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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 Soon Feb 08. 2023

#6. 세 번째 티타임 후기: 제법 친구가 됨.

: 동네 친구들 마실 오듯

드디어 세 번째 모임: 동네 마실 오듯

두 번째 모임을 참석하신 분들 대부분 세 번째 모임 역시 참가 희망 문자를 보내왔다. 세 번째 모임의 출석률은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추가로 지인을 보내주신다는 분들도 계셨기에 참가자들이 일정 수를 유지될 것 같았다. 역시나 세 번째 모임도 내가 사용하는 강의용 룸이 가득 찼다. 비록 큰 강의실이 아니지만 내가 기대한 수 이상의 참가자들이 두런두런 둘러 앉아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기에 안성맞춤인 세팅이 되었다. 지난 모임의 참가자들의 소개로 새롭게 두 분 추가로 오셨다. 첫 날과 달리 대부분 한번은 참석하신 분들이라 다들 표정에서도 친근함이 묻어났다.      


홀에 마련해둔 커피를 셀프로 들고 오셔서 모임방으로 건너오셨고 간간히 그분들끼리 나누는 이야기 소리도 들려왔다. 스타벅스 커피숍의 재즈 음악도 배경에 깔아 두었기에 어느 때보다 평화로운 오전 티타임이었다. 대학 시절 동아리 방에서 느끼는 그런 캐주얼함과 친근함이 공기 중에서 묻어 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바로 내가 바라던 그 분위기였다. 편안함이 자리를 잡았고 첫 모임에서 느낀 그 낯설움은 더 이상 그곳엔 없었다.     


자녀 교육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진 우리들이 함께 길을 걸어가면 그 짐의 무게도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모임을 시작했다. 공동 육아를 하듯이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 서로에게 힘이 되고 말벗을 찾을 수 있는 공간. 바로 이 공간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 특히 영어라는 무거운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기 위해 내가 조금의 도움이 된다면 난 기꺼이 이런 모임을 언제라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세 번째 이야기 주제: 영어 발음

그렇게 여유로운 마음으로 기획한 티타임이지만 지난 두 번의 티타임은 마치 학기 말 시험 직전 폭풍 진도를 빼려는 강의 모드 였다. 참석자들의 연령과 자녀의 나이에서 이미 엄청나게 넓어진 스펙트럼, 게다가 각자 해온 영어 공부의 수준 또한 다양해 보였다. 각자 여기 저기 흩어진 점들을 한데 아울러서 큰 원을 두른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렇게 넓은 범위를 커버 하느라 마음의 여유와 평정심을 잃어 버렸다.     

 

다행히 두 번째 티타임에서 그런 참석자들이 공통적으로 향할 목표 지점을 정하고 운영 방향을 구체화 한 후 어느 정도 안정감을 되찾았다. 두 번째 티타임의 내용은 전반적인 영어 공부에 대한 맥락을 짚어주는 것이었다면, 이번 세 번째 티타임부터는 상당히 실질적인 부분을 다룰 계획을 세웠다. 영어를 즐기는 엄마, 아이의 영어 코치, 아이의 영어 디렉터(방향잡이)가 내가 잡은 참가자들의 최종 모습이다.      

3차 모임부터는 ‘영어를 즐기는 엄마’라는 목표를 위한 첫 단계로 발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세부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은 순서로 정했다.      

1. 영어 발음에 가장 기본 단위인 각 알파벳의 정확한 발음 : 한국인이 유의해야 할 알파벳들 (l/r/q/y/w/z/f/v)의 발음 코칭

2. 영어 단어의 정확한 발음

정확한 단어 발음을 활용한 효과적인 단어 암기법

3. 영어 문장의 원어민 발음법: 억양, 연음, 축약 현상 한 방에 해결하기

4. 긴 문장 내용 파악을 위한 제대로 소리 내어 읽기 방법: Thought Group      


가장 작은 단위인 알파벳의 음가 읽기에서 시작해서 알파벳의 조합인 단어 읽기, 그리고 단어들의 조합인 문장 읽기, 특히 긴 문장 읽기에서 중요한 의미군으로 끊어 읽기로 내용을 구성했다. 특히 실질적인 텍스트와 음성 파일을 가지고 연습을 하는 시간을 갖기로 계획했다.      


맛있는 음식, 양도 안성맞춤으로

 앞의 두 차례 티타임을 모두 함께한 남편은 매번 동일한 피드백을 나에게 주었다: 너무 많은 양을 커버하려 하지 말고 폭풍 진도를 빼려는 교사 모드를 벗어 나야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3차 모임 계획 단계부터 남편을 참여시켰다. 내가 나름대로 세운 3차 티타임 계획을 남편에게 브리핑하고 전반적인 양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역시나 이번에도 같은 피드백이 돌아왔다.      


너무 양이 많다.

맛있는 음식이긴 한데 이건 너무 양이 많아 먹는 사람이 질릴 것 같다.

엄마표 영어 티타임인데 이건 대학교 강의 만큼이나 무게가 있고 길다.

양 조절을 실패하면 학습자들의 머리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흘려 버려진다.      


강의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늘 많이 준비해 가는 것을 좋아한다. 밥이 모자라 손님들이 배를 주리는 것보다 밥이 남아돌아도 푸짐하게 손님을 대접 하고 싶은 주부로서의 나의 습성이 여기에서도 베이는 듯 하다. 남편의 피드백에도 불구하고 나는 혹여나 시간이 남을 걸 대비해서 조금 넘치듯이 내용을 준비해갔다. 정말 좀 느슨하게 느껴지는 템포로 진행하겠노라 다짐을 했다. 하지만 막상 티타임을 시작하면서 열심히 들어주고 자료를 사진 찍는 참가자들의 모습에 저절로 신이 나서 또 열정적인 강의 모드로 들어가 버린다. 귀한 시간을 내준 그분들의 마음이 고마워 하나라도 더 말해주고 싶은 조급함까지 더해 전반적인 티타임도 또 강연 같은 모습으로 변해버린다. 결국 3차 티타임도 예상 시간을 좀 더 오버 해버렸다.      


하지만 다행이 이번에는 준비한 내용의 1/3은 나가지 않고 멈춤하고 질의 응답 시간을 좀 더 가지는 변화를 주었다. 1,2차 모임때는 모임의 성격도 불분명하고 참가자들도 크게 질문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3차 모임으로 접어들수록 참가자들의 질문의 수도 늘어 났다. 다루는 내용이 많이 구체적인 부분이기도 했지만, 횟수를 거듭할수록 서로 마음의 벽이 조금은 낮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앵콜 번개 모임

 두 번째 모임이 있는 날 아침 일찍 오시기로 한 분이 불참을 알려왔다.      




진심이 담긴 문자라 기꺼이 그분과의 만남을 계획했다. 기왕이면 추가 참가자들을 모으기 위해 당근 앱에 앵콜 모임을 공지했다. 비록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3분의 참가자들과 함께 지난 수요일 앵콜 모임을 진행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상황에서 모임을 진행해보는 게 나에겐 의미있는 경험이기에 기꺼이 추가 모임을 가지기로 했다.      


그런데 이번 앵콜 모임은 단 3명의 참가자 뿐 이였지만 참가자들의 자녀 나이와 배경이 참 달랐다. 한 분은 아이가 없고 한 분은 미국에서 몇 년 사시다가 온 리터니로 자녀가 중3이고, 나머지 한 분도 유럽에서 몇 년 사시다가 오신 분이고 아이가 이제 5살이라 했다. 딱 3명이지만 각기 경험과 필요한 정보가 달라 모임 초반부터 난관이 예상되었다. 결국 2차 티타임의 내용을 다 전해 주기 보다 각자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 주는 쪽으로 모임의 성격을 조정했다.      


특히 미국에서 오신 리터니의 자녀는 우리 둘째와 나이, 성별이 같았다. 게다가 그분이 사시던 곳도 우리가 살았던 딱 그 나라 그 도시였다. 고향 사람을 만난 듯한 격한 공감을 하며 폭풍 수다를 떨었다. 그리고 유럽에서 사셨다는 분은 이미 영어 수준이 꽤 높으신 것 같아 내가 준비한 내용보다는 그분이 하신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듣는 게 더 낫겠다 싶었다. 그래서 앵콜 모임은 애초에 계획한 이야기보다는 공식 모임을 끝내고 뒷풀이같은 느낌으로 그분들과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는 것으로 이어졌다. 애초에 이 엄마표 영어 티타임이 그런 취지도 있고 덕분에 같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인맥을 넓히는 기회도 되어 의미가 있었다.  

    

응원의 메시지

2차 모임의 성공과 뜻하지 않은 앵콜 모임까지 한 이후라 나의 자신감을 많이 부풀어 올랐다. 게다가 3차 모임을 끝내고 얼마 안되어 오늘 처음으로 방문하신 분이 채팅 문자를 주셨기에 내가 하는 일에 대한 확신이 더 들게 되었다.      



형식상 하는 인사일 수 있지만 그래도 나의 횡보에 힘을 실어주시는 분이 계셔서 고마웠다.

그리고 오후엔 또 같은 학교 근무하시는 선생님이 고맙다며 손수 담그신 매실 엑기스를 선물로 주셨다.

시간을 내어 함께 해주시는 것도 감사한데 나의 열의와 수고를 알아주시기까지 해서 힘이 났다. 사실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동료에게 이런 따뜻한 공감을 얻기란 쉬운 일이 아님을 알기에 더욱 그 마음이 감사했다. 처음으로 그 분과 커피 수다를 떨며 오후를 여유롭게 보냈다.      


아이들이 모두 없는 저녁 시간 난 그날의 수업 내용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그 순간을 놓치기 싫었다. 그래서 하루 종일 말을 엄청 해댄 날이긴 하지만 세 번째 모임의 내용을 집에서 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에 업로드 했다. 그저 나의 기억을 위한 소장품이라는 생각으로 유튜브를 시작했다. 그날 영상도 그런 용도로 제작하고 업로드했다.


그런데, 금요일 모임에 못 오신 분이 나의 유튜브 채널에 오셔서 시청하신 모양이다. 채팅방으로 아래와 같은 문의를 해오셨다.      


 누군가가 시간을 내어 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준다는 것이 또한 감사하다.       


다음 모임 계획

현재까지 총 세 번의 정기 모임과 한 번의 앵콜 모임의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차 모임 : 나의 이력과 미국 유학 및 자녀 영어 교육 경험을 소개하여 나의 전문성을 어필함.

  2차: 모임의 전반적인 목적, 목표, 영어 교육의 방향, 키워야할 필수 능력을 설명하여 전반적인 모임의 비전과 로드맵을 제시함.

  앵콜모임: 1차, 2차를 복합적으로 전달한 후 오신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진정한 티타임을 가짐.

  3차: 영어를 즐기기 위한 필수 아이템, 영어 독서! 이를 위를 구체적인 역량 키우기 <발음편>     


너무 많은 사람들이 오면 각기 다른 니즈를 맞추는 것도 현재 상황에서는 지나친 챌린지가 될 것 같다. 속닥한 지금의 동네 마실 분위기의 티타임을 운영하는 게 여러모로 메리트가 있다. 다음 4차 모임은 설연휴가 있는 주간이다. 지난 번 모임과 같은 정도의 사이즈가 이번에도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당근 앱으로 동네 사람들에게 4차 모임 홍보를 시작했다. 설연휴가 끝나고 지친 엄마들이 모임에 다시 오실 지 미지수이다.      


3차 모임을 끝낸 금요일 저녁 정말이지 늦은 밤 거의 새벽 2시까지 남편과 앞으로의 계획과 구체적인 팁에 대해 이야기했다. 현재처럼 주제에 대한 전문성을 살려 전달하되 엄마들 서로 간에 정보 공유, 열린 마음으로 한발 다가갈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는 것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결론이다.      


4차 티타임의 내용은 3차 모임의 내용에 대한 보충/심화/실습의 기회를 가지고 더불어 엄마들 사이의 마음의 벽을 허물기, 소소한 나의 미국 생활 이야기를 통해 모임의 전체적인 톤을 한 단계 가볍게 하기로 했다. 자녀의 영어를 위한 노하우를 전하고 엄마들의 불안한 마음을 헤아려주며 엄마들 스스로도 영어 공부를 하고 싶어지고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방향으로 운영해보기로 했다.       


꿈을 꾸는 건 자유

  총 8회로 계획한 이번 엄마표 영어의 1기 프로젝트는 <엄마표영어 티타임>의 개론에 해당하는 셈이다. 총 8차시의 모듈로 구성된 베타 버전이 완성되면 좀 더 적극적으로 <엄마표영어 티타임>을 홍보할 생각이다. 그리고 3월 개학이 되면 나 같은 직장 맘도 참여할 수 있도록 스케줄을 이른 저녁으로 바꾸어서 참여자의 폭을 넓힐 생각이다. 1기 이수자들이 이어 2기, 3기로 개론에 해당하는 강좌를 꾸려나가며 조금씩 수정 보완할 생각이다.      


그리고 1기 이수자들이나 특정 부분에 좀 더 심화 학습을 원하시는 분들을 위해 특정 부분을 심화하는 별도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이다. 그렇게 나의 콘텐츠를 실제 학습자들과 함께하면서 구체화하고 확장할 계획이다. 무료 강의를 하면서 나의 콘텐츠를 축적시키고 나의 찐 팬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목표이다. 온라인 상에 나와 비슷한 목표를 가지고 나에게 롤모델이 될 만한 사람들은 꽤 많다. 그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컨텐츠를 쌓아 올려 일정 수준의 구독자가 되면 대부분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유료 강의나 상담과 같은 수익 사업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었다.      


현직 교사라는 직업의 한계 때문에 그런 유튜버나 강사들처럼 사업을 벌일 수는 없다. 하지만 나의 역량을 구체화하고 나라는 사람이 가진 경험과 역량을 남에게 도움이 되도록 가공하는 것은 추후 나의 횡보에 큰 발판이 되리라 믿는다. 펄스널 브랜딩(Personal Branding), 즉 나의 고유한 경험과 역량, 그리고 영역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올 해 목표이다. 비록 화려한 스펙의 소유자는 아니지만 영어 공부에 미쳐 보낸 시간과 그 열정 덕분에 할 수 있었던 도전과 새로운 경험을 소박하지만 정겨운 들꽃처럼 그리고 잔잔한 강물의 물결처럼 사람들과 나누고 나의 배움이 그들에게 스며들게 하고 싶다.      


“You are so ambitious.”

나에게 이 모임은 그저 먼 미래를 향해 쏘아 올리는 작은 화살에 불과하다. 무모해 보일 만큼 작은 움직임이라도 그게 나의 꿈을 겨냥한 것이기에 나에게는 소중하고 의미 있는 도전이다. 새로운 한 해 또 새로운 도전으로 거듭나는 내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 나를 쭉 지켜보던 우리학교 원어민 선생님이 “You are so ambitious.”라고 말한다.

꿈이 많다는 뜻이다.

하고 싶은 일들이 있다는 뜻이다.

맞다.

난 꿈이 많고 하고 싶은 일들이 있다.

“I am so ambitious.”

새해 내 스스로에게 다짐해본다.

나는 꿈이 있다.

나는 하고 싶은 일들이 있다.

나는 그걸 해낼 힘이 있다.           


참고

<엄마표영어 티타임> 유튜브 강의 내용 : 영어 공부의 방향/로드맵/수능1등급을 위한 필수템

https://youtu.be/jCLarkbBIYc


<엄마표영어 티타임> 유튜브 강의 내용 : 영어 발음편

https://youtu.be/9HruvpXwtx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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