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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 Soon Mar 28. 2023

#15. 엄마표 영어 티타임 2기 첫 모임 후기

: 느낌이 좋다

 ❚내 마음 같지 않은 사람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알려야 남과 나눌 수 있다. <엄마표 영어 티타임>1기 과정이 끝나갈 무렵 새롭게 2기 모집을 어떻게 홍보할 지에 대한 고민을 했다. 물론 알음알음으로 비슷한 결을 가진 사람들과 모임을 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일단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알린 후 등록자가 적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이 들었다.      


지난 1기 모임은 당근 앱을 활용했다. 당근 동네 생활의 취미 생활 이라는 코너에 홍보를 했다. 큰 기대 없이 한 홍보였지만 조회수는 상당히 높았고 결과적으로 매주 10명 내외의 사람들이 함께 했다. 한 번 오고 그만 오는 게 아니라 매주 오시는 걸 보고 나름 나의 교육과정에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좀 더 본격적으로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나의 상황을 제일 잘 아는 1기 회원들이 이래저래 2기 회원 모집에 힘을 써주셨다. 한 회원 분이 맘 카페에 글쓰기를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제안을 했다. 한번도 해 보지 않은 일이지만 도전해보기로 했다. 최대한 알림글을 다듬고 1기 회원들의 후기를 싣고 나의 약력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맘 카페 두 곳에 준회원 글쓰기 코너에 알림 글을 게시했다. 2시간 만에 3명이 바로 등록했다. 그런데, 글을 게시 후 5시간 만에 글이 자동 삭제되어 버렸다. 그리고 이틀 후 운영자로부터  홍보성 글이라 삭제한다고 문자가 왔다. 여전히 다른 맘들의 모임 결성을 위한 글들도 있었지만 내 글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삭제되어 버렸다.      


엄마표 영어 티타임이라는 과정을 너무 체계적으로 안내해서 업체의 냄새를 풍겼는걸까?

분명 재능기부라고 했지만, 매달 회비 1만원이 수강료처럼 보였을까?

눈치 없이 너무 있는 그대로를 다 알린 게 잘못이었을까?

프로답게 순진한 척 그저 아이 키우는 엄마인데 함께 영어 공부할 사람 찾는다고 할 걸 그랬나?     

더 가관인 것은 지난 가을 레인 할머니가 한국에 방문했을 때 교회에서 함께 찍은 나의 프로필 사진을 보고 누군가가 나의 알림 글에 의심스러운 말투로 이렇게 적었다. “분명 교회 사람 같아요. 글 삭제 요청해야 할 것 같아요.” 그 댓글을 보는 순간 난 너무 어이가 없었다. 교회 다니는 사람이 대단한 역적인양 나를 몰아 세우는 듯한 느낌이 들어 아주 불쾌했다.


 신앙심이 있는 사람은 적어도 없는 사람보다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생각을 한다. 비록 나 조차 이제 초자 신앙인이라 남다른 뭔가가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신앙인이라는 게 남에게 비난이나 역적같은 취부를 받는 것은 상당히 불쾌하다. 나의 일이 나의 신앙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신앙심이 있는 사람이 하는 일이면 더 신뢰해야 하는 건 아닌가? 미국에서 교회 다니는 사람에 대한 인식과 한국은 참 다른 것 같다. 괜히 나의 일 때문에 종교까지 핍박받는 느낌이 들어 어이가 없었다.      

결국 나는 그들과 교류를 하지 않기로 했다. 운영자가 보내온 쪽지에 나도 이제 그쪽에 글을 게시할 마음이 없으니 혹시 삭제되지 않는 나의 글을 다 삭제하라고 답장을 썼다. 선한 마음으로 한 나의 모임이 이렇게 오해를 받으니 상당히 불쾌했다.     


❚이유에 집중하기

한 차례 홍보 전쟁을 치르고 나서 차분히 마음을 가다듬었다. 내가 왜 그렇게 홍보를 해야하는 걸까? 애초에 이 일을 하는 이유가 뭘까? 이 일을 진행하는 가장 큰 목적은 나의 재능이 사람들에게 좋게 쓰여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을 통해 펄스널 브랜딩을 하고 싶은 게 두 번 째 목표이다.      


내가 가진 나의 고유한 경험과 내가 거친 배움의 과정, 그리고 그걸 통해 얻게 된 것, 특히 영어를 매개로 이어진 그 과정들이 나에게는 큰 재산이다. 난 그 재산이 많은 사람들에게 쓰여질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이런 사람이니 나를 불러다 쓰시오’라 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런이런 일을 하고 있으니 관심 있는 사람들은 오시오’ 하는 적극적인 행동의 시대라 생각한다.      


학교의 교사인 나의 직업에는 주어진 임무와 매뉴얼이 있기에 뭔가를 기획하고 계획하는 일의 범위가 아주 제한적이다. 퇴근 후 나는 스스로 나를 더 이해하고 계발하고 남에게 도움이 되는 컨텐츠를 가진 사람이 되는 일, 펄스널 브랜딩이 요즘의 관심사다. 아직 그 일이 참 막연하지만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다. 최대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려 한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 한 지난 2년간 유튜브에 펄스널 브랜딩과 관한 영상을 많이 봤다. 뭐부터 시작할 지 막막하기에 1년 전부터 일단 브런치에 글 쓰며 나를 이해하는 일부터 했다. 이번 겨울 방학에는 실제로 사람들을 만나 나의 가치를 확인하고 나의 가치를 구체화하는 일을 계획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엄마표 영어 티타임 과정이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나는 나의 이야기를 구체화 시켰고, 나의 이야기가 남에게 도움이 되도록 만든 셈이다. 하지만 아직 완성품이거나 최종본이 아니기에 또다시 새로운 기수를 모집해서 더 다듬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2기 모임에 구지 많은 사람들이 등록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나는 초심을 다시 생각했고 모임의 목적을 되내이며 현실의 벽을 극복하기로 했다.     

 

❚좋은 사람과 좋은 인연

다행히 지인과 당근 앱을 통해 등록한 분들이 몇 분 계셨고 첫 모임에 오셨다. 게다가 고맙게도 1기 과정 회원도 두 분이 와주셨다. 1기 과정 회원들이 내 마음에 큰 힘이 되어 주었고 나의 응원단이었다. 처음 온 사람들에게 그분들은 어쩌면 대단한 레퍼런스가 된다. 신기하게도 새로 오신 세 분은 이미 다른 모임을 통해 알고 있던 사이라고 했다. 이미 시작부터 상당히 많은 것이 공유된 모임이라 출발이 순조로웠다.      

세 명의 새로운 사람과 기존 1기 멤버 두 분 그리고 남편과 나 이렇게 속닥하게 첫 모임을 가졌다. 하지만 아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난 1기때와는 다른 나의 심적 여유로움과 그 분들의 오픈된 마음 덕분에 이야기는 잘 진행되었다. 


비단 영어를 더 잘 하기 위해 오신 목적도 있지만 모두들 자신을 더 키우고 싶은 욕구가 강해 보였다. 이건 내가 이 모임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와도 통한다. 나 역시 영어를 가르치는 일 만 하기 위해 이 모임을 하는 게 아니다. 나의 자존감, 나의 역량을 키우기 위함이다. 그 분들도 물론 자녀의 영어 교육을 좀 더 지혜롭게 이끌고 싶은 이유도 있지만, 영어라는 트로마를 극복하고 자존감을 높이고 싶다고 하셨다. 우리는 박수를 치며 응원해드렸다. 성인 대상 교육 프로그램은 그래서 참 흥미롭다. 미국 대학원 시절 나의 박사과정은 특히 성인 대상 교육 프로그램에 관한 공부를 많이 했었다. 그 당시에는 그 배움을 어디에 쓸지 알 수가 없었으나, 요즘 그 배움을 아주 잘 활용하고 있다.      


❚벚꽃이 만개한 오늘, 산책하며

새로운 인연, 이런 프로젝트가 아니었으면 만날 수 없었던 사람들과 앞으로 더 좋은 배움을 하며 성장하는 관계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이 좋은 봄날 남들처럼 멀리 여행은 못 가는 상황이지만 집 앞 강변에 핀 벚꽃 길을 걸으며 감사함을 느꼈다.      


❚그래도 또 홍보를 시작해 본다  

어제저녁 혹시나 하는 마음에 네이버 이웃에 또 모임 알림 글을 올렸다. 삭제가 될지 아니면 많은 사람에게 알려질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고 나머지는 그저 받아들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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