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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 Soon Mar 04. 2023

#11. 여덟 번째 엄마표 영어 티타임 후기

: 영문법에 관한 처음 듣는 이야기

❚겨울 방학 끝자락이라

겨울 방학 중 모임은 오늘이 마지막이다. 겨울 방학의 끝자락이라 자녀를 둔 많은 가정들이 여행 계획이며 여타 다른 계획이 있다고 알려오셨다. 늘 그렇듯이 이런 비공식적인 모임들은 늘 100% 출석률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늘 13명 정도는 모였지만 이번 모임 만큼은 8명 정도 참석하셨다. 공교롭게도 그중 한 분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지난 주에 불참하신 분들이셨다. 매주 출석보다 격주 출석을 하시는 분들이 제법 있는 것 같다.      


❚지난 시간에 불참한 사람들로 채워진 이번 모임

 지난 시간에는 영어 문법에 대한 기본 개념을 설명했었다. 일련의 엄마표 영어 티타임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하는 부분은 한국식 영문법에 대한 강한 믿음을 깨고 원어민식 영문법에 대한 기초 이해를 심어드리는 것이다. 그 첫 작업이 지난 시간에 진행되었었다. 그리고 이번 모임에서 두 번째 영어 문법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었다.      


하지만 첫 시간의 파운데이션이 없이 오늘 이야기를 들으며 그 효과가 반감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지난 시간 이야기를 자세히 다시 다뤄야 할지 아니면 간단히 훑고 오늘 진도를 나가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한 분은 이미 지난 시간에 다 들은 이야기라 너무 길게 복습을 하면 그것도 실례가 될 것 같았다.      

이런 부분이 참 애매하다. 결국 나는 어느 정도 자세히 복습을 하기로 결정을 했다. 물론 모임에 함께한 남편 말에 의하면 30분 복습을 했다고 한다. “세상에 복습을 30분씩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1시간 강의에서...” “학교에서 가르치듯이 진도 맞출 일 있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해버리면 곤란할 것 같다.”라며 부정적인 피드백을 준다.      


늘 시간에 대한 지혜로운 판단이 가장 핵심이다. 어떤 때는 너무 빨라서 탈이고 어떤 때는 너무 지루하게 오래 이야기를 해서 탈이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 이렇게든 저렇게든 하고 난 덕분에 이런 배움도 얻게 된 것이니 긍정적으로 해석하기로 했다.      


❚영어 문법에 관해 처음 듣는 이야기

지난 시간이 영어 문법이 규칙 암기의 개념이 아님을 설명했다면 이번 시간에는 영어 문법 중에 문장을 잘 읽어내고 써내는 능력에 대해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많은 영어 학습자들은 문장 1형식부터 5형식을 마치 중학교 필수 문법이라 믿고 있다. 그 믿음이 한 두 해 만에 생긴 믿음이 아닌 수 십년에 걸친 믿음이니 그걸 하루 아침에 깰 방법은 없다. 더군다나 40대 전후의 나이의 학습자들에게 변화는 쉬은 게 아니였다.    

  

원어민들은 문장의 형식에 대해 우리처럼 5가지로 구별하지 않는다. 학자에 따라 그게 다르게 구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그저 5가지를 불변의 진리로 생각한다. 심지어 학교 시험에도 그걸 절대 답이 있는 양 출제하기도 한다. 더 심각한 것은 그 문장 패턴에 번호를 매기고 그 패턴을 안다고 해서 긴 문장을 파악하거나 긴 문장을 써내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으니 더 기가 찰 노릇이다. 


배울 때도 힘들고 배워서도 별 쓸모가 없는 그 지식을 우리는 왜 수 십년에 걸처 어린 영어 학습자들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을까? 쉬운 것을 쉽게 설명하는 게 교육이 아닌가? 하지만 우리나라 영어 문법책을 들여다 보면 쉬운 것을 어렵게 설명한 게 대부분이다. 그리고 구지 암기의 영역이 아닌 것도 마치 학습자가 암기를 해야할 듯이 제시해놓고 있다.      


예를 들어 to부정사의 부사적 용법에 대해 우리는 구지 원인, 목적, 결과 라는 이상한 분류를 해서 애매한 차이를 구별하는 교육을 강요한다. 사실 원어민들의 의식에는 그 세 가지에 대한 분류가 명확하지도 않다. 그들은 문장을 심플하게 ‘누가(주어) 뭐를(목적어) 했다(동사)’로만 분석한다. 나머지는 그저 디테일로 취부하고 세세한 구별을 구지 하지 않는다. 긴 문장에서도 핵심 사항인 주어 동사 목적어만 찾는다. 소위 문장의 다이어그래밍을 통해 문장을 한 눈에 시각화 한다.


                                                                                            



그들이 배운 to부정사의 00용법으로 영어 예문을 설명하지 않고 원어민식 문장 다이어그래밍으로 설명하자 40대 50대 엄마들은 눈이 동그래진다. 뭔가 미련이 남는 듯이 “그래도 우리나라에선 우리나라식 영문법을 해야 하지 않나요?”라 말씀하신다.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 오랜 신념이 하루 아침에 사라질 수는 없다. 그리고 나의 간략한 설명으로 그들의 오랜 믿음을 없애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앞으로 차차 우리의 오랜 엉뚱한 영어 문법의 방향이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열심히 달리다 문득

다음 주부터 토요일 오전으로 변경된다. 학기가 시작되면 평일의 본업에 충실하고 주말에 새로운 나의 모습을 개척하기 위해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제 까지 달려온 두 달 보다 앞으로가 더 문제이다. 끊임없이 찾아드는 자기 의심을 없애고 내가 하는 이 일의 이유를 찾고 보람을 느끼는 일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런 동력이 없이는 꾸준함을 갖기는 힘든 일이다. 더군다나 금전적인 이득이 없이 나의 시간을 갈아 넣어야 하는 이런 일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오늘도 이렇게 글을 쓰며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 본다. 

애초에 내가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가 뭐였더라? 


- 나의 역량을 키우고 싶었다. 

-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내가 해봤던 일의 가짓수를 늘리고 싶었다. 

- 내가 영어 공부로 인해 삶의 많은 것을 얻은 것처럼 영어 공부로 인한 삶의 즐거움과 다채로움을 다른 사람들도 누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 열심히 살아온 나의 현재 모습으로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 먼 훗날 나에게 시작될 또 다른 삶의 챕터를 미리 준비하고 싶었다.   


   

비록 나의 애초의 소망과 계획과 상관없이 미래는 펼쳐질 것이다. 지금의 이 일들이 미래에 어떤 일로 번질 것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미지의 것에 대한 답답함이나 불확신보다는 그저 현재의 즐거움과 이유에 오롯이 집중해 봐야겠다.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어 나가고 생산해나가는 그 느낌은 참 신선하다.      


❚새로운 형태로 변화를 위한 물밑 작업

현재 운영하는 1기 과정이 거의 끝이 나간다. 1기 기본 과정을 마친 엄마들과 남편 작업실에서 소박한 쫑파티를 할 계획이다. 앞으로 그들과 더 많은 소통을 하며 스터디 형태로 변형하기 위해 네이버 카페도 이미 만들었다. 다음 주에는 카페 가입을 안내하고 새로운 스터디 형태를 의논할 예정이다. 각자가 스터디 운영에 일정한 역할을 맡아 운영하면 소속감을 키우고 더 적극적인 활동과 배움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스터디 주제, 횟수, 온라인 상 정보공유, 스터디 리더 맡기, 최소의 회비 등 보다 구체적인 의논을 해야겠다.      


한편 새롭게 시작할 2기 모집도 힘을 써야 한다. 맘 카페 두 곳의 운영자에게 이메일로 나의 엄마표 영어 모임 홍보를 문의를 했으나 시큰둥한 반응이다. 더 좋은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할 듯 하다. 누군가가 시키지 않는 일, 내가 그저 시작한 이 일이 어떻게 발전해갈지 나 스스로도 궁금해진다. 다만 그게 나 혼자의 힘으로 될 수 없음을 인정하며 나 혼자의 의욕과 계획보다는 서로의 이해와 소통을 통해 더욱 발전되는 엄마들과의 커뮤너티를 키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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