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y Soon Feb 13. 2023

# 16. 영어 세상에서 직접 살아 보게 해주는 것

: 넓게 멀리 엄마표 영어 20년 보고서(2부)

❚내가 한 엄마표 영어

영어로 업을 삼고 있는 영어 전공자이자 영어 교사이지만 애초에 우리 두 아이에게 그런 영어 영상 노출을 루틴화 시킬 생각도 마음도 먹지 않은 건 천만다행이다. 내가 한 엄마표 영어는 사실 성격이 많이 다르다. 애초의 목표를 12세 나이로 국한시키지 않았다. 왜 엄마표 영어가 나이를 12세, 초5학년으로 했는지 알 수는 없다. 추측컨대, 중학교 들어가기 1년 전부터는 학원에 일임을 하기로 마음을 먹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니면 무언가 다른 종류의 영어로 갈아탈 마음이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워낙 대한민국의 영어 교육은 초등 영어와 중등 영어가 다르기로 정평이 나있으니 제 아무리 엄마표 영어를 한 엄마라고해도 초등 영어의 모드를 아이가 중학교 입학 한 이후에도 쭉 몰아부칠 확신이 없었기 때문일 것 같다.      


나는 영어 영상물에 대한 신념을 그렇게 가지지 않았다. 영어 영상물에서 얻는 부분도 물론 있다. 하지만 영어 영상물을 모든 아이가 좋아한다고 할 수 없고 그것의 부작용도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즐기지도 않는 영상을 그저 루틴을 위해 미련하게 할 건 없다. 아이마다 좋아하는 부분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영어 책만큼이나 영어 영상 시청을 유도하는 것은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니다.      


나 스스로 영어 영상물 시청의 루틴화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기에 나는 영어책 읽어주기에 열심을 냈다. 영어 도서관도 자주 다니고 영어책 대여 서비스도 해보고 생활비 상당 부분을 영어책 사는 데 투자한 적도 있었다. 집의 거실 벽면 두 면은 책장으로 채워졌다. TV도 아이들이 어릴 때는 없었다. 나중에 초등 입학 할 무렵 노트북으로 아이들에게 영어 영상을 저녁밥을 준비하는 시간에 조금씩 들려준 게 영어 영상 노출의 전부이다.

     

영어 책 읽기와 영어 영상의 노출을 메인으로 한 대부분의 엄마표 영어와 달리 내가 한 엄마표 영어는 좀 다르다. 나의 엄마표 영어의 특징은 영어 세상에서 직접 살아 보게 해주는 것이다. 영어 쓰는 나라에 가서 사는 데 영어 발달을 위해 엄마가 따로 무슨 역할을 더 해야 하나? 의문이 생길 수 있더. 그냥 그곳에 사는 것 만으로 저절로 영어가 늘지 않을까 싶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실은 그렇지 않다. 어느 나라에 가서 사나 아이의 영어 독서 습관 없이는 그 언어를 제대로 배울 수 없다. 그리고 아이의 독서 습관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엄마의 에너지가 요구된다. 영어 독서 습관에 대해서는 나중에 좀 더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다.       


다신 원래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나의 엄마표 영어는 그런 영어 영상물을 보여주기 보다 실제 영어권 나라에 가서 살아봐 주기를 선택했다. 당시 주변 지인들은 나에 대한 오해를 좀 하고 있는 듯 했다. 내가 정말 엄청난 기동력의 수퍼파워 대한민국 아줌마라는 오해와 나의 재력에 대한 오해를 하는 듯 했다. 그들의 눈에 나의 결단은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할 만큼 극단적이었고 그리고 재력이 있어야 가능한 생각이라 단정지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결코 수퍼 파워 아줌마도 아니고 재력가는 더더욱 아니다.      


다만 세상의 모든 것은 기회 비용을 치르고 선택을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매일의 결단과 열정을 지불하며 대부분의 엄마표 영어를 강행하는 엄마들처럼 나는 15년간의 교사 생활로 모은 돈을 그 선택을 위해 쓰기로 했다. 물론 그 선택이 많이 극단적일 지도 모른다. 사실 엄마표 영어의 다양한 양상을 좌표로 그린다면 나의 엄마표 영어는 그 스펙트럼의 거의 끝자락에 있을 만큼 흔치않는 경우인 것은 사실이다.      


❚엄마의 역할

여기서 잠시 아이의 영어 발달에 대한 빅 픽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야 할 것 같다. 그렇게 극단에 가까운 형태의 엄마표 영어를 하게 된 이유는 바로 그 빅 픽쳐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인생은 배움의 연속이다. 아이는 비록 엄마품에서 영어를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 할 지라도 평생 그 배움을 이어나갈 것이다. 세상 엄마들은 그걸 잘 알고 있고 아이 영어 시작을 엄마인 자신과 함께하는 것을 희망한다.      


평생 배움의 핵심은 바로 배움을 즐기는 데에 있다. 12세 까지 마치 군 복무를 마치듯이 감옥살이를 하듯이 그렇게 인내하듯 시간을 보낸다면 그 12년의 세월은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즐거울 가능성이 참 희박하다. 게다가 아이들은 대체로 엄마가 뭘 하자고 하는 것에 대해 일단 ‘싫어’부터 외치고 시작하는 게 태반이기 때문이다.      


유년기의 영어 노출을 위해 인내의 세월을 보내기 보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전해 줄 것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의 즐거움과 새로운 것을 배우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단순 영어 노출의 인고의 세월을 참아주는 것 보다 서로에게 더 유익하고 즐거움을 줄 수 있다. 평생 학습자로 살아가는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은 스스로도 평생 학습자로서의 삶의 자세와 태도를 습득해 간다. 영어 노출로 영어를 습득하는 데에 초점을 두기 보다 세상 지식을 평생 습득해 나가는 과정에 초점을 두는 것이 결국 아이의 영어 발달에도 훨씬 더 도움이 된다.      


엄마품을 떠나서부터 본격적으로 영어라는 도구를 스스로 연마해야 한다. 그 과정은 쉽거나 즐겁지만은 않다. 그리고 온전히 스스로가 주인이 되어서 해나가야 할 부분이다. 게다가 아이가 닦아야 할 도구는 영어가 전부일 리가 없다. 현재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어떠한 능력이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시대에 요구될 지도 모르겠다.      


그 방대한 배움 중에 영어를 배운 것은 하나의 작은 퍼즐 조각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작고 작은 조각인 영어를 배우게 하는 과정이지만 나는 그 단순한 퍼즐 한 조각을 아이에게 일찍 보여주기보다는 전체 그림의 한 조각을 찾아 넣는 과정을 보여주기로 했다. 엄마인 나 스스로  새로운 것을 배우며 발전해가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기로 했다. 기왕이면 영어가 쓰이는 세상에 가서 배움을 이어나가는 모습, 그 세상에서 살아가는 법을 보여주기로 했다.      


그 과정이 만만하거나 녹녹하지는 않았다. 나도 남편도 그랬고 우리 아이들도 그랬다. 아들이 초등 4학년일 무렵부터 다니던 교회 소속의 작은 학교에는 우리 아이들이 유일한 외국인이었다. 그 학교는 학생들에게 프로젝트형 수업을 많이 시켰다. 각자 조사를 하고 무언가를 앞에서 발표하는 활동이 많았다. 점점 학년이 높아지니 그 발표의 깊이와 길이가 커져 갔다. 어느날 저녁 자기 전 여느때와 다름없이 기도를 해주려고 할 즘이었다. 아들이 내게 물었다.     


“엄마, 엄마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이 떨리지 않아?”

“엄마, 나는 한 달 후에 있을 그 발표가 벌써 부터 걱정이 되고 생각하면 마음이 힘들어.”     


나 또한 대학원 수업에서 유일한 외국인이었기에 아들의 그 심정이 백분 이해가 되었다. 아들은 아들의 레벨에서 나는 나의 레벨에서 서로 비슷한 도전을 맞이하고 그걸 헤쳐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다만 나는 어른이었기에 나의 불안과 걱정을 최대한 나의 통제권 안으로 넣기 위해 이런 저런 준비를 하기에 그 불안이 큰 불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들은 이제 그러한 것에 대한 배움을 시작하는 단계이다. 다행히 아들은 그런 마음의 불편함을 내게 솔직히 터놓았다. 특히 자기 전 아들과 대화가 가장 많이 활발하게 되는 때였다. 하나의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근 40분 가량 자는 시간이 지연된 적도 있었다. 아무튼 새로운 나라에서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에서 나의 배움도 아이의 배움도 참 컸다. 무엇보다 나의 배움의 태도를 우리 아이들은 많이 목격했다.      


“엄마도 그렇게 떨리는 순간들이 참 많아. 그런데 엄마는 한 시간 운전을 해 가는 동안 내가 떨려하는 그 순간을 머릿속으로 최대한 자세히 미리 그려봐. 내가 두려워 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내가 두려워 하는 그 순간을 최대한 슬로우 비디오로 흘려보는 거지. 그러면 깨닫게 돼. 내가 딱히 꼭 집어서 두려워 할 게 없다는 사실을. 그런데 그 상황을 통으로 묶어서 생각하면 마냥 이유 없이 두려워 지는 마음이 자꾸 생긴단다. 그래서 엄마는 그렇게 머릿 속으로 생각하고 그러고는 기도를 해. 그 순간 나를 혼자 두지 말고 늘 하나님이 함께 해주시라고. 그럼 우리도 이제 기도할까?”


이어지는 글:


매거진의 이전글 # 15. “엄마표 영어! 안 하고 말겠노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