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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 Soon Feb 21. 2023

#18. 영문법, 용어 대잔치 속 굶주린 영어

: 같은 영어, 다른 문법 학습

❚나의 영어 공부 출발: 장엄하게 무시무시하게  

세월을 따라 영어 공부의 패러다임은 참 많이 변했다. 그 먼 옛날 서울 올림픽을 할 당시 나의 중학교 시절 영어 공부는 그저 교과서를 달달 외우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리고 중3무렵 고등영어를 대비하기 위한 방법으로 맨투맨 영어 시리즈를 공부했었다. 영어 공부는 일단 영어 문법책부터 해야 하는 것이 그 당시의 정석이었고 당대 영어 문법계의 베스트 셀러는 단연 <성문 기본 영어> 였다. 하지만 한자 용어로 가득 찬 그 빼곡한 설명과 즐비하게 들어찬 수많은 문제들은 한눈에 나를 기겁하게 만들었다.     

 

다행히 그 당시, 나처럼 성문기본에 거부반응이 심한 학생들을 위한 대안으로 <맨투맨 영어>가 있었다. 그 책은 그나마 학습자에게 말로 직접 설명하는 듯한 어조로 문법을 설명해주었기에 나에겐 그마저 말랑말랑한 문법책이었다. <맨투맨 영어>가 성문 기본 영어보다는 말랑해 보이지만 그 또한 복잡한 기계의 사용 설명서 같은 느낌은 여전했다.      


정관사

부정관사

to부정사와 세가지 용법,

직접의문문과 간접의문문,

감탄문,

가정법,

수동태/능동태,

동명사

현재분사/과거분사

접속사

관계대명사....     


나에게 영어 문법책은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형체조차 알 수 없는 거대한 기계의 복잡한 사용 설명서와 같았다. 그 거대한 기계의 부속품 리스트에 해당하는 그 끝없는 문법 용어 리스트와 애매한 사용 설명서를 머릿 속에 집어넣기 위해 매일 망각이라는 적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고1 입학을 앞두고 겨울 방학 동안 정말 그 맨투맨 문법책을 마르고 달도록 봤던 것 같다. 나의 영어 공부는 그렇게 장엄하게 무시무시하게 시작되었다.      


❚아들의 영어 공부 출발: 말랑말랑하게  

영어 공부의 시작은 영어 문법인 줄로만 알던 시대를 산 나로서는 아들의 영어 학습 과정이 정말 신통방통하다. 영어 고통 대물림을 해 주기 싫은 마음에 아이들이 아주 어릴 적부터 영어 동화책을 많이 읽어 주었다. 둘째인 아들은 내가 책 읽어주는 걸 아주 좋아했다. 덕분에 우리말 책 뿐 아니라 어린이 집을 가기 전까지 영어 동화책을 많이 읽어 주었다. 4살이 될 때까지 우리말과 영어 노출의 양이 비슷할 만큼 영어 동화책 읽기를 열심히 해주었다. 물론 어린이집을 가면서부터 모국어로 편향되는 현상을 막을 순 없지만, 여전히 영어 동화책은 꾸준히 읽어 준 편이었다.      


아들이 우리나라 초등학교 1학년이 끝나가는 겨울부터 우리 가족은 미국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4년 반을 미국에서 지내며 미국 초등 학교를 다녔다. 자연스레 시작한 아들의 영어 원서 읽기는 미국 생활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그 영어 독서가 미국 학교 적응에는 많은 도움이 되었고 영어 문법 공부에도 그랬다.      


미국 학교에서는 문법을 우리가 배우는 영문법과는 접근법이 아주 많이 달랐다. 기본적으로 영어 문장을 정확히 쓰게 하기 위해 필요한 문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우리나라처럼 문법을 위한 문법이 아니라 쓰기를 위한 문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아들의 문법 노트나 과제물 노트에는 내가 공부하던 성문 기본 영어 문법책에 나오는 그런 내용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같은 영어, 다른 문법 공부

예전에 내가 달달 외운 영어 문법 규칙은 그저 규칙에 불과할 뿐 이었다. 실제 영어로 글을 쓰며 그 문법 규칙을 적용하고 그 과정을 통해 자연스레 문법 규칙이 익혀지는 그런 연습은 조금도 없었다. 그 수많은 시간을 들여 ‘~적 용법’ 리스트 암기는 영어를 구사하는 데 쓸모가 없었다. 우리나라식의 영어 문법 교육은 생각을 표현하는 쓰기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남이 쓴 문장에 대한 o/x를 체크하는 용도로 주로 쓰인다. 한자에서 유래된 그 엄청난 문법 용어 대잔치 속에 우리의 영어는 굶주린 영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미국 현지에서 아들의 영어 학습 과정을 보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영어 교육 석사 과정 중에 영어 문법 강좌를 한 학기 동안 수강한 적이 있었다. 미국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교사를 양성하는 교육대학원이었기에 그 영어 문법 강좌는 영어 문법 교수법에 주로 중점을 두는 수업이었다. 그 수업에서 미국 아이들이 어떤 식으로 영어 문법을 배우는 지 알게 되었다. 미국 학생들은 초등 학교때부터 쓰기를 위한 영어 문법을 배운다.      


어떠한 문법적 용어도, ‘~적 용법’ 같은 추상적인 문법 설명도 언급되지 않는다. 그저 문장의 주어와 동사 그리고 나머지 문장 성분들이 그 주어, 동사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 지 문장 다이어그램이라는 구조도로 그리는 연습을 숙제로 하는 것을 봤다. 이 문장 다이어그래밍은 미국 교육대학원 과정 중 영어 문법 교육 강좌에서 새롭게 접한 내용인데 신기하게 그 즘 초등학생인 아들도 그와 똑같은 것을 학교에서 배우고 있었다.                                                       

영어문장 구조를 직관적으로 파악하게 하는 Sentence Diagramming 예시 1
영어문장 구조를 직관적으로 파악하게 하는 Sentence Diagramming 예시 2
영어문장 구조를 직관적으로 파악하게 하는 Sentence Diagramming 예시 3

 

(잠시 전하는 말씀: 영어 문장 다이어그래밍에 관한 전문적인 설명은 브런치 북 <한국식 영문법 말고 원어민식 그림문법>에 자세히 설명해두었습니다. 영어 문장 구조를 한 눈에 파악하기에 참 좋은 방법이니 꼭 참고 해보시기 바랍니다.)     


아들은 영어 책을 많이 읽으며 자연스레 영어 문장 패턴이나 쓰임을 눈에 익혔다. 영어 독서와 함께 일기, 짧은 이야기, 다양한 과목에서의 쓰기 숙제 등을 통해 낱개 영어 문장을 정확히 쓰고 여러 문장을 유기적으로 엮어서 단락으로 구성하는 법을 익혀 나갔다. 쓰기와 연계하여 길러진 올바른 영어 문장 쓰기 능력은 읽기 능력 향상에도 많은 효과가 있다. 아들은 현재 중2이지만 이미 수능 영어 만점을 받는 수준에 이르렀다.     

 

한국식 영어 문법 교육이 아들에게는 오히려 방해가 된다. 여전히 몇 형식 문장인지 묻고 있는 한국식 영어 문법 교육을 받아야 하는 현실이 참 서글퍼지기까지 한다. 귀국한 지 3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 아들에게 그 구닥다리 영어 문법은 가르치지 않기로 했다. 비록 중학교 내신 영어는 100점을 받지 못 한다 하더라도 지금 와서 그 내신 영어점수 때문에 그 말도 안 되는 문장 형식을 가르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언제까지 우리는 20세기 영어 교육을 고수할지 안타깝다.


**영문법의 효과적인 교육에 관한 영상**

위 글의 내용을 영상으로 제작했습니다.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https://youtu.be/89iw8Z6fq-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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