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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 Soon Feb 13. 2023

# 17. 배고픈 아이에게 밥보다 초콜렛 먹이기

: 넓게 멀리 엄마표 영어 20년 보고서(3부)

❚아이에게 영어란?

대단한 신앙심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게 아이에게 세상 사는 법을 보여주고 싶었다. 영어는 그 다양한 배움 중에 하나에 불과했다. 수능 영어 점수가 아이에게 중요할 지도 모른다. 아이의 더 넓은 배움을 위해서라도 좋은 수능 영어 점수가 필수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더 넓은 배움을 위한 준비를 하지 않고 눈 앞의 시험 영어나 수능 영어에만 최적화된 영어 공부를 시키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대부분 엄마표 영어를 하는 영어 맘들은 초등 영어만큼은 자신있게 자녀의 영어 교육 방향에 대한 소신을 나름 단단한 가지고 있다. 그 소신에 따라 영어 노출을 위한 목표를 향해 매진한다. 하지만 그들 중 상당수는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서 그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거나 외면한다. 자신의 품을 떠났다는 이유로 그 이후로 자녀의 영어 교육을 그저 사설 학원에 일임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많은 중학교 내신 대비 영어 학원들이 가르치는 것은 비유컨대, 건강한 집밥보다는 단 짠 화학조미료가 들어간 인스턴트 푸드를 먹이는 것과 같다.      


20년 가량의 현직 중학교 영어 교사이만 중학교 입학 후 달라진 영어 수업의 내용과 방법에 적응을 쉽게 하는 아이들을 많이 보지 못 했다. 대부분 아이들은 달라진 영어 수업에 적잔히 어리둥절해 한다. 중학교 영어는 초등 영어와 사뭇 다르다. 다르지 말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참 다르다. 또, 고등학교 내신 영어는 다르지 말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수능영어와 참 다르다.      


정보의 습득과 소통의 도구로 영어를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을 키우고자하는 애초의 목표는 어느 순간 사라진 채 기형적인 영어 학습이 난무한 현실을 목격할 때가 많다. 엄마표 영어를 장대하게 시작한 영어맘 가운데 과연 몇 명이 그 기형적인 영어 교육 현실에서 끝까지 초심을 잡고 그 영어 교육의 본질을 추구할 수 있을까?    


❚배고픈 아이에게 밥보다 초콜렛 먹이기

애초에 12세까지의 영어발달에 초점을 둔 엄마표 영어라면 더 더욱 그 이후의  일들에 대해 거의 속수무책이다. 그런 엄마들은 힘들게 길러진 아이의 영어가 사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교육에 얼그러지는 모습을 외면하거나 아예 인지 하지도 못 하는 듯 하다. 영어 교사로 가장 아이들에게 경계하라고 말하는 건 나름 아닌 ‘묻지 말고 무조건 영어 본문 글 암기’이다. 대부분 중등 영어 학원들은 아이들의 시간과 노력을 갈아 넣는 단순 암기를 강요한다. 학원은 쉽다. 결과도 바로 바로 나온다. 중학교 영어 시험이랄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지문을 낼 수 있으랴. 결국 학원은 부모에게 당당하다. 아이의 성적이 좋게 나오니. 하지만 그건 마치 배고픈 아이에게 밥을 먹이기보다 초콜렛을 먹이는 것과 같을 만큼 위험한 생각과 전략이다.      


애초에 우리는 모국어처럼 영어를 습득하게 하기 위해 그 많은 노력을 해 온 것이다. 우리가 우리말을 비단 수능 국어의 고득점을 위해서만 배우게 한 게 아닌 것처럼 영어도 애초에 수능 영어의 고득점을 위해서 달려온 것이 아님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말을 할 수 있게 되어서 아이는 학교에서 더 많은 지식과 세상에 대한 배움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말을 할 수 있게 된 덕분으로 옆에 있는 친구들과 친교 활동을 하고 서로 우정을 쌓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말을 할 수 있게 되어서 어른이 되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한 기술이나 역량을 쌓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영어는 어떨까? 영어도 우린 애초에 그럴 목적으로 아이들에게 엄마표 영어니, 학교 영어니 하며 열심히 공들여 가르친 것이다. 더 많은 세상 지식과 배움을 위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영어라는 사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더욱 더 영어를 통한 정보 습득이 이루어 질 것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아이의 영어가 수능 고득점이 아닌 정보의 습득과 삶의 소통의 도구로 쓰이기 위한 준비를 계속해 줘야 한다.      


❚좀 더 멀게 느껴질 지라도 둘러가는 길

현실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중등 영어의 기형적인 현실에서 굳건했으면 좋겠다. 어찌한 이유로 초등 영어와도 수능 영어와도 연계성이 거의 없는 이상한 영어를 가르치는 중학교 영어 현실에서 우리는 먼 길을 돌아가는 미련을 떠는 한이 있더라도 멀리 둘러 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나 또한 중학교 자녀를 둔 학부모이다. 그리고 나 또한 중학교 영어 교사이다. 이 아이러니한 현실의 한 중간에 꼭 끼여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난 먼 길을 돌아가는 미련을 떨기로 했다. 당장 아이의 중학교 영어 내신 성적에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 기형적인 영어 교육에 파묻혀 본질에 어긋나는 영어 공부를 시키지 않기로 했다.      


대신 좀 더 멀게 느껴질 지라도 둘러가는 길을 선택했다. 애초에 엄마표 영어의 그 숨막히는 타이트함에 별 의욕을 가지지 못한 나였다. 중학교 영어 공부에서 또한 그 달달 암기의 늪에 아이를 빠트리지 않는다. 비록 영어 100점을 얻지 못 한다 하더라도 그게 무슨 상관인가. 아이에게 영어는 좀 더 넓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더 많은 지식과 정보를 얻고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과의 소통의 경험을 얻고 어른이 되어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더 많은 기회를 얻고자 하기 위한 도구로 영어를 사용하게 함이다. 애초에 그런 기형적 영어 시험에 만점을 받고자 그 멀리 둘러 둘러 오진 않았다.      


❚넓게 멀리 보며 아이의 영어발달에 진심이자

엄마표 영어를 시작한 엄마들의 목표는 무엇이었을까? 아이를 나와 반대편에 놓고 그 사이가 멀어질 것을 각오하면서 매일의 진도에 쫓기듯 빈틈없는 매일의 루틴을 지킨 후에 남는 것이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정작 중요한 시기인 중학교 시절에 결국엔 이제껏 온 방향와 영 다른 엉뚱한 방향으로 자녀를 몰아넣고 있는 건 아닌가? 먼 훗날 영어를 사용해 아이가 더 알고 싶은 걸 배울 수 있고 세상 사람들과 소통을 할 수 있고 세계 시민으로 살아갈 멋진 아이의 모습과 현재의 아이를 비교하는 것이 제대로 된 영어 공부의 첫 걸음이다. 결코 우리는 옆집 아이와 우리 아이를 비교하는 영어 공부는 경계해야 한다. 엄마는 아이편이어야 한다. 넓게 멀리 보며 자녀의 영어 발달을 진심으로 바라는 엄마가 되어 보자. 또래 아이들과 비교하지 않고 당장의 눈 앞의 성적에 속상하지 않는 대담함도 가지려고 해보자.       


❚아이의 영어 공부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

설령 어린 시절 인풋의 양을 충분하게 주지 못 했다 하더라도 또는 영어를 많이 못 접한 아이였더라도 괜찮다. 영어 공부는 인생 언제든지 멋지게 몰입해서 할 수 있다. 언제든 가능하다 단지 아이의 마음속에 ‘영어를 할 줄 알면 좋을 것 같다, 나도 잘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면 된다. 그런 자신의 모습에 대한 시각화만 할 줄 알면 언제든 영어를 배울 수 있고 또 잘 할 수 있다.


 유명한 응용언어학자인 도네이(Dornyei)는 제2언어 학습 동기 중 제2 언어를 아주 훌륭하게 구사하는 자신의 모습 즉, 이상적인 제2 언어 자아상(Ideal L2 self)이 아주 강력한 제2언어 학습 동기라고 설명했다.   

   


“제2 언어 자아상은 특히 제2언어를 배우는 부분과 연관된 학습자의 이상적 자아상이다. 만약 학습자가 제2언어로 의사소통을 하기를 원한다면 (예를 들어, 해외여행이나 해외 비즈니스를 하는 것) 그런 제2 언어 학습자들은 현재의 자신의 모습과 그 이상적인 모습의 간극을 좁히고자 하기 때문에 제2언어 자아상은 학습자가 그 제 2언어를 성공적으로 배우게 하는 강력한 동기가 된다”(Dörnyei, 2014, p. 521).   


“Ideal L2 self, which concerns the L2-specific facet of the learner’s ideal self. If the person the learner would like to become speaks an L2 (e.g., the person is associated with traveling or doing business internationally), the ideal L2 self is a powerful motivator for the learner to succeed in learning the L2 because he or she would like to reduce the discrepancy between the actual and idea selves” (Dörnyei, 2014, p. 521).       



아이의 영어 공부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영어로 내가 알고 싶은 걸 더 많이 배울 수 있고 세상 사람들과 소통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을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다. 그 씨앗은 어린 아이일수록 더 쉽게 심겨질 수 있다. 비록 그 싹이 열매로 맺을 때 까지 오랜 세월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그 씨앗을 심기에 아주 충분히 가치롭다. 그리고 그 일에 가장 적격인 사람은 다름 아닌 엄마이다. 자녀의 영어 발달에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고 옆집 또래 아이와 비교하지 않을 용기, 그리고 시야를 넓게 멀리 펼칠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진정 엄마표 영어를 잘 하고 있는 엄마라 말하고 싶다.


❚참고 문헌:

- 남수진 (2022). 새벽달 엄마표 영어 20년 보고서. 롱테일 북스.     

- Baumert, J., Fleckenstein, J., Leucht, M., Köller, O., & Möller, J. (2020). The long‐term proficiency of early, middle, and late starters learning 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at school: A narrative review and empirical study. Language Learning, 70(4), 1091-1135.

https://onlinelibrary.wiley.com/doi/epdf/10.1111/lang.12414     

-Dörnyei, Z. (2014). Motivation in second language learning. Teaching English as a second or foreign language, 4, 518-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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