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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 Soon Feb 08. 2023

#5. 두 번째 엄마표영어 티타임후기

: 엎치락뒤치락하며 보낸 하루

 앗! 오늘 같은 날 늦잠을 자버렸다!!

너무 신경을 많이 쓴 탓에 당일 아침 일찍 맑은 정신으로 다시 파워포인트를 정리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늦잠을 자버렸다. 게다가 비까지 오는 아침이다. 물론 티타임 시간은 한 시간 반 정도 후에 있지만 출발이 순조롭지 못해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도 아침에 ‘신청한 사람들에게 모임 확인 안내를 마지막으로 문자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떠오르는 운은 있었다. 덕분에 한두 명이 ‘깜빡 잊고 있었는데 알려줘서 고맙다’고하니 나의 일머리가 최악은 아니라는 안도를 하며 약속 장소로 갔다.      


 반가운 얼굴들

‘첫 모임에 오신 분들이 다시 또 와줄까? 채팅방으로 온다고 했으니 오겠지? 

하지만 돈을 내는 수업도 아니고 마침 비까지 오는 아침이니 막상 발걸음을 떼지 않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모임 10분전 까지도 약속 장소에는 나와 남편 뿐이었다. 

아무래도 비 때문이겠지?

지난 번 모임에서 실망을 했나?

나의 부정적인 생각이 잠시 힘을 빠지게 만들었다.      


그런데 약속한 시간이 되었을 때 

한 분이 그리고 또 한 분이 

와주셨다!!     

지난 첫 시간에 만든 이름 카드의 주인을 다시 내어 주며 나는 반가움을 숨길 수가 없었다. 구면이라 이젠 제법 친구같은 느낌 마져 들었다.     


 낯선 얼굴들

이번 모임에는 새로운 두 분도 오셨다. 늘 그렇듯이 낯선 사람에 대한 방어벽을 살짝 나타내며 그분들도 모임의 시작을 함께 했다.      

모임 시작 직전 마음속으로 기도를 했다. 

‘오늘 모든 시간에 주님, 저와 함께 해주시고, 주님의 뜻대로 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이제 오늘 모임의 결과는 나의 영역 밖의 일임을 인정했다.  

나는 그저 준비한 것을 정성껏 풀어내면 그 뿐이지 나머지는 내가 어찌할 수 없다 생각했다.

나의 이야기를 솔직 담백하게 전했다. 

돈이 많아 유학을 간 것도, 부모를 잘 만나 쉽게 산 것도 아닌 정말 울퉁불퉁한 나의 시간들을 그저 영어에 대한 열정 하나로 헤쳐나온 이야기를 해드렸다. 

오늘 처음 오신 분들의 표정에서 서서히 방어벽이 걷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영어 포기자였던 산골 소녀가 이렇게 남에게 영어 전문가로 나설 수 있게 된 과정을 나누니 그분들도 슬며니 내 편이 되어 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뭔가를 줘야한다는 강박

오늘 처음 오신 분 중 한 분은 직장에 휴가까지 내고 오셨다고 하셨다. 티타임 초반 서로 인사하는 시간에 들었기에 오늘 모임에서 많은 것을 해드려야 겠다는 부담이 생겼다. 

우리 아이 어릴 때 영어 동화책 읽어준 것, 미국 학교에서 배운 교육 방법 소개, 영어를 힘들어 하던 미국 유학 초반 우리 아이에게 내가 해준 엄마표 영어 이야기를 사진, 영상, 구체적인 교재를 들면서 소개해주었다.   

   

한 시간 반 가량의 이야기를 거의 나 혼자 하다시피 하고나서야 그분들에게 질문의 시간을 주었다. 새로 오신 그분은 자녀 이야기를 하며 예비 고1인 아들의 영어 단어 공부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 왔다. 그리고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는 것을 어떻게 해야하는 지 고민이라고 했다.      

일단, 감사했다. 질문을 한다는 것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나의 대답이 그분에게 어느 정도 들을 가치가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기에 나는 기쁜 마음으로 나의 팁을 전해드렸다. 이 부분은 다음 모임의 주제일 것이라 그 글에서 더 다룰 생각이다.       


그리고 또 한 분은 이번 모임을 참여하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생겼다고 한다. 어린이 영어 동화책을 가지고 엄마들과 스터디를 운영해보고 싶다고 하셨다.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모르겠지만 이번 엄마표 영어 티타임에 참가하면서 그런 꿈이 생겼다고 감사하다고 말씀하셨다. 


내가 참으로 감사할 일이다. 내가 누군가의 삶에 생기를 희망을 조금이라도 줄 수 있는 사람이었단 말인가? 오늘의 이 모임이 재정적 이득은 사실 없다. 하지만 난 오늘 참 많은 것을 얻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 방향이 잡혔다.

그리고 그 일을 실제로 실천에 옮긴 두 번째 날이었다. 

그 결과가 생각보다 아주 긍정적이었다. 

이제 시작이 반이니 나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서 앞으로 꾸준히 성실히 해나가면 더욱더 나의 꿈이 구체적으로 변할 것이다. 조금씩 회의감이 나에 대한 앎으로 이지는 느낌이 들어 마음이 꽉찬 느낌이 들었다. 


 앵콜 티타임?

오늘 아침 오시기로 한 분이 불참의 의사를 문자로 보내왔다. 하지만 나의 블로글을 읽고 난 이후라 나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라도 꼭 만나고 싶다고 해왔다. 

일단 두 번째 티타임을 끝내고 날 즘 시간이 언제 가능하냐고 문의를 해왔다..      

그래서 생각해낸 앵콜 티타임!!

다음 주 수요일에 오늘 이야기를 새로운 사람들과 더 나눌 예정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 참 설레는 일이다. 다행히 당근 앱으로 추가 신청자가 생겨서 앵콜 티타임에도 새로운 몇 분을 더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온라인으로 공유 시도

나의 블로그를 통해 어떤 분이 나의 엄마표 티타임 참여를 희망해 오셨다. 아쉽게 그 분은 경기지역 분이라 참가가 불가능했다. 그래서 유튜브 채널로 티타임의 내용을 다시 게시할 것이라 약속했다. 비록 한 사람, 그것도 일면식이 없는 한 사람이긴 하지만, 그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그리고 오늘 이야기를 위해 일주일을 고민하고 준비한 것이라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공간에 두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아직 모임에서 얻은 뿌듯함이 가시기 전에 영상을 제작하리라 마음을 먹었다. 식구들이 다들 여기 저기로 빠져 나간 오후 혼자 집에 앉아 유투브에 올릴 영상을 제작했다. 유투브 영상 제작이 한때 나의 취미인 적도 있다. 물론 구독자는 거의 없는 채널이지만 혼자서 떠드는 일에 이젠 제법 재미를 붙이면서 하고 있다. 구독자가 많이 없어서 좋은 건 내가 사람들을 신경쓸 필요없이 그저 뻘짓을 해도 누구하나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단한 사람이 하는 것도 아니고 대단한 미인이 하는 것도 아닌 그 길어빠진 영상을 누가 보겠어? 하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바라는 것은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면 그만이지 모두 몇 명에게 도움이 되었는지는 나의 관심사가 아니다. 적어도 이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계획하는 지금 단계에서는 절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보는 것이다. 많은 호응이 없어도 눈에 보이는 이득이 없어도 묵묵히 나의 내공을 쌓아 나가는 것이 현재 내가 해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그걸 기꺼이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오늘 나는 텅 빈 집에서 벽을 마주하며 혼자서 1시간이나 신나게 떠들 줄 아는 ‘진정 미친 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나중에 내가 많은 구독자를 가지는 행운을 가지더라도 지금의 시간들은 소중한 재산이 될 것임을 알기에 오늘도 나의 오랜 핀 마이크를 꼽아 걸고 혼자 떠들기를 시작했다. 오늘 사용한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가지고 이야기를 다시 풀어나갔다. 영상은 거의 1시간 분량이었다.      


오늘 모임에서 얻은 이 긍정의 에너지를 차곡차곡 글로, 영상으로 정리하면 언젠가 그 또한 큰 재산이 될 거라 믿는다. 그리고 이 지극히 개인적인 나의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과 멀리서 격려해주시는 분들의 따뜻한 마음씨도 나에게 글과 함께 쌓여 나에게 큰 동력이 될 것이다.      


 티타임에 대한 제일 측근의 피드백

이번 티타임에 대한 아쉬운 부분도 역시 있다. 줄곧 함께 해준 남편은 나의 티타임이 대체로 알차게 진행되었지만, 너무 시간에 쫓기는 느낌이 들었고, 오신 분들에게 직접 무언가를 해보게 하고 의견을 말해보게 하는 시간이 없어서 아쉽다고 했다. 아울러 이 티타임의 전체적인 계획을 고려하면서 각 티타임에서 해야 할 분량을 적절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참 맞은 말이다. 이제 방향을 잡았으니, 좀 저 구체적으로 세부 계획을 세워 각 차시별 내용 배분을 하고 실질적인 액션플랜을 세워야 할 것이다.      


 다음 세 번째 티타임

다음 세 번째 티타임은 참여하시는 분들과 실습을 할 예정이다. 

1. 영어 동화책을 즐길 수 있기 위한 첫 단계: 영어 잘 읽기

 - Shadowing이라는 기법을 활용해서 영어를 즐기며 제대로 읽게 만드는 게 목표     

2. 초등/중등 영어 문법 첫 단추: 개념 잡기

- Grammar Lab이라는 원서책으로 영어 문법의 핵심 파악하게 만드는 게 목표 

- 문법을 상식선에서 이해하고 원어민처럼 써먹는 방법 소개     

3. 초등/중등 맘들에게 나누고 싶은 이런 저런 엄마표 영어를 위한 팁들

- 영어교사이자 엄마인 내가 해주는 사소하지만 소중한 팁을 주는 게 목표



다음 모임의 후기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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