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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 Soon Feb 15. 2023

#9. 여섯 번째 엄마표 영어 티타임 후기

: 식구가 늘어 넓은 방으로 Go! Go!

❚슬슬 늑장을 부리다 그만

어느 덧 여섯 번의 만남을 가지고 나니 슬슬 마음의 긴장감도 풀렸다. 보통은 모임 장소에 30분 일찍 도착해서 이것 저것 정리도 하고 잔잔한 음악도 틀어놓는데, 오늘은 모임 시작 10분전에 겨우 도착했다. 계단을 올라가는 데 목소리가 들려 반신반의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미 두 분이 먼저 와 계셨다.      


“안녕하세요. 이렇게 일찍 오셨어요?”

“네, 빨리 오고 싶어서요. 오늘은 새로 친구 한 명도 데리고 왔어요.”

“그래요? 제가 먼저 와 있어야 했는데, 오늘은 제가 늑장을 부렸네요.”

“새벽에 잠이 없어서 일찍 준비해서 이렇게 왔어요. 뭐 도와드릴 거 없으세요?”

“이제 늙어서 새벽잠도 없을 나이가 된 거 맞죠? 우리?”     


그렇게 농담을 던지는 사이가 되었다. 나와 함께 강의실에 열쇠를 열고 들어가 모임 준비를 해주셨다. 이름표 놓기, 책상 위에 예쁜 초록색 체크 덮개천을 깔고 집에서 들고온 자그마한 화분 놓는 일, 커피 테이블 세팅하기 등등. 무엇보다 이제 두 번째 참석하시는 분이지만 함께 나눠 먹으려고 초코 쿠키도 가져오셨다. 소소하지만 그분의 정이 느껴져서 참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      

그러면서 ‘이 모임은 이제 내가 운영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함께 꾸려나가는 모임으로 성격을 바꾸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야 오시는 분도 마음이 편하고 주인의식이 있으시면 아무래도 이 모임에 더 애착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식구가 늘어 넓은 방으로 Go! Go!

비록 10시 30분이 모임 시작 시작이지만 10분 정도의 “fashionably late(자신의 존재감이 드러나게 하기 위해 일부러 모임에 조금 늦는 것)”은 우리 사이의 암묵적 약속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가정 주부로 엄마로 많은 역할을 하는 분들이기에 나는 그분들이 보냈을 그 분주한 아침을 생각하면 조금 늦어도 와 주시는 게 참 감사하다. 오늘은 10시 35분에 모든 것을 세팅하고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방금 내려온 커피를 마시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사람들을 기다렸다. 지난 번 모임에 많은 엄마들이 오셔서 오늘부터는 좀 더 넓은 옆 강의실에서 하기로 했다. 역시나 오늘은 예상한 대로 많이 오셔서 그 강의실이 가득 찼다.     

 

❚영어 열정파 3인방 영입 

특히 앞으로의 모임이 기대가 되는 건 영어 열정파 3인방 때문이다. 둘째 아이들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시던 사이인데, 아이들이 초등학생이었을 시절에 아침 자습 시간에 아이들 학교에 가서 영어 책을 읽어주는 봉사를 하셨다고 한다. 각자 자기 애는 못 가르치니 서로의 아이들에게 영어 가르쳐주기 품앗이도 했다고 한다. 여전히 지금도 영어 공부 열정이 엄청 높으셔 보였다. 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시고 공감을 해주시는 게 참 고맙다.     


❚재능 나눔인데 내가 더 에너지 나눔을 듬뿍 받음

 애초에 조용한 겨울 방학 동안 스스로에게 챌린지를 주고 재능 나눔을 하려던 게 목표였다. 그런데 오히려 내가 기운을 듬뿍 받아 에너지 충전을 한다. 지난 주부터 연 2주째 참석하고 계시는 새내기 엄마는 오시는 분 가운데 가장 멀리서 오신다. 하지만 고맙게도 앞으로도 계속 오실 거란다. 엄마표 영어 티타임에서 나누는 이런 저런 영어 이야기며 자녀 육아 이야기가 많이 도움이 된다고 하니 감사할 따름이다.    

   

❚진도 뺄 건 뭐 있어. 함께하는 그 순간이 좋으면 됐지. 

새내기 교사는 그저 교과서 진도 나가기에 급급하다. 다섯 번의 영어 티타임을 운영하는 내 모습은 마치 새내기 교사나 다름없었다. 매주 빡빡하게 준비한 내용을 최대한 압축적으로 전달하며 모임을 운영했다. 매주 남편의 한결 같은 피드백- 너무 많이 빨리 전달하려 애쓰지 않기-임에도 불구하고 티타임스러운 여유로움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 여섯 번째 모임에는 끝자락에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꼭 갖겠노라 다짐을 하고 계획을 했다.      


물론 이번에도 영어 문법 이야기를 심도 있게 다루기 위해 나름 준비를 빡빡하게 했다. 하지만 그 열정 3인방 중 오늘 새로 오신 분 소개를 하면서 이미 화제는 문법 이야기가 아닌 영어 교육 본질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가고 있었다. 새로운 분과 열정 3인방의 이야기가 물꼬를 트니 그동안 억눌려왔던 참가자들의 억눌려왔던 아줌마 토크 본능이 폭발해버렸다. 오늘은 대놓고 진도 없는 날이기로 계획을 현장에서 수정했다. 질문 하나 나오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말들, 그리고 결국 질문이 뭐였는 지 조차 기억을 못 하는 진정 수다 삼매경이었다.     

 

❚엄마표 영어 티타임 1기의 의미

그저 여유롭게 보내도 되었을 법도 한 그 긴 겨울 방학을 나는 매주 꾸준히 이 모임을 운영하기 위해 바쁘게 보냈다. 이제 한 달도 지나 한 달 반이 다 지나갔다. 이제 횟수로 여섯 번째인 엄마표 영어 티타임을 가졌다. 첫 모임에서는 ‘과연 이게 될까, 누가 관심이나 가질까?’하는 의심이 강하게 들었다. 처음 한 두 번의 티타임을 가질때는 그 의심이 들었다 없어졌다를 반복했다. 하지만 여섯 번째 모임을 꾸려오면서 제법 꾸준히 오시는 분들이 계시고 나에게 응원의 메시지도 주시는 분들이 생겨나기 시작해서 내 마음의 의심은 거의 사라졌다.      


많은 사람들을 거느리기 위해 이 모임을 시작한 것이 아니다. 나와 마음이 통하는 사람, 영어 공부에 나와 같은 열정, 나와 같은 접근법을 가지는 사람을 찾아 서로 성장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다. 횟수를 거듭하면서 나 스스로 모임을 하게 된 이유도 조금씩 분명해졌다. 그래서 비록 매번 어떤 사람들이 이 모임을 찾아 줄지 알 수는 없지만 꾸준히 나는 모임을 이끌어갈 예정이다. 


현재는 엄마표 영어 티타임 총 10차시를 한 유닛을 만들 생각이다. 그 10차시는 영어 공부와 영어 교육, 자녀 영어 교육을 주제로 큰 밑그림을 그리는 시기이다. 총 10차시 가량의 개괄적인 내용이 끝나면 총 10차시를 한 기수로 졸업시킬 예정이다. 그 열 번의 모임을 갖고 나면 <엄마표 영어 티타임 1기> 졸업생이 되는 것이다.   그 졸업생을 대상으로 스터디 그룹을 운영할 계획이다. 그 열 번의 모임으로 나와 마음이 통하는 사람, 영어 공부와 영어 교육에 진심인 사람과 공통의 출발선을 만들 계획이다.  그리고 새로운 멤버들과 2기 수업을 진행할 생각이다. 그럼 격주마다 만나는 셈이 된다.      


❚함께 하는 여행

그 졸업생과 함께 이제 나와 같이 영어 여행을 떠날 생각이다. 다양한 매체를 가지고 매주 만나 서로 배움을 격려하고 삶의 다양한 가치와 특히 자녀 교육과 관련된 것들을 나눌 생각이다. 무엇보다 비록 다른 나라의 언어이긴 하지만 영어를 배움으로써 더 많은 가치를 배우고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그런 목표를 위해 지금 하고 있는 <엄마표 영어 티타임 1기>는 참 중요하다. 첫 정이 무섭다는 말이 있다. 나에게도 이번 겨울 방학동안 만남을 가지게 된 그 분들이 그렇다. 그렇기에 한 두 번 결석하시는 분이 있으면 마음이 조금은 서운해진다. 하지만 어찌하겠나? 이게 강제 교육도 아니고 서로가 마음이 맞고 인연이 될 사이라면 어떻게든 이어지게 될 거라 믿는다.   그저 물 흐르듯이 흘러가보기로 마음을 먹어본다.      


❚3월의 계획 의논 그리고 어쩌면 카페를 차릴수도.

내친 김에 3월의 계획도 미리 의논을 했다. 어느 정도 정예 멤버가 정해지는 것 같다. 그 분들과 3월 개학이 되면 토요일 오전 같은 시간에 만나기로 했다. 몇몇 새내기 엄마들은 주말 오전이지만 아빠한테 아이들을 맡기고 오겠다고 한다. 참 대단한 엄마들이다. 토요일 오전에 공부하러 오다니!! 내가 주선하는 모임이지만 육아에 힘든 그분들이 주말 오전에 공부하는 모임을 선택한다는 건 참 존경스럽다.      


하지만 바쁜 와중에도 영어 티타임으로 힐링을 할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 모임이 어디 있을까 스스로 자부한다. 시작은 정말 작은 호기심과 도전의식이었지만 점점 일이 크게 번지고 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제대로 쭉 이어나갈 수 있게 무슨 장치를 만들긴 해야 할 것 같다.      


이제 꾸준한 모임과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네이버 카페를 하나 마련했다. 아직 카페는 처음이라 이것저것 더 배우고 괜찮은 카페로 단장을 해야 한다. 그리고 소통의 공간으로 잘 활용되기 위한 아이디어도 필요하다.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여행을 계획하고 여행을 즐기고 여행의 추억을 감상하는 것처럼 이 작은 도전 또한 내 삶의 여행이지 않을까?     

다만 혼자 가는 여행이 아니라, 이젠 제법 함께 할 분들이 눈에 보이니 즐겁게 기꺼이 여행을 시작해볼까 한다. 좌충우돌일 수도, 시행착오의 연속일 수도 있지만, 배움의 연속인 것은 확실하니 여기서 멈추지 않고 무조건 직진해보기로 했다. 


❚관련 영상

물론 자녀교육에 관한 수다 삼매경인 이번 모임이었지만 오늘 나눈 이야기를 유튜브 영상으로 차분히 정리 해봤다. 혹여 오늘 참석하지 못한 분들께 전해드리기 위해 짤막하게 두 가지 소재를 가지고 영상으로 정리했다.


1. 영어책 읽기 싫어하는 영어 학습자에게 추천하는 영어 공부법: TED ED영상을 활용한 영어 공부법

2. 엄마표 영어 이야기: 엄마표 영어란? 엄마의 역할? 엄마표 영어 20년의 꾸준함의 비결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참고 바랍니다. ~ 


TED 영상/ TED ED 영상 활용 영어공부법
엄마표 영어 20년 꾸준함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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