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y Soon Feb 08. 2023

#7. 네 번째 엄마표영어 티타임 후기

: 음식을 나누는 사이

설 연휴를 끝내고 지치셨을까?

대한민국에서 설 연휴는 엄마들에게 대단한 스트레스를 안겨준다. 물리적인 힘든 노동과 심리적 노동이 최대치에 이르는 기간이라 말 할 수 있다. 맏며느리가 아닌 나는 그나마 힘든 노동으로부터 자유롭기에 참 감사하다. 하지만 심리적 노동은 어쩔 수 없다. 아무튼 설이 일요일이라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들 재충전을 할 시간이 있어 다행이다. 금요일에 있을 엄마표 영어 티타임에 다들 변함없이 참석할 것 같았다.     

 

그런데 수요일 저녁이 될 때 까지 아직 신청 문자가 한 통이 없었다.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 역시 연휴 후유증 때문이겠지? 또 한편으로는 ‘아마 전날 저녁까지는 신청 댓글이 달릴거야’ 하고 혼자 위안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목요일 오전이 되니 늘 신청하시는 분들이 줄지어 신청 댓글을 남겨주셨다. 잠시 내 마음을 괴롭힌 부정적인 생각이 싹 사라졌다. 기분 좋게 또 다시 모임에서 할 것들을 체크 해봤다.      


간략한 모임 주제 소개

지난 모임에서는 영어 발음의 중요성과 발음을 향상 시키는 방법에 대한 개괄적인 내용을 다루었다. 이번 주는 발음을 향상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심화 연습을 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왜 영어 발음을 좋게 해야 할까?

어떻게 영어 발음을 좋게 해야할까?

무엇을 가지고 영어 발음을 좋게 해야할까?

그 연습의 효과는?     


가급적이면 내 모임의 이야기에 학술적 뒷받침을 하고 데이터에 근거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 격으로 접근하면 이도 저도 아닌 그저 동네 아줌마 수다방이 될 것 같았기에 좀 귀찮더라도 매주 관련되는 학술 논문을 뒤져서 소개를 하려고 하는 편이다.


이번 주는 ‘왜 발음을 좋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과 관련해서 의사소통을 하려는 의지 (Willingness To Communicate)에 대한 논문을 소개했다. Yashima, Zenuk‐Nishide, & Shimizu (2004). 학술 논문이 일반인의 눈에는 그저 뻔해 보이는 사실을 숫자 놀이한 듯처럼 보일 수도 있다. 나 역시 그 세계로 입문하기 전 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인간은 아주 복잡다단한 총체라 인간에 대한 어떠한 현상을 과학적 접근으로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구체적으로 알아낼 수 없기에 그래서 학자들의 연구 논문은 의미가 있다.      


이 논문은 한 가지 흥미로운 결과를 내놓았다. 외국어로 의사소통을 하려고 마음을 먹는 사람들은 대체로 실제적인 외국어 능력이 좋기보다는 스스로 좋다고 믿는 소위 ‘자신감’이 높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논문의 전체를 정리해서 티 타임에 소개하기로 했다. 이 논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12. 영어로 먼저 말을 건네 본 적이 있나요? 1부~ 5부>에 수록했다. 혹시 관심이 있으신 분은 아래 링크를 타고 일독해 보시길 권한다.


손에 한 보따리씩 들고 한 방 가득 채운 엄마들

드디어 네 번째 모임을 하러 엄마들이 제법 시간을 맞추어서 오신다. 첫 모임은 거의 20분 가량이 지연되었는데 이젠 그 시간이 당겨지고 있어 다행이다. 그리고 설을 쉬고 넉넉한 마음을 정성스런 음식으로 나누고자 몇몇 분들이 무언가를 들고 오셨다. 테이블 한 가운데 커피며 과자, 군고구마, 귤을 놓고 먹어가며 즐겁게 모임을 시작했다. 참 감사했다.      


세 번째 모임을 하기 전 내심 ‘음식으로 정을 내는 분이 있을 법도 한데 아직은 서로 낯설은 가보다 혼자 생각하고 서로 조금 인화 관계가 생기도록 내가 조금 노력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심전심이 된 듯 했다. 어쩌면 서로 아무 관계가 없는 그저 일회성의 만남일 수 있지만 그래도 함께 하는 사람과 무언가라도 나누고 싶은 그 따뜻한 마음을 보여주셔서 참 고마웠다.      


네 번째 모임을 끝내고 오후에 바로 온라인 쇼핑으로 명찰을 한 세트 샀다. 아무래도 모임에서 쓰는 서로의 닉네임을 불러주는 것이 친해지기 위해 제일 필요할 것 같았다. 다음 모임에 하나씩 나눠드리고 가슴에 달고 하면 서로 닉네임을 익히게 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유연성! 그걸 잊지 말자

애초에 엄마표 영어 티타임은 8주간만 진행할 것을 목표로 했다. 사실 신청자가 꾸준히 있을지 또는 아예 한 명도 없을지 미지수였기에 8주간만 목표를 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나의 예상과 달리 매주 꾸준한 출석률과 엄마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을 확인하고는 3월 개학이 되어도 쭉 해보기로 목표를 재설정했다.    

  

나의 본업인 중학생을 가르치는 것보다 사실은 엄마들에게 이렇게 영어를 가르치고 영어 코치로 만드는 이 일이 은근 더 재미가 있다. 다들 마음을 열고 성실히 모임에 임해주시니 스터디지기로서는 참 행복하다. 더 이상 아무도 찾아오지 않으면 티타임은 저절로 중단이 되겠지만 그런 상황이 현실이 된다 하더라도 나는 또 다시 플랜 B를 생각해서 소통의 창을 궁리할 지도 모르겠다. 이제야 찾은 나의 숨은 열정을 앞으로 쭉 이어 나가고 싶다.      


엄마들의 참여

애초의 8주 커리큘럼을 마음에 두고 있을 때는 매 차시마다 마치 진도에 쫓기는 듯한 마음을 가지곤 했다. 바쁜 시간 내어 오시는 엄마들에게 뭔 가라도 쥐어 보내고 싶은 마음도 그런 빠른 진행의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8주의 커리큘럼을 완성하는 것 보다 참가하는 엄마들의 실질적인 연습도 시키고 질문의 시간을 좀 더 가져서 그들이 알고자 하는 것 그리고 염려가 되는 것에 더 귀를 기울이기로 했다. 그게 나에게는 큰 방향키가 될 것이기에 절대 일방적인 강연이 아닌 엄마들의 참여가 여러모로 좋을 것 같다.      


여전한 남편의 피드백

네 번째 모임 후 남편의 피드백은 또 한결 같았다.


강연이 아니다.

빠른 물살처럼 몰아치지 말고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처럼 템포조절이 필요하다

유머와 일상의 에피소드를 넣어 가벼운 분위기여야 엄마들도 부담없이 자기의 이야기를 한다.     


참가하는 엄마들에게 내가 주도하는 강연과 그들의 이야기를 꺼내게 하는 캐주얼한 티타임 사이 어디 지점이 딱 좋을지 그 황금비율에 대한 감이 중요할 것 같다.

주입식에 익숙한 대한민국 교육을 받은 엄마들이라 일방적인 강연을 더 유익하다 할까?

삶의 경험과 자신의 현재 고민을 나누고 지혜를 모으는 시간이 더 유익할까?

서로 낯이 익고 횟수가 거듭될수록 차차 그 균형점을 찾을 수 있으리라 희망한다.      


엄마표 영어 티타임을 하길 참 잘 했다.

실제 엄마들과 매주 하기로 한 약속 때문에라도 매주 고민하고 구체적인 티칭 자료를 제작한다. 한 주간 연구하고 실제 엄마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나의 경험과 배움을 남들과 공유하는 기쁨은 삶의 활력이 된다. 내가 인정받는 그 느낌은 참 중독성이 강하다.       


한 주간의 노력을 다시 차분하게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한다. 가능하면 티타임 당일 혼자 저녁 시간 다시 파워포인트를 넘기며 영상을 찍는다. 그 덕분에 물리적인 참가가 힘든 분들께도 나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 매주 구독자가 조금씩 늘고 있다.      


일련의 고민과 실천 덕분에 나의 장점, 경험, 배움, 노하우가 다 묻어나는 분야가 바로 이 엄마표 영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많은 엄마들이 나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아이의 영어를 위해 애쓰기 위해 매주 꾸준히 모인다는 사실이 경이롭다. 예전 우리 엄마 세대들과 현재 엄마 세대는 너무 다르다. 현재의 엄마 세대들은 배움의 열정이 크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정한 엄마표 영어 티타임의 최종 goal은 그 학습자들의 니즈를 정확히 관통하고 있는 것 같아 너무 잘 만들었다는 생각에 괜히 혼자 으쓱 거려진다.      


닻을 올렸다.

배가 항해를  시작했다.

목표지점이 아직은 멀기에 희미하다

망망대해에 가는 길이 정해져 있을 리 없다.

하지만 일단 닻을 올리고 항해를 하고 싶다는 마음의 열정을 외면할 수는 없다.

먼 목표를 선명하게 그리진 못하지만, 매주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구체적이다.

매주의 선명한 점이 하나씩 생기면 언젠가는 그 점들이 모여 멋진 무언가가 되어 있겠지?     


5년을 모방, 집중

햇살 좋은 오후 산책하던 중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나의 삶의 타임라인에서 내가 열심히 살지 않은 때가 있었던가?


10대 : 치열한 입시 공부

20대 : 더욱 치열한 교사 임용고시 공부

30대 : 세상 제일 힘든 두 아이의 출산과 육아

40대 : 또다른 챌린지 5년간의 미국 석사 박사 과정 공부

50대 : ???     


50대의 내 모습은 또 무얼 향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까?

‘그게 뭐가 되든 40대 후반인 지금 앞으로 5년간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에 몰두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살지 않은 때가 없었으니 앞으로 5년간 더 그렇게 산다고 뭐가 그리 대수일까? 다만 그게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면 그보다 행복이고 감사한 일이 또 있을까? 40대 후반인 지금 내가 돈을 받지 않고도 즐겁게 기꺼이 하고 싶은 일은 감사하게도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다.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엄마들에게 엄마표 영어 코치가 되게 만드는 일. 남은 나의 인생의 타임라인에 그런 나의 열정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기록될지 기대가 된다.


그날 저녁 우연히 유트브를 클릭하니 사업 성공을 이룬 유명 유튜버의 나의 성공비결을 ‘5년간의 모방과 집중’이라는 타이틀이 눈에 확 들어왔다.      


5년을 모방과 집중해보세요.

못 이룰 게 없을 겁니다.      



나에게도 그런 5년과 그런 성과가 허락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하루하루 즐겁게 채워나가보려 한다.   

    

참고 문헌 및 자료

- Yashima, T., Zenuk‐Nishide, L., & Shimizu, K. (2004). The influence of attitudes and affect on willingness to communicate and second language communication.


 함께 읽으면 좋을 글:


매거진의 이전글 #6. 세 번째 티타임 후기: 제법 친구가 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