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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 Soon Apr 10. 2023

#16. 엄마표 영어 스터디 두 번째 모임 후기

: 가늘고 길게 오래 함께하길


❚스터디 모임의 성격

3월말 모임 단톡에 열심히 서로 스터디를 해보자는 취지로 매주 미션을 주는 게 어떤 지 멤버들의 의견을 물었다. 매주 영어 챕터북을 낭독 연습을 하고 음성 녹음하기 미션이나 이전 시간에 공부한 TED 영상을 여러 번 시청하고 Shadowing한 후 음성 녹음하기 등 매주 공부한 흔적을 우리 카페에 올리기를 제안했다. 매주 일정 수의 글이 올라오면 회비 중 얼마를 기부금으로 누적시키는 생각이이었다. 나름 좋은 의도가 있는 제안이었기에 내심 그 결과가 궁금했다. 두 주간 생각을 하고 다음 모임 전에 최종 투표 결과로 스터디의 운영 방침을 정하기로 했다.      


스터디 멤버 중에는 나와 같은 학교에 근무하시는 선생님들도 몇 분 계신다. 물론 영어과 선생님은 아니지만 영어 공부에 많은 열정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다. 1월부터 시작한 엄마표 영어 티타임에도 거의 결석없이 열심히 참석해주셨다. 며칠 전 아이들이 다 하교한 조용한 시간이었다. 멤버인 한 선생님이 내 자리로 오셨다. 매 주 미션을 가지고 스터디에 임하는 게 좋은 취지라는 것은 알지만 많이 부담이 될 듯 하다고 하셨다. 여전히 스터디에 참석은 하고 싶은데, 자기가 미션을 하지 못 하면 괜히 눈치를 봐야 하는 게 앞으로 마음의 짐이 될 것 같다고 아주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으셨다.      


한 분의 솔직한 의견을 듣고 그날 저녁 단톡방에 이런 저런 고민의 흔적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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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저녁 보내고 계시죠?

엄마표 영어 스터디 모임을 통해 어떻게 하면 좋은 인연들과 좋은 성장을 이룰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비록 10주의 만남이었지만 영어 공부만이 목적이 아니라 삶의 여러 부분을 나누고 서로 공유하며 긍정의 에너지를 주고 받는 것이 어쩌면 더 좋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지난 번 제가 보내드린 긴 장문의 카톡 문자들이 어떻게 이해가 되셨을지 사뭇 걱정이 됩니다. 이제 앞으로 쭉 이어 나아갈 모임이 되기를 원하기에 괜한 부담으로 문턱을 높힌 건 아닌가 걱정도 됩니다. 저야 영어를 가지고 업으로 하는 사람이지만 다른 분들은 다들 저마다 분주한 일상을 보내시고 계시는데 매주 미션 같은 것으로 더 힘들게 하고 싶지는 절대 않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어떠한 스트레스없이 서로가 그저 물 흐르듯이 함께하고 서로 나누고 즐거운 스터디가 되는 것이 오래 오래 흐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난 번 제안한 매주 공부한 것을 카페에 올리는 일들은 여전히 환영입니다. 하지만 기부를 명목으로 서로를 힘들게 하는 일은 애초 우리 모임의 본질에서 많이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제 처음으로 해보는 엄마표 영어 스터디 모임이라 올바른 방향을 향해 나가기 위한 몸부림이다 생각해주시고 지난 주 문자(매주 공부한 내용 카페에 글 올리는 아이디어)는 없던 걸로 해주세요. 저의 이런 저런 고민의 흔적들이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제까지처럼 부담없이 들러 영어를 핑계로 들러 수다를 떠는 그러면서 영어 공부도 하는 그런 친구들로 오래 오래 남길 바랍니다. 물론 열심을 하실 분들은 언제든 제가 환영이고 제가 함께 으쌰으쌰 해드릴게요. ^ ^


이번 토요일에는 결석생이 몇 분 계실 것 같지만 여전히 스터디는 운행합니다!  ^ ^

부담없이 즐거운 얼굴로 뵈요. 그럼 편안한 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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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에 10명 전원 멤버십 등록

혼자하는 공부가 아닌 여러 명이 함께 해가는 스터디는 서로에게 윈윈(win-win)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지속가능한 방향을 위해 최소의 스트레스를 가지고 최장의 스터디 그룹이 되고자 결정했다. 그리고 약간의 다과와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위해 매달 약간의 회비를 모으기로 했다. 큰 돈은 아니지만 회비가 서로의 결속을 다지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듯 하다. 하루 만에 스터디 멤버 10명 전원이 멤버쉽 등록을 해주셨다.      


❚내실을 기하기 위한 이런 저런 생각들

멤버쉽 형태로 운영하기로 한 이상 좀 더 내실을 기하기 위해 생각이 많아졌다. 지난 번처럼 멤버들에게 주는 미션이 아니라 스터디 리더인 내가 좀 더 체계를 갖춰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겼다. 두 주에 한 번 오는 모임이지만 그 한 번의 모임을 하고 새로운 것을 알게 되거나 새로운 게 아니라 이미 아는 것이였다하더라도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하는 것이 내가 그리는 스터디의 모습이다.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로는 영어 표현들, 영어 문법이나 영어 문장 구조에 대한 명쾌한 이해가 있을 수 있다. 새롭게 출간한 나의 첫 책 <한국식 영문법 말고 원어민식 그림 문법>을 직접 멤버들에게 조금씩 가르쳐드리기로 했다. 이제까지 골물스럽게 익혔던 한국식 영문법대신 원어민들처럼 영어의 문장 구조를 다이어그램밍으로 익히면 긴 문장도 직독직해를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공감할 수 있는 것들로는 영어 명언, 함께 읽는 영어 원서 속 이야기나 시청한 영어 영상의 내용들에 관한 자유 대화이다. 첫 영어 원서로 선택한 <A Long Walk to Water>를 이번 모임에서는 4장까지 서로 돌아가면 읽었다. 그리고 챕터별 주요 사건을 우리말로 정리를 했지만 4장까지 읽는 것 중에 메모해두고 싶은 장면이나 표현 정리는 조금도 하지 않고 스터디를 끝냈다.      


뭔가 아쉽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모르는 모든 표현들을 다 조사하며 읽어나가는 것도 소설을 읽는 올바른 자세가 아니기에 함께 둘러앉아 잔잔한 음악과 커피향을 느끼며 평화로운 토요일 아침 영어 독서 시간을 갖는 그 자체가 좋은 게 아닐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언제든 열린 스터디 모임

나의 아쉬움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한 회원이 의견을 주셨다. 그저 쭈욱 읽기 보다 매 장 마다 새롭게 알게 된 표현이나, 마음에 와닿는 부분을 서로 나누는 시간을 갖는 것이 어떨까 한다. 좋은 생각이였기에, 다음 번 모임까지 서로 4장까지 다시 찬찬히 읽어보며 함께 나누고 싶은 부분을 표시해 오기로 하고 모임을 끝맺었다.


곰곰이 생각하니 스터디 리더로 좀 더 체계적 정리가 필요할 것 같다. 다음 세 번 째 모임까지 혼자 낭독도 하고 여러 표현도 정리해보고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에 와닿는 부분에 대한 글도 써봐야겠다.      

먼저 성실히 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제일 답일 것 같다.


다행히 이미 그 성실을 시작한 한 분이 계셨다. 지난 주에 함께 공부한 TED 영상을 열심히 연습하시고 혼자 대본을 읽은 파일을 카페에 올려주셨다. 단톡에 그 분의 첫 발걸음을 다들 따뜻한 메시지로 응원해주었다. 이게 바로 내가 바라는 엄마표 영어 스터디의 모습이다.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 여러 번 연습을 하셨을 거다. 그리고 주저함을 물리치고 당당하게 자신의 노력을 남앞에 내놓은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걸 응원해주었다. 참 아름답다.


재미와 의미와 현재가 만나는 지점에서 우리가 행복을 느낀다고 누군가가 말했다고 한다. 바로 나는 이 스터디 모임이 그 재미와 의미와 현재가 만나는 포인트이다. 참 잘했다. 이 모임을 시작한 건. 그리고 참 좋은 사람들이다. 모두들. 언제까지 이렇게 서로 행복할 수 있는 모임이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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