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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 Soon Apr 13. 2023

#17. 엄마표 영어 티타임 2기 두번째 모임 후기

: 알음알음 홍보

❚알음알음 홍보가 좋은 이유?

최고의 홍보는 결국 알음알음이었다. 엄마표 영어 티타임 2기 모집을 위해 여러 방면으로 애를 썼으나 온라인 앱에 올린 모집 광고는 별 효과가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 1기 회원분들의 지인들이 2기 멤버로 참여하고 있다. 이런 알음알음 홍보는 좋은 점이 많다. 1기 회원들의 지인이다 보니 기본적으로 자녀교육관이 비슷하다는 점이다. 엄마표 영어 티타임의 기본 목적은 자녀 교육의 올바른 방향을 잡는 데에 있다. 그래서 비슷한 자녀 교육관을 가졌다는 것은 여러모로 유익하다. 특히, 마냥 학원에 일임하는 엄마들이 아니라 멀리 아이의 먼 미래까지 생각하고 아이의 행복권을 보장하고 싶어하는 엄마들이기에 대화가 잘 통한다.      


❚자녀 영어 교육 어디로?

혹자는 모든 엄마들이 자녀 교육의 방향성이 하나로 귀결되지 않냐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수 년간 엄마들의 대화에 참여해본 바로는 의외로 엄마들의 자녀 교육 방향이 가지각색임을 알 수 있다. 일단 모르겠고 당장 의대를 보내기 위해 모든 것을 그 방향으로 올인 하는 부모, 그 언저리라도 가겠다고 용을 쓰는 부모, 의대를 보내는 것 보다 한 아이의 인격 형성에 좀 더 포커스를 두는 부모, 그리고 삶에 대한 역량을 키우고 싶어 하는 미국 현지 부모 등 다양하다. 같은 교무실에 근무하는 선생님들 사이에도 그런 다양성을 충분히 볼 수 있다.      


오늘도 쉬는 시간에 교사인 엄마들의 대화가 한창이었다. 오늘은 아이의 영어 공부에 대한 이야기로 대화가 흘러갔다. 학원이 밀집해 있는 학군에 자녀를 보내시는 타 과목 선생님이 나에게 아이 영어 공부는 달달 암기가 최고라며 자신에 찬 목소리로 이야기 하신다. 심지어 고등학교 내신에 그 많은 영어 지문도 달달 암기 훈련이 최고란다. 그리고 수능영어와 모의 고사 영어의 단어는 사전의 일곱 여덟 번째에나 나오는 어휘 뜻으로 쓰이기 때문에 그저 읽어서 이해하는 것으로는 고득점이 나오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난 혀를 내둘렀다. 영어를 30년간 공부하고 20년간 지도하고 미국 현지 생활을 해본 나의 경험치로는 도저히 그분의 말씀에 동의를 해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부모 밑의 아이들에게 안타까운 생각마저 들었다. 그 방대한 지문을 달달 암기를 강요받는 아이의 입장은 누구도 대변해주지 않는다. 솔직히 그걸 달달 외워 시험을 준비하는 아이는 결국 제대로 된 영어 문해력을 갖출 수 없다고 말해도 그저 막무가내다. 내신 영어는 시간 싸움이고 지문 보고 바로 바로 답이 나오게 하려면 달달 암기 밖에 없다고 연거푸 강조한다.     

 

좀 멀게 느껴지더라도 폭 넓은 영어 독서를 하면 수능 1등급도 가능하고 무엇보다 영어 문해력이 탁월해진다는 내 말은 귓전에도 안 들리는 것 같아 나는 그 대화에서 말을 아꼈다. 하지만 나의 엄마표 영어 티타임의 멤버들과는 이야기가 참 잘 통한다. 이미 자녀의 독서에 대해 경험치를 가진 엄마들이기에 그 귀함을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좋다. 뭔가 아직 아이들의 행복권을 지키고자 하는 어른이 남아 있다는 안도감마저 든다.   

   

❚한 발 더 다가가도 괜찮겠지요?

이번 2기를 시작하면서 달라진 점은 나의 태도이다. 1기 모임은 처음으로 가는 길인지라 나의 확신이 좀 작았다. 그리고 그 분들이 시간을 내주는 것이 고마웠고 한 번만 오고 안 온다고 한들 서운해 하거나 할 입장이 못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10번째 모임이 되도록 참가자들의 연락처를 받기가 주저스러웠다. 괜히 받은 연락처로 매주 참여를 권했다가 혹여 마음의 부담을 주게 될 까봐 걱정이 되었다. 내가 그들에게 불청객처럼 취부 될까마 전전긍긍한 편이었다.      


1기를 끝내고 이젠 나의 이야기를 들으러 매주 참석한 1기 엄마들이 많았기에 나의 강연이 나름 들을 가치가 있는 모양이다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2기에는 두 번째 만남이지만 좀 더 많은 정보를 주기 위해 연락처를 받는 것이라 설명한 후 등록부에 실명과 연락처를 기입하도록 했다.      


뭔가 내가 퍼 줄 게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 좋았다. 우리의 카페에도 자료를 부지런히 올려둘 것이고 내 브런치 글도 그들에게 공유되기를 희망한다. 짧은 만남으로는 나의 경험들을 제대로 공유하거나 모임의 목적을 충분히 공감 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평상시에 온라인 상의 연결 고리가 있는 것이 새로운 사람들과 보다 의미있는 연대를 가능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트 필기까지?

배짱이 조금 생긴 탓에 2기 모임을 진행하면서도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더 이상 시간에 쫓기듯 진행하지 않는다. 게다가 2기 멤버들은 노트 필기까지 하면서 내 이야기를 꼼꼼히 정리하기까지 하신다. 진행하면서 내 마음의 여유가 더 생겼고 내 말에 귀 기울이는 엄마들이 있다. 고맙고 신기하고 신난다. 무엇보다 ‘누군가에게 내가 쓰임이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참 감사했다.   

   

❚인자한 영어 선생님?

모임을 처음 시작할 때 가졌던 자기 의심과 자의식, 남들에 대한 의식등 나를 주저하게 만든 그 부정적 에너지를 상쇄시키기 위해 마음 수양을 많이 했었다. 기도도 하고 성경 말씀에 의지해보기도 하고 매번 오시는 엄마들의 고마운 말씀도 큰 힘이 되었다. 덕분에 이젠 나의 일에 의미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재미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지난 주 같은 날 난 두 분의 선생님으로부터 각각 너무 기분 좋은 소리를 들었다. “좀 전에 어떤 학생이 선생님 찾으러 왔었어요. 그 아이가 선생님 성함은 모르고 인자한 영어 선생님이라면서 선생님을 찾았어요.”

인자함이라? 난 크게 웃었다. 아직 인자하다는 소리를 들을 경지까지 오르진 못 했다. 하지만 어느덧 인자함을 키워햐 하는 나이임은 확실하다. 비록 내가 진정 인자함을 갖추진 못 했지만 적어도 그 아이에게 만큼은 내가 인자한 영어 선생님으로 비췄다니 다행이다. 옆에 계시던 체육 선생님도 한마디 보태신다. “선생님은 늘 웃고 다니세요.심지어 선생님은 아침에 출근하면서 웃으시는 거 아세요?” 하셨다.


내가 그랬던가? 사실 난 아침 출근길이 즐겁다. 새로운 날들이 기대가 되기 때문이다. 내가 쓰임이 되는 곳에 내가 유용하게 쓰임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매일 아침이 설렌다. 이런 긍정의 에너지의 원천은 내가 하는 엄마표 영어 티타임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나의 지지자들이 생긴 느낌, 나의 이야기가 존중받는다는 느낌, 고군분투했던 나의 유학 경험과 나의 배움의 시간들이 소중하게 쓰이는 느낌, 그래서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즐겁게 보낼 수 있는 날들이 많아졌다. 그런 나의 긍정 에너지의 원천은 큰 기대없이 시작한 엄마표 영어 티타임도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 매번 와주는 그 엄마들의 힘이 크다. 물론, 이 모임이 사라진다 하더라도 그간 나에게 보여주신 그 열심과 진심만으로도 자기 확신을 가질 수 있게 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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