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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 Soon Feb 08. 2023

#4. 엉킨 실타래의 한 가닥을 쭈욱 잡아당겨 봐.

: 큰 산을 넘은 엄마표 영어 두 번째 이야기

내 머릿속은 엉킨 실타래      

첫 모임에서 서로 얼굴을 익히고 자녀 영어 교육과 관련된 고민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영어에 진심이었던 나의 이력을 소개했다. 그렇게 첫 모임을 가볍게 시작했다. 첫 모임을 하고 나면 엄마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내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더 선명해질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첫 모임에서 그들의 고민을 듣고 난 이후 사실 내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첫 모임을 한 이후 생각보다 프로젝트를 구체화 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엄마들의 Need가 불분명했다. 엄마가 자녀의 영어 교육을 위해 뭐를 원하는 지가 구체적이지 않았다.      

물론 참여한 엄마들은 자녀의 우수한 영어 성적을 원하지만, 그걸 위해 나로부터 얻고자 하는 것이 뭐란 말인가?


어떻게 하면 자녀를 우수한 영어 성적을 얻게 만들 수 있을지 비법을 얻으려고 왔을까?

좋은 학원을 소개 시켜주면 되는 건가?

자녀들의 영어 공부 동기 향상을 위한 상담을 해주면 되는 건가?

결국은 엄마가 아니라 자녀가 정작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니 내가 엄마들을 만날 게 아니라 그 자녀들을 만나 이야기해야 하는 건가?

영어 비전문가인 엄마들에게 내가 사용한 방법을 알려준들 다 실천할 수 있을까?

아예 실천할 마음도 없고 그냥 좋은 사설 학원에 맡기고 싶은 엄마들에게 내가 괜한 소리를 하는 건 아닐까?

엄마들이 괜히 오지랖을 피우며 자신이 할 공부도 아니고 별 관심도 없지만 그저 심적 불안함을 달래기 위해 온 걸까?     


머리가 복잡해졌다. 생각의 갈래 길이 수십 가지로 나뉘어져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내가 나눌 이야기는 세상에 없던 내가 겪은 나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걸 세상에도 없던 프로그램으로 구체화 시키고 싶었다. 세상에 없던 것이기에 내 머릿속에도 그림이 분명하게 그려지지 않았다. 내가 만들고자 하는 프로그램의 프레임조차 참 막연했다.      


성인 학습자를 대상으로 세상에 없던 프로그램, 나만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이번 엄마표 영어 티타임 프로젝트의 목표이다.      


* 나의 장점, 강점, 나의 경험, 나의 역량      

* 나의 열정, 내가 하고 싶은 일     

* 엄마들이 자녀 영어 교육을 위해 필요로 하는 것     


이번 프로젝트는 바로 그 세 가지가 교차하는 부분을 타겟으로 계획한 것이다.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올바르게 자녀의 영어 능력 발달을 도와 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나의 역량과 경험, 그리고 나의 열정을 모두 넣어 도전해보고 싶어졌다.           


엉킨 실타래 중 조금 헐렁한 가닥을 만지작 만지작

사실 공부는 자녀가 하는 것이다. 엄마들이 아무리 애를 쓴다해도 공부를 대신해줄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들은 자녀들에게 좀 더 효과적인 공부 방법을 알고 싶어 한다. 특히 오늘 티타임에 오신 분들은 자녀의 영어 능력을 키울 좋은 방법을 전수 받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현재 중2지만 수능영어를 어려움없이 생각하는 아들이 거쳐온 과정을 소개해주면 될까? 아울러, 그 과정에서 내가 엄마로서 해준 부분을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알려주면 되지 않을까?          

일단은 그것에 중심을 잡고 두 번째 모임에 대한 가닥을 잡았다. 아들이 거친 학습 과정을 다시 기억에 떠올리고 아들의 영어 공부를 위해 내가 해 준 부분을 정리했다. 결국 아이 어릴 때, 학교 갈 무렵, 학교 다니는 동안 각각 한 부분을 정리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다가 문득 미국 박사시절 교육학 시간에 배운 내용이 머릿 속에 스쳐지나갔다. 우리가 하는 교육들은 다음의 세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는 내용이다.      


시간 순서대로 하자면,

1. informal learning : 취학 전 엄마표 영어 동화책 읽기

2. formal learning : 학교에서의 배움, 아들의 경우 특히 미국 초등학교에서의 배움

3. non-formal learning: 영어 원서 책 공급, 미국 학교에서 하던 영어교재 이어서 지도하기

    

그렇게 대략적으로 순서를 정하고 각 시기별로 읽었던 영어동화책, 챕터북을 사진으로 소개하기로 했다. 또 미국 학교 생활을 하며 했던 과제물, 노트 필기등도 사진으로 소개하고 내가 집에서 아이들에게 직접 영어문법을 가르치던 영상도 보여주기로 했다.      


두 번째 티 타임의 순서를 정하고 파워포인트까지 제작했다. 사진과 영상이 많이 들어가는 바람에 슬라이드 수가 60개 남짓이나 되어버렸다. 하지만 막연한 말이 아닌 구체적인 예시가 많이 들어간 것이기에 참여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나름 흡족한 마음으로 두 번째 티타임을 기대하며 며칠을 보냈다.        


엉킨 실타리를 애써 외면했지만 결국 실패

그런데 하루 이틀 시간이 흐르면서 내 머릿 속에는 뭔가 모를 찜찜함이 찾아왔다.

당장 두 번째 모임의 활동을 계획했지만 뭔가 결정적인 요소가 빠진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다음 모임에 할 내용의 아웃라인도 잡고 사진과 동영상을 짜임새 맞게 정리를 했지만 뭔가 빠진 그 느낌이 들었다.      

뭐가 문제일까? 뭔가 알맹이가 빠진 그 느낌이다.

그런데 더 문제는 뭐가 알맹이여야 하는 지 조차 종 잡을 수 없었다.      

미궁에 빠졌다.     


엉킨 실타래의 한 가닥을 쭈욱 잡아당겼다.

결국 원점으로 와서 차근차근 생각해봤다.      

일단 엄마들의 시선에서 생각해봤다.

설거지를 하며 빨래를 정리하며 산책하며 생각하고 생각했다.


그 많은 사진과 영상을 보여줘서 그래서 뭐??

참여하는 엄마들에게 무슨 상관이 있는 거지?

그들은 이 사진과 영상을 봐서 뭐에 쓸 것인가?

그들은 거기 왜 오는 걸까?

그들은 무엇을 얻기 위해 왔을까?     


그리고 이번에는 나의 관점에서 생각해봤다.

내가 그들을 위해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그들이 어떤 능력을 가져야 하는 지 그것조차 모른다는 것이 문제다.

내가 그들이 가졌으면 하는 그 무언가부터 생각해봐야겠다.

나는 그들을 어떻게 만들고 싶은가?

그들이 어떤 엄마가 되기를 원하는가?     


나의 질문들에 답이 발견되었다: 내가 아들에게 해준 그 일을 엄마들도 할 수 있게 만들면 되겠다.    

  

내가 어떤 것을 해주었길래 우리 아들이 영어를 잘하게 되었을까?

내가 그걸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뭐였을까?

그걸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나의 대답은 이거다 : 결국 내가 영어를 좋아해서 꾸준히 영어 책을 읽어 줄 수 있었고 영어 공부를 위해 필요한 보충과 지원을 해줄 수 있었다.      


그럼 내가 영어를 좋아할 수 있었던 원인이 뭘까?

그건 내가 영어를 남들보다 잘 한다고 느끼는 그 느낌 때문이다.

왜 그런 느낌이 들었을까? 언제부터?


사실 내가 영어를 자신있게 읽어내고 말할 수 있게 되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럼, 결국 엄마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녀의 영어공부를 즐겁게 기꺼이 지혜롭게 조력해주기 위해서는 엄마 본인도 영어를 즐겁게 기꺼이 키워나갈 마음과 에너지를 가지는 것이다.      


이제야 내가 이 모임에서 추구해야 할 방향을 찾았다.      

그것을 찾고 나니 많은 근원적인 고민이 해결 되었다.

핵심이 빠진 그 느낌은 바로 일련의 티타임을 가진 후 달성하고자 하는 학습자의 도달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제야 알았다. 엄마들이 거기에 온 목적이 불분명했기에 내가 해줘야 할 부분의 방향을 잃었던 것이었다.      

결국, 영어 잘 하는 자녀를 키우는 엄마 되기가 우리가 향할 방향이다.   

그리고 다음 세 가지 엄마상이 그 구체적인 모습이다.

엄마표 영어 티타임을 참여한 이후 그들은 아래 세 가지를 달성하게 될 것이다.      



엄마표 영어 티타임에서 추구하는 엄마상:


Joyful English learner: 영어를 즐기며 아이와 함께 성장을 해가기  

Wise English coach : 직접 지도까지는 힘들어도 자녀 스스로 할 수 있게 코칭 해주기

Careful watcher : 자녀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줄 학습 프로그램이나 학원 선택을 지혜롭게 해주기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일단 엄마들도 영어책을 읽는 것을 즐길 수 있게 만들어야 겠다. 그렇게 되기 위해 일단 영어를 자신있게 소리내어 읽어낼 수 있게 만들어야겠다.      


엉킨 실타래를 푼 그 게운함

두 번 째 모임이 사실은 나의 프로젝트에 아주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안다. 첫 모임에 온 사람들은 반신반의하며 왔을 것이다. 첫 모임에서 제대로된 내용을 전달받지 않았기에 분명 대부분이 다시 두 번째 모임에 올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두 번째 모임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으면 세 번째 모임 신청은 현격히 줄어들 것이고 이 프로젝트는 더 꾸려 나가기에 긍정의 에너지가 줄어든채 꾸역꾸역 해 나가는 형상이 되어 버릴 것이다.      


그래서 더욱 전체적인 흐름과 실질적인 내용을 꽉 차게 담으려고 계획했다. 거의 일주일 꼬박 생각하고 자료수집하고 구성하고 시각화하며 시간을 보냈다. 직전 날 밤 자정까지 생각하고 수정하고를 반복했다.     

 

일단 저질러 보고 뒷감당하는 나의 스타일대로 이번 프로젝트도 결국 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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