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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 Soon Mar 11. 2023

#12. 아홉 번째 엄마표 영어 티타임 후기

: 함께 한 프로젝트

❚3월 개학 후 첫 토요 모임

지난 1월 첫 모임을 시작으로 어느 덧 아홉 번째 모임을 가졌다. 특별히 이번 주 모임은 새 학기 개학 후 첫 모임이었다. 주중에 열심히 달려와 그저 쉴 법도 한 주말, 그 주말을 활용해아홉 번째 모임을 가졌다. 그저 겨울 방학을 활용해서 하고 말 것이라 생각하며 시작한 일이었다. 하지만 한 발 한 발 내딛으면서 함께 하는 엄마들의 고마운 말씀과 배움에 대한 열의는 나의 걸음을 계속 이어지게 만들었다. 어느 덧 아홉 번째 발 걸음을 떼었다.      


학교 일과 이 일을 병행할 수 있을까? 

지속가능한 일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 주말 티타임을 계획하고 실행하면 나 스스로에게 던진 두 가지 질문이다.      


❚학교 일과 병행하기 

사실, 학교 일은 학교에서 마무리하는 걸 철칙으로 하고 있다. 집에서는 엄마로, 그리고 나 자신으로 살아야 겠다는 마음을 먹은 지는 한참 되었다. 중학교에서 쭉 근무한 나로서는 8시간 근무 시간의 몰아치는 바쁨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다. 칼 퇴근은 하지 않는다. 그저 한 시간 정도 숨을 몰아 쉬며 하루를 정리하는 정도의 잉여 근무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 시간은 동료 교사와 서로 마음을 나누고 투두 리스트에 있는 이런 저런 일 거리를 삭제해 가며 차분한 마음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다.      


그렇게 학교 일을 마무리하고 퇴근한 이후 부터는 나는 온전히 나와 엄마로서 생각과 일을 한다. 특히 오롯이 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자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기에 엄마표 영어 티타임 프로젝트는 나의 에너지가 드는 일이기도 하지만 내가 에너지를 얻는 일이기도 하다. 다만 매 번 모임을 준비함에 있어서 너무 욕심을 부리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래야 오랫동안 내가 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세상에는 참 대단한 사람들이 많다. 마치 그들의 하루는 24시간이 아니라 48시간인 듯 하다. 어쩌면 매일 규치적으로 블로그 포스팅이든 유튜브 영상 업로딩이든, 라이브 방송이든, 온라인 클래스든 뭐든 그렇다. 참 변함이 없이 열심인 사람이 세상에는 너무 많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왠지 내가 너무 헤이하게 사는 게 아닌 가 자책하게 된다.      


하지만 또 한 편으로 욕심을 내며 내 일에 완벽을 기하려는 순간 내 마음은 급해진다. 급한 마음은 주위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자신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조급한 마음과 만족하지 않는 마음, 그게 장기적으로 이어질 때 나의 행복 지수는 서서히 감소한다. 열심히 일하면서도 행복하지 못 한다면 그게 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지속가능한 일

내 일에 욕심을 내고 더 많은 것을 해 내려 애를 쓰면 여자라서 해야 할 많은 일들이 그저 무가치하고 나를 방해하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내 안의 불만족함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나를 괴롭힌다. 그런 부정적 감정을 가지고 매일을 산다고 그런 불공평한 현실을 해결할 수 없다. 그 일로 인해 여자라 더 하루가 바쁘더라도 내 개인적인 일을 잠시 멈추고, 가족들을 위해 저녁을 준비하는 것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학교 일, 엄마/아내로서의 일, 그리고 내가 즐거워서 하는 나만의 일. 

세 가지 일로 나는 매일 저글링을 한다. 

그래서 매일이 바쁘다. 어쩌면 어느 하나도 제대로 못 하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중 어느 하나가 없어진다고 나머지 것들을 더 열심히 해 나갈 것 같지도 않기에 나는 각 일에 100%의 완성도를 꾀하기보다 80%정도만 해내는 걸 목표로 매일 살기로 했다.      


그래야 내가 행복함을 느낄 수 있다. 

그래야 내가 하는 일로 즐거울 수 있다.

그래야 내가 하는 일이 나에게 가치있는 일이 된다. 

그래야 지속 가능한 일이 될 수 있다.      


❚스터디 모임이자 힐링 아지트

이번 첫 토요 모임에 열성 멤버들이 또 어김없이 오셨다. 같은 학교에 근무하시는 두 분 선생님들도 참석하셨다. 그들도 나처럼 바쁜 일상을 살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주말 오전을 공부로 채우러 오셨다. 참 나만 이렇게 열심히 사는 게 아니라는 생각에 동지애마져 느낀다. 그래서 엄마표 영어 티타임은 나에게 스터디 모임이자 힐링 아지트이다.      


❚앗! 80세 어르신도 이걸 안다구요? 

지난 시간 문장 다이어그램밍을 소개했지만 시간에 쫓기듯 마무리를 한 것 같아 복습으로 다시 다이어그래밍을 다루기로 했다. 문장 다이어그래밍이 우리나라 학습자들에게는 아주 생경한 문장 구조 연습 방법일 수 있다. 모임 앞머리에 복습을 하며 그것에 대한 첫 인상을 나누어 보게 했다. 그런 와중에 엄청 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매주 오시는 열심을 보여주시는 두 분이 이미 10여년 전에 문장 다이어그래밍을 70세 할머니에게서 배웠다고 한다. 미국에서 오래 사시다가 귀국한 한국 할머니인데 그 분이 문장 다이어그램밍을 우리나라식으로 바꾸어서 가르쳐 주었다고 했다. 물론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이 문장 다이어그램밍을 이미 오랫동안 학교에서 가르쳐 왔으니 아마도 그 할머니도 그렇게 해서 배웠을 수도 있고 그 분야 일을 했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의 반가움은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그 엄마들의 자녀들이 초등학생, 중학생이었을 때 그 미국에서 오신 할머니에게 문장 다이어그램밍을 배웠다고 했다. 그리고 참 심플하게 문장의 형식을 설명해주셔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했다. 무엇보다 문장 1형식~5형식을 말이 아닌 그림으로 도식화하며 파악해서 무엇보다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생경한 아이디어에 대한 어른들의 반감은 늘 있지만 그 두 분의 경험담을 들은 다른 어머니들은 호기심과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좀 더 생긴 것 같았다. 핵심 원리를 다시 짚어주고 각자 학습지에 직접 그려보도록 했다. 그 중 이미 이전에 다이어그래밍을 경험한 두 분에게 직접 앞으로 나와서 보드에 그려보게 했다. 척척 그리셨다. 참 신기했다. 


❚원어민식 영어문법: 쓰기를 위한 영어 문법

문장 다이어그래밍을 통해 긴 문장이라도 쉽게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스스로 긴 문장을 써내는 능력도 필요하다. 소위 문장 압축하기 (Sentence Combining)이라는 활동을 통해 원어민들은 간결한 쓰기 능력을 키운다. 문장 다이어그래밍과 문장 압축하기는 원어민들이 문법을 배울 때 병행하는 작업이다. 이 부분 역시 학습지를 준비해서 직접 해보며 그 방법의 필요성과 효과에 대해 체험하게 했다. 



<예시> ACTIVITY 8   Building Greater Sentences <Grammar for Great Writing p. 117>     

Combine these short sentences about the past into one sentence. You can add new words and move words around, but you should not add or omit any ideas. More than one answer is possible.

(과거에 관한 아래 짧은 문장들을 하나의 문장으로 압축하시오. 새로운 단어 추가, 어순 변경은 가능하지만 정보를 추가, 삭제는 할 수 없다. 정답은 다양할 수 있다.)     


    a. Someone developed a new system.

    b. It allows Web users to share aspects of their online activity.

    c. They can share with their friends.

    d. They can share with the general public.      


a~d 까지의 문장은 어린이들이 할 수 있는 생활 수준의 문장들이다. 이것을 학년이 올라가면서 하나의 문장으로 압축해서 말하고 쓰는 능력이 키워져야 한다. 그 압축 과정에서 학습자들은 저절로 문법적 지식을 활성화하고 활용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위의 문장들은 아래처럼 압축해서 표현될 수 있다.      


A new system has been developed that allows Web users to share aspects of their online activity with their friends and the general public.     


학습자들은 일련의 사실들 중에서 무엇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구성할지 먼저 생각한다. 그리고 주된 사건과 그 세부 사항들을 분류하고 그 사이를 관계대명사 that을 활용하여 연결하는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이번 모임은 어느 때보다 꽉찬 내용으로 진행했다. 어떤 엄마는 먼저 자신이 문장 다이어그래밍을 배우고 나중에 아이에게 가르쳐 줄 거라 말하기도 했다. 역시 대한민국 엄마들의 교육열은 대단하다.      


❚스터디 형태로 새롭게 시작

이제 다음 주 한 주가 엄마표 영어 티 타임 1기의 마지막 시간이다. 총 10차시의 모임을 묶어서 1기로 세팅하는 게 여러모로 좋을 것 같다. 그렇게 매듭을 짓고 일 단락 한 후 새롭게 스터디 형태의 모임도 시작해보기로 했다. 이제까지의 모임이 영어 공부 방법에 대한 이야기이었다면 앞으로 하게 될 스터디는 실제로 영어 공부를 해보는 모임이다. 이 프로젝트 역시 나에게는 실험적인 시도이다. 대학교때 동아리 선후배끼리 하던 스터디 형태와는 또 느낌이 다르다. 하지만 결국 다 영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과의 모임이니 어느 정도는 그 때의 경험을 살려서 해봄직 하다. 여기에 대한 구체적인 의논은 열 번째 모임에서 더 나눠 보기로 했다.   

   

❚10번째 모임을 자축하기로 

첫 번째 모임을 계획하고 반신반의하며 시작한 엄마표 영어 티타임 프로젝트가 어느 덧 10회차를 맞이하게 되었다. 대단한 영업 실적이 있거나 대단한 실력 향상을 가져온 모임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나에게 이 10주간의 시도는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무모해 보이는 일을 의미있는 일이 될 수 있게 만드는 힘, 

난 그 힘을 키우고 싶었다. 

나의 경험과 배움이 남에게 쓰임이 될 수 있는 조직하는 힘. 

난 그 힘을 키우고 싶었다. 

나 혼자는 힘들지만, 함께 할 수 있는 한 사람만 있어도 해 낼 수 있다는 사실, 

난 그걸 체험하고 싶었다. 

사소한 것이지만 남과 함께 나눌 때 그 사소함은 대단함의 밑걸음이 될 수 있다는 사실, 

난 그걸 체험해보고 싶었다.      


❚함께 한 프로젝트  

첫 걸음의 낯설움, 주저함, 두려움, 

그리고 

열 번째 걸음의 즐거움, 익숙함.     

여러 걸음을 걸으며 여러 감정의 결을 겪었다. 

이제 시작이다. 

여러 사람과 함께 걸은 그 열 번의 발걸음이 

천 리 길을 함께 할 수 있게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특히, 가장 내 곁에서 함께 걸어준 남편은 다른 누구보다 나에게 힘이 되어 주었다. 매번 함께하며 크고 작은 피드백을 해줬다. 그리고 갈피를 못 잡는 나에게 질문을 해줬다. 덕분에 길을 찾아 여기까지 온 것 같다.     

무심코 남편의 지인이 자녀 영어 공부에 대한 조언을 묻더라는 말에 해본 작은 계획이었다. 시작하면 모든 걸 생각하고 계획했어야 했더라면 아마 한 발도 못 내딛었을 뻔 했다. 매번 할 때 마다 그 모임에만 온전히 집중했다.      


❚먼 산꼭대기 안 보기 

높은 산을 오르며 

어떻게 저 멀리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생각하지 않고 

그저 한 발 한발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자꾸만 먼 산 꼭대기를 바라보며 

이미 성공한 

많은 영어교육의 인사들의 행적들을 보며 

초라하게 느껴지는 나의 발걸음이었다.      


나는 그저 

오늘 

한 발 용기를 내어 

딛어 보는 데 집중하려 애썼다.      


지금도 그렇다. 

다행히, 

함께해 주고 있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나의 도전에 힘이 되고 즐거움이 되었다.      


새 봄, 

새 출발,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일     

말 만 들어도 설레인다.       


 ❚참고 문헌:

Grammar for Great Writing C by National Geographic Lear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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