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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 Soon Feb 13. 2023

# 15. “엄마표 영어! 안 하고 말겠노라”

: 넓게 멀리 엄마표 영어 20년 보고서(1부)

❚엄마표 영어란?

‘엄마표 영어’라는 말의 유래를 정확히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최근 읽게 된 책<새벽달 엄마표 영어 20년 보고서>에 의하면 “엄마표 영어란 ➀영어 그림책과 영어 영상물을 재료 삼아 ➁0~12세 어린이에게 ➂영어 소리를 꾸준히 의미 있게 들려줌으로써 ➃아이가 영어를 모국어처럼 자연스럽게 습득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p.22)라고 적혀 있었다.     


사실 2000년대 초반에 육아를 시작한 나로써는 그 “엄마표 영어”가 그런 구체적인 뜻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몰랐다. 물론 극히 제한적인 엄마표 영어에 대한 정의고 현재에는 더 많은 양상으로 변모했지만 자녀의 영어 습득을 위해 엄마가 하는 일이 ‘영어 그림책과 영어 영상물을 루틴하게 들려주기만 하면 된다?’는 오해를 가져 올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영어 원서와 영상물을 노출해주기만 하면 아이들의 영어가 저절로 느는 지 사실 영어 전공자인 나도 모르겠다. 그리고 엄마들의 손에 온전히 그 과정을 맡기면 되는 것 인지 역시나 의문이 든다.      


❚언어: 이해의 도구와 표현의 도구

우리나라 아이들이 우리말을 배우는 과정이 비단 집에서 엄마와 하는 대화, 우리말 영상물 보기, 우리말 책 읽기로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우리말을 배우고 일정 나이가 되면 아이는 학교라는 정규 과정에 들어가서 우리말을 도구로 다양한 지식을 배우게 된다. 지식을 배우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우리말이 이해의 도구로서 또한 자신의 메시지를 표현하는 도구로서 사용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언어가 폭발적으로 발달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초1을 마친 후 미국으로 간 아들과 초1 직전에 미국으로 이민 온 아들의 친구는 우리말 수준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였다. 아들 친구인 그 꼬마는 우리말을 읽고 쓰기를 제대로 해보지 않은 채 미국으로 이민을 온 경우이다. 그 이후 우리말을 학습의 도구로 사용하지 못 한 채 집에서 겨우 일상적인 한국말만 하며 지냈다. 그 결과 서서히 우리말을 잃어 버리고 있는 걸 지켜봤다. 한편, 초1을 마치고 간 우리 아들의 한국말은 굳건히 자리를 잡은 수준이다. 유치원 수준의 우리말만 배우다가 초등학교 입학 후 학습이라는 도구로서 우리말을 사용해 본 아이는 그 경험을 통해 우리말의 발달이 현격하게 이루어 진다.           


❚언어: 이해의 도구와 표현의 도구

언어는 지식의 습득이나 소통의 수단을 위해 사용되는 도구로 쓰일 때 급격히 발달한다. 이는 영어에도 마찬가지이다. 엄마표 영어의 교육과정을 12세까지 목표로 삼고 그 이후의 교육과정과 연계성에 대해서는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은 채 그 때까지 영어 발달에 온전히 정성을 기울이면 나머지는 다 좋을 거야라고 믿는 것이 참 안타까운 일이다. 뒷 일은 모르겠고 그 나이까지 전력을 다해 질주하겠다는 듯이 비칠 수도 있기에 엄마표 영어는 다소 위험해 보인다. 처음 출발선부터 아이의 영어 발달에 대한 빅 픽쳐를 먼저 분명히 그리고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영어 교육 현장에서 20년가량 티칭을 하며 초등 영어와 중등 영어의 비연속성으로 인해 그 엄청난 엄마들의 노력과 정성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경우를 참 많이 봐왔다. 사실 12세 이후부터 아이가 받게 되는 교육이 연계성이 있는 후속 조치 또는 추후 활동일때 아이의 영어 능력 발달은 눈에 띄게 발달한다. 엄마표 영어 혹은 초등시절 영어교육과 12세 이후의 교육과의 연계성이 참 중요하다. 이는 나만의 생각이 아니다.      


❚중등 영어가 진짜 중요하다?

독일 1,431개 중학교의 15~16세(우리나라 중1~ 중2) 영어 학습자 약 2만명(19,858명)을 대상으로 한 Baumert(2020) 연구에서도 초등1학년에 시작하나 5학년에 시작하나 결과적으로 중3졸업 할 즘 영어 실력은 별로 다른 것이 없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발견되었다. 중고등학교에서 5년이 지나고 나면 일찍 영어를 시작해서 장기간 영어에 노출된 것의 잇점은 소실된다고 설명했다. 연구에서는 장기간 영어 노출이 효과가 없다기 보다는 중고등학교의 초등 영어 교육과 연계성이 없고 비효과적인 영어 교수를 한 것을 의미한다고 보고했다. 신입생들이 쌓아놓은 영어 능력을 중고등학교에서 제대로 심화, 강화 수업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서서히 소실 되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연구에서도 밝힌 것처럼 비록 독일의 학교를 대상으로 한 연구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이런 상황에 놓여 있는 우리 자녀들에게 영어책 읽어 주기, 디즈니 애니메이션 시청이 소용이 없다는 것은이 결코 아니다. 다만 그 후속 조치 또는 추후 활동에 대한 방향성에 대해 엄마 스스로 중심을 잘 잡을 필요가 있다는 말을 하고 싶다.  
 

아이의 영어도 우리말처럼 학습의 도구로서 사용될 때 폭발적인 향상을 이룬다. 결국 제 아무리 엄마표 영어의 헌신적인 노력과 희생의 덕분으로 12세까지 열심히 언어 노출을 했다 하더라도 그 아이의 영어 발달이 지식의 습득의 도구로 그리고 소통의 도구로 사용되지 못할 때 안타깝지만 그간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대부분 엄마표 영어를 한 아이들이 중학교를 입학하면서부터 별다른 탁월성을 나타내지 못 하는 것은 거기에 있다.      


❚상상만으로도 숨이 턱 막히는 엄마표 영어

다음으로 엄마표 영어가 이중 언어 노출을 지나친 강조를 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엄마표 영어를 한 영어 맘들은 대체로 아이가 유치원이나 초등학생일 때 상식선에서 납득할 수 없을 만큼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열정을 투입한다. 우리 아이들이 유치원 초등학교 저학년이었을 때 우리 딸 아이의 엄마는 직장맘이었음에도 불구하며 매일 방과후 아이가 집에 오면 혼자서 스스로 디즈니 영어 비디오를 시청하는 루틴을 하도록 교육시키는 걸 봤다. 3년 터울의 그 자매는 엄마가 저녁에 퇴근해 오기 전에 매일 그 루틴을 지켜나가는 것을 철칙으로 했다. 그 아이들의 할머니는 가끔씩 그런 며느리의 교육 방식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엄마의 무서운 모성애에 나는 두손 두발 다 들었다. 물론 나 또한 대한민국 엄마이지만, 그 엄청난 에너지를 자녀의 영어를 위해 투입하고 아이들을 몰아 부치는 엄마가 될 엄두 조차 내지 못 했다. 직장맘으로 그 루틴을 철저하게 지키며 매일을 살아내 간다는 것은 엄청난 결의와 결단이 필요하다. 그래서 엄마표 영어가 열풍인 시대에 직장맘인 나로서는 그런 엄마표 영어라면 안 하고 말겠노라 결심했다.      


물론 내가 감히 따라 할 수도 없는 엄마들의 열정이지만 아이들이 감내해야 할 희생에 비하면 그 또한 별로 괴로울 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의 굳은 결의는 말 그대로 자신의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고 엄마 스스로 결단을 내린 것이니 정 힘들면 그만 할 의지도 역시 본인이 들고 있다. 하지만, 아이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그것 만큼 괴로운 것이 없을 것 같다. 이유도 모른 채 자신의 양육을 책임지는 사람이 하루도 아니고 이틀도 아니고 매일의 시간들을 그렇게 정해놓고 지켜내기를 강요한다면 상상만으로도 숨이 턱 막힌다.      


❚불안하면 지는 엄마표 영어

엄마표 영어를 하는 엄마들은 규칙적인 영어 노출을 하면 성공적인 영어 습득이 된다고 그저 믿는 것처럼 보인다. 그 강한 신념 만큼이나 자녀가 그 매일의 루틴을 거부할 경우 경쟁에서 낙오가 될까봐 초조함을 가진다. 소위 말하는 그 영어 노출의 루틴화에 실패한 또는 엄마표 영어를 실패한 사람들은 그 이후로 입을 다문다. 그들의 이유에 대해서 대중도 관심이 없다. 대신 나름 성공을 했다고 하는 사람들은 다들 매일의 계획과 꼼꼼한 자신의 행적을 큰 자랑삼아 여기 저기에서 목소리를 낸다.      


솔직히 말하건데 나는 그들의 정의대로 하자면 엄마표 영어를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엄밀히 말하면 나의 20년 엄마표 영어 보고서는 그들이 말하는 성공담과는 정반대일 수 있다. 나의 엄마표 영어는 12살이라는 나이로 정하지 않았을뿐더러 단순 영어 노출을 영어 발달의 결정적 요소라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엄마들의 역할이 그렇게 환경 조성을 하는 것으로 국한 시킨다면 미안하지만 난 엄마표 영어를 한 사람이라 할 수 없다. 더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나는 내 아이에게 그런 매일의 빡빡한 루틴을 강요할 자신도 협상의 기술도 없다. 아이를 설득시킬 명분도 없고 윽박지르듯이 꾸역꾸역 매일의 루틴을 12년 씩이나 해낼 자신도 없다. 그때도 없었고 지금도 없다. 사실 그럴 마음 자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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