리고 한명 두명 더 모습을 보이셨다. 약속한 10시 30분에서 10분이 경과 한 무렵 총 7분이 모이셨다.


 낯선 사람들을 맞이하는 방법

오신 분 들 중 2분은 학교 동료 교사이지만 나머지 5분은 처음 뵌 사람들이다. 살짝 긴장이 되었다. 차를 마시며 작은 종이에 자신의 호칭을 적는 시간을 가졌다. A4용지를 절반으로 접어 삼각기둥을 접어 한 면에 각자 불리고 싶은 호칭을 적게 했다. 미국은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는 사회이지만 우리나라는 낯선 사람에게 본명을 알리는 것, 더군다나 아이의 엄마가 되고 나면 더욱더 자신의 이름을 쓰는 일이 드물다. 그래서 각자 불리고 싶은 호칭을 사용하기로 했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준비한 PPT 화면에 오늘 티타임의 대략적 계획을 제시했다.

그리고 첫 활동으로 작은 화이트 보드를 하나씩 나눠드리며 각자에 대한 키워드(숫자, 그림, 낱말)를 적게 했다. 그리고 두 팀으로 나눠서 상대팀원의 키워드를 보고 추측해보게 하며 아이스브레이크를 했다. 내가 주로 가르치는 중학생과는 달리 역시 성인들이라 서로 마음을 열고 대화에 적극 참여해주었다. 그렇게 서로 소개를 나눈 후 스터디지기인 나 자신 소개도 했다.      

미리 준비한 PPT 슬라이드를 활용해서 영어 덕분에 내가 가지게 된 다양한 경험들을 영상으로 보여주었다. 자기 자랑을 대놓고 한다고 오해를 받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시골 출신인 내가 미국 유학을 가고 영어 강사 일도 하고 한국어 강사일도 하고 무엇보다 신앙인이 된 것은 모두 영어 덕분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살면서 영어로 할 수 있는 게 참 많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 아이들에게 영어는 수능의 한 과목이 아니라 반드시 지녀야할 평생의 도구임을 한 번 더 인식시켜주고 싶었다.      


 공통분모 찾기

소개의 시간이 끝나고 자녀 영어 교육에 대한 자신의 경험이나 고민을 각자 들고 있던 작은 화이트 보드에 적어 보게 했다. 단 7명이긴 하지만 놀랍게도 우리의 공통점은 참 적었다. 고3수험생 엄마부터 이제 6살 아이 엄마에 이르기까지 자녀의 연령도 참 다양했다. 예상 못한 것은 아니지만, 7명인 숫자를 생각하면 그건 참 넓고도 넓은 스펙트럼이다. 이를 어쩌나. 대화의 맥을 잡기가 대략 난감했다. 어떤 분은 유치원생인 딸의 영어 공부 이야기를 하고 어떤 분은 고3 수험생 아들의 영어 이야기를 하니 참 난감했다.   

 


외국인과 말 한 마디 못하는 아이로 만들기 보다 의사소통을 잘 하는 아이를 만들고 싶다.

하지만 막상 우리 아이가 학교 영어에 입시 영어에 잘 적응하지 못 할 까 봐 불안하다.

너무 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 어떤 것을 취해야 할지 중심을 잡을 수 가 없다.

엄마로서 무언가를 해주고 싶은 데 너무 난감하다.

영어 동화책 읽는다고 다 되는 건지?

고3 아들이 그러는데 자기 반에 영어 유치원을 다닌 아이들은 영어 성적이 다 좋다던데, 영어 유치원을 못 보내줘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학원에 맡겨놓긴 했지만 그게 가성비가 있을지 모르겠다.

중3에 처음으로 영어 학원을 보낸 엄마는 진작에 보냈어야 하나 하는 의구심도 든다고 했다.

...........          



 다양한 고민 속 공통점: 아이 영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 다양한 이야기들 속에서 공통점을 꼽으라고 한다면 그건 다들 아이 영어를 어떻게 시켜야 할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오신 7분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대한민국 학부모라면 누구든 아이 영어를 어떻게 시켜야 할지 감을 잡기가 참 힘들다.      

우리나라 영어는 유치원, 초등,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에서 요구하는 능력이 가지 각색이기 때문이다. 유치원, 초등까지는 말하기, 듣기 위주의 일상 생활 영어를 강조한다. 그러다가 중학교에 와서는 생활영어는 거의 사라지고 갑자기 문법 위주의 영어 교육을 대대적으로 가르친다. 마치 영어에는 문법이 전부라는 듯이. 그러다가 고등학교에 가서는 문법보다는 길고 난해한 논문수준의 글을 제한된 시간에 읽는 능력을 요구한다. 중학교때까지 기를 쓰고 배운 문법은 수능에 한 문항 밖에 나오지 않는다. 오로지 수능 영어 고득점을 위한 영어 공부에 매달린다. 수능 영어의 성패는 독해력에 달려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연마해오던 듣고 말하기 능력은 수능 영어에 별 소용이 없다. 듣기 문항은 난이도가 하급이라 왠만한 학생들은 다 맞춘다. 한편 읽기 문항들은 듣기에 비해 난이도가 월등히 높다. 킬러 문항은 원어민들도 못 풀 정도이기 까지 하다. 결국 각 학급 별 강조하는 영역과 스킬이 달라도 너무 달라서 배우는 학습자들과 학부모들이 어떻게 영어 공부를 해야할지 감을 못 잡는 것이 당연하다.      


영어가 마치 신기루처럼 느껴질 것이다. 뭔가 잡힐 듯 하면서 막상 쫓아가면 또 저 멀리 달아나 버리는 봄날 아지랑이처럼. 이러한 현실에 대한 해결책은 과연 무엇일까? 어린 나이부터 아이를 학원으로 내몰기는 싫은 엄마들은 이제 어떻게 하면 올바른 자녀 영어교육을 시킬 수 있을까? 그것이 문제였다. 그게 그날 참석한 우리 모두의 고민이었다.      


 나의 선한 의도가 전달되었기를

첫 모임에서 내가 이루고자 하는 바는 바로 우리 모두가 안고 있는 고민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앞으로 모임 횟수를 거듭하면서 그 고민에 대한 해결책이나 대안을 제시하려는 것이 나의  계획이다. 공교육에 있는 사람으로 엄마들의 막연한 불안과 걱정을 직접 듣고 나의 경험을 나누며 해결점을 함께 찾아가고자 하는 나의 선한 의도가 전달되었기를 바랬다. 돈이 많아 미국 유학을 하고 온 게 아니라 오히려 돈이 없었지만 힘겹게 하고 온 세상 경험과 미국 유학이었기에 더욱 자신있게 나의 경험을 나눌 수 있었다. 그랬기에 나의 경험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나의 진심이 통했을까? 모임이 끝나고 몇 분이 남아서 추가 질문을 했다. 그만큼 오늘 나의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는 뜻이고, 나의 경험과 이력이 그분들에게 신뢰를 얻었다는 생각이 들어 감사했다. 어떤 분은 자녀와 관련된 아주 개인적인 고민까지 상담을 해오셨다. 내가 큰 도움이 되었을 지는 모르지만, 내가 아는 한 최선을 다해 상담을 해드렸다. 물론 내 말이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겠다. 내가 미국 유학을 통해 얻어온 아주 귀한 선물은 바로 신앙심이었음을 말씀드렸다. 되돌이켜 생각해도 그건 참 귀한 선물이다. 개인적인 아픔을 가지고 계시는 그분께도 그 귀한 선물이 주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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