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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 Soon Mar 26. 2023

#14. 엄마표 영어 스터디 첫 모임 후기

: 새로운 다짐 그리고 생각들 

❚또 새로운 시작

열 번의 모임을 <엄마표 영어 티타임 1기 과정>으로 묶었다. 그리고 새롭게 <엄마표 영어 심화 과정>이라는 이름으로 모임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실질적인 영어 공부를 하며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받는 모임이 되고자 시작했다. 이 모임을 통해 취미로 운동을 하듯이 취미로 외국어를 익히면 비단 외국어 능력 뿐 아니라 삶을 더 즐겁고 유익하게 할 수 있음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10명 가량의 멤버로 시작한 첫 모임을 지난 토요일 가졌다. 약속한 10시 30에 되어도 겨우 2명 뿐이 었다. 다행히 30분 후가 되니 어느 덧 한 방 가득 대략 9명이 함께 하게 되었다. 토요일 오전이면 늦잠과 브런치, 모닝 커피로 여유를 부려야 마땅한 시간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모였다. 이제 겨울 방학이 아니라 주중에는 출근을 한다. 그래서 토요일 오전은 한층 더 달달한 시간이다. 그런 달달한 토요일 오전을 건설적인 모임에 바친 것 만으로도 스스로 참 대견하다 생각했다. 영어 교사인 나는 영어가 내 업이니 그렇다 치지만 참가한 나머지 엄마들은 본업이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토요일 오전을 그렇게 영어 공부하러 온다는 것 자체가 참 놀라웠다.      

❚스터디 내용 구성

이제는 두 주마다 모임을 갖게 되니 평소 소통의 공간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래서 카카오 톡방도 개설하고 네이버 카페<영어 매니아들>도 단장했다. 차차 멤버들의 영어 공부를 한 흔적과 소통의 기록들이 이곳에 차곡차곡 쌓이고 모아질 것을 기대한다. 첫 모임에서 강조한 것은 모두가 함께 이끄는 모임이라는 점이다. 비록 초반에 틀을 잡기 위해 내가 주도적으로 하고 있지만 모두가 돌아가면서 세션을 이끌도록 할 것이라 했다. 수동적으로 끌려가기 보다 적극적으로 스스로 스터디의 주인이 된다면 더 많은 경험과 의미가 생길 것 같다.     

첫 한 두 달은 스터디의 루틴과 전체적 프레임을 만들기 위해 내가 좀 더 에너지를 쏟기로 했다. 몇 주간 고민을 했었다. 연령대도 다르고 영어 실력도 다르고 영어 학습 동기도 다양하다. 그래서 스터디에서 루틴으로 공부할 것을 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무엇을 가지고 공부하고 싶은 지에 대한 의견 역시 없어서 사실상 내 마음대로 하면 되는 분위기였다.      


열 번의 모임을 하면서 강조했던 점들을 쭈욱 나열해봤다. 그리고 모임에서 소개했던 다양한 영어 컨텐츠들을 골고루 섞어서 단조로운 스터디가 되지 않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 일상생활 영어, 

- 아카데믹한 영어, 

- 영어 책 읽기, 

- 온라인 영상물 시청, 

- 4 스킬 통합해서 키우기, 

- 가늘고 길게 영어 공부 이어갈 수 있는 루틴 만들기


우리 모임의 영어 공부 루틴은 이렇게 잡아봤다. 

- 생활영어 표현/통문장 억양과 연음 살려서 암기하기

- 명언 하나 필사하고 의견 나누기

- 영어 챕터북 정해서 둘러 앉아 한 페이지씩 소리 내어 읽고 내용 이해 점검하고 의견 나누기

- 영어 TED 영상 시청하면서 내용 이해 점검하고 연관된 질문으로 프리 토킹하기 

- 각자 주중에 영어 공부 루틴으로 모임에서 읽은 챕터 북 소리 내어 여러 번 읽어서 목소리 녹음하기/ TED 영상 쉐도잉해서 대본 소리 내어 읽어서 녹음하기/ 공부한 내용을 영어나 우리말로 정리하는 노트 만들기(새단어, 새롭게 발견한 좋은 표현, 문장들)     


❚생활영어 통문장


A: Have you ever visited Jejudo?

B: Yes, I have. / No, I haven’t.

A: I hope you can visit there sometime.      


내가 즐겨 하는 리듬과 억양을 살린 통문장 암기법부터 일단 시작했다.  

엄마들이라 다들 너무 즐겁고 적극적으로 연습에 동참해주었다. 서로 짝지어 묻고 답하기도 했다. 역시 10대 중학생들 가르칠 때와는 다른 보람을 이곳에서 매번 얻는다. 참 감사한 일이다.      


❚명언 필사

엄마들과의 모임이다 보니 삶에 대한 것들도 나누고 싶었다. 명언은 대체로 우리의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아주 응집된 지혜이다. 특히 영어로 된 명언을 나누면서 멤버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듣는 것 역시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이번 첫 모임의 화두는 ”용기“로 잡았다.      

Chat GPT에게 용기와 관련된 좋은 명언을 달라고 해봤다. 역시 순식간에 괜찮은 명언 10개를 깔끔하게 추천해주었다.           


그 중에 아래 두 가지를 모임에서 소개했다.      


"Courage is resistance to fear, mastery of fear, not absence of fear.“

   - Mark Twain-

[용기는 두려움에 대한 저항이고 두려움을 마스터하는 것이지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다.]     


"The greatest glory in living lies not in never     

  falling, but in rising every time we fall." 

  - Nelson Mandela-


[삶의 최고의 글로리는 넘어지는 것에 있는 게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매번 일어나는 것에 있다.]     

이 문구를 함께 읽고 스터디 초반 배부한 워크시트에 다들 옮겨 적었다. 명언에 대한 의견을 나눌 시간은 갖지 못했지만, 각자 마음에 무언가 와 닿는 부분이 있었기를 기대한다.      


나는 특히 마크 트웨인이 한 말 중에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는 부분이 마음에 들어왔다. 엄마표 영어 티타임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할 무렵 내 마음의 두려움은 사실 많았다. 그럼에도 열 번의 모임을 하고 이렇게 2기까지 하게 된 데는 그런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두려움을 떨치려는 노력을 한 덕분이다. 실패를 두려워 하기보다 실패를 딛고 일어설 수 있는 나를 만드는 것이 살아있다는 징표겠지? 그래서 마흔에 남편, 두 아이를 다 데리고 그렇게 용기있게 떠났던 거 아니었던가? 


❚영어 챕터북 <A Long Walk to Water>

어휘 난이도와 문장 길이를 기준으로 책의 레벨을 나눈 AR 지수와 Lexile 지수를 참고해서 이번 모임은 미국 5학년 수준의 책으로 시작해보기로 했다. 한국계 이민 2세인 작가 Linda Sue Park의 <A Long Walk to Water>는 길이가 122쪽이라 다소 부담이 적은 영어 챕터 북으로 AR 5.0/ Lexile 지수 720L이다. 


글의 종류는 회고록(Memoir)과 장편소설의 중간이다. 1983년부터 2005년까지 22년간 지속된 수단의 내전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 속 주인공 살바(Salva)는 11살 어린 나이에 홀로 수년간 전쟁 난민촌을 떠돈다. 또 한 명의 주인공 나야(Naya)는 2008년~ 2009년 수단에 사는 소녀로 매일 물을 길러 오는 일이 하루 일과의 전부이다. 작년 학교에서 원어민과의 북 클럽에서 학생들과 함께 읽은 책이었지만, 다시 이 모임에서 읽어도 좋을 만큼 내용과 길이가 모두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시작하기 전에 등장인물에 대한 개요를 먼저 했다. 역시 Chat GPT가 순식간에 정리를 해줬다.      

문장마다 일일이 해석하는 것은 최대한 지양하고 함께 둘러 앉아 돌아가며 소리내어 책을 읽는 그 과정 자체가 의미가 있다. 그래서 돌아가면 반쪽을 읽고 챕터가 끝날 때 마다 챕터의 주요 사건이나 내용을 정리하는 정도로 하기로 했다. 이 부분은 역시나 Chat GPT의 도움을 얻었다. 


챕터별 모를 만한 단어도 역시 리스트를 만들라고 하면 떡하니 만들어 준다. 

정말 손 안대고 코 푼 (?) 이 느낌? 이제 왠만한 건 Chat GPT에게 맡기면 될 듯 하다. 그 먼 옛날 대학교 시절 스터디 모임은 일일이 종이 사전 넘기고 돌아가며 요약해오게 하고 모든 게 일이었는데, 이젠 정말 손끝 하나 까딱하면 바로 다 얻을 수 있다. 참 세상 편하게 공부할 수 있는 시대가 온 듯 하다.    

  

❚TED Talk

아무래도 읽기만 하면 지루할 수도 있고 원어민들의 음성을 듣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성인 학습자들을 위한 최적의 콘텐츠는 바로 TED Talk이다. 다양한 주제의 다양한 이야기로 가득찬 TED Talk은 실패 확률이 아주 낮은 안전한 플랜인 듯 하다. 남편은 TED Talk을 진지하게 파는 양반이라, 이 섹션은 남편이 맡아하기로 했다. 첫 날은 <Try Something New for 30 Days>라는 영상으로 했다. 새로운 모임의 시작으로는 안성맞춤이다.      


https://youtu.be/UNP03fDSj1U

TED Talk <Try Something New for 30 Days>

함께 무자막으로 시청하고 남편이 이미 제작해둔 문제들을 함께 풀며 이해를 도왔다.      


❚Free Talking

시청한 TED Talk 의 영상과 관련된 주제로 프리 토킹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신기하게도 영어로 진행을 다 했는데 거부하는 멤버가 없었다. 다들 용감, 대범한 영어맘이라 생각했다. 물론 활발하게 영어로 대화를 하지는 않았다. 제일 용감한 한 엄마, 그리고 나 정도 영어롤 대화를 했지만 시작이 반이니 다음 번 모임에는 더 편한 분위기에서 더 대화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의지와 계획력

이제 영어 공부하기에 딱 좋은 세상이다. 왠만한 허드렛일은 Chat GPT만 있으면 다 해결된다. 스터디지기로서 이 부분은 상당히 흐믓한 부분이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바로 의지와 전체적 계획력이다. 첫 스터디를 무사히 마치고 그날도 햇살좋은 집 앞 강변을 산책했다. 새로운 출발을 한 상쾌함으로 즐겁게 산책을 했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나의 생각은 어느덧 더 나은 방법에 대해 집중하고 있었다.      


비록 오늘 첫 모임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뭔가가 아쉽다는 생각이 마음 한 켠에 있었다. 원인은 매주 모이던 모임을 격주로 바꾸는 데 있다. 그렇다고 매주 토요일을 엄마표 영어 2기 모임과 엄마표 영어 심화반을 다 할 수는 없다. 그렇게 되면 분명 나의 에너지가 빨리 고갈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늘고 길게 지속 가능한 패턴을 만들 나의 우선순위 때문에 격주를 하기는 해야 한다. 그런데, 격주마다 모여 한 시간 남짓 스터디로 뭐를 익힐 수 있을까? 그게 문제다.      


❚공동의 목표, 서로 격려하는 시스템

 매달 장소 사용료, 복사비 및 약간의 간식비 정도의 회비를 거두어서 멤버십의 느낌도 있으면 더 오래 모임이 지속될 것 같아 그렇게 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회비만으로는 지속가능성을 키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산책을 하며 곰곰이 생각해봤다. 일단 내가 하게 된 생각은 이랬다.      


★모임의 내실을 높일 방법★

문제점1: 매주도 아닌 격주 모임, 실질적인 공부는 1시간 정도 뿐임. 실질적으로 영어 스터디가 이뤄지기에 역부족     

해결책: 각자 일상에서 꾸준히 영어를 접하며 지내는 루틴 만들기

 예시1.  모임에서 읽은 책의 챕터를 다시 소리내어 여러번 읽기 연습 후 녹음 파일 카페에 올리기

 예시2. TED 영상 대본 여러 번 읽고 Shadowing 연습한 후 대본 읽으며 녹음하여 파일 카페에 올리기

 예시3. TED 영상이든 모임에서 함께 읽는 영어 책 공부하면서 각자 정리한 노트 또는 오늘 배부한 워크시트(단어/구문 정리, 인상 깊은 부분 필사, 배운 내용 영어 or 우리말 정리 등)     



문제점2: 위의 각자 공부를 그저 각자 하도록 던져두면 영어 공부의 내적 외적 동기가 다소 부족할 수 있음.    해결책: 모든 회원이 단합해서 아래 조건을 충족할 경우 매달 회비 중 30% 기부금으로 적립     

(조건) 한 달 동안 회원 수 x 4개의 포스팅(영어 매니아들 카페에 매주 각자 공부한 것에 대한 인증- 위의 예시 1,2,3 중 하나 또는 각자의 좋은 방식)이 달성될 경우 해당 달의 기부금으로 회비의 30% 적립. 바쁜 회원이 포스팅 좀 덜 해도 열성 회원이 대신 해도 됨.      

예상효과> 바쁜 회원은 포스팅 좀 덜 해도 열성 회원이 포스팅을 하는 것도 가능하니 너무 부담이 안되는 선에서 서로 격려할 수 있을 것 같음. 다만 서로에게 긍정적 자극을 꾀할 수 있을 것 같음.      


이런 생각을 산책 후 바로 돌아와 노트북에 정리했다. 그리고 멤버들과의 톡방에 게시했다.  물론 나의 진심어린 문자도 함께 남겼다.

 


★바쁜 와중에 좋은 뜻으로 함께 하게 된 우리들입니다. 

 오래 오래 좋은 영향을 서로 끼치며 의미있는 소통과 모임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오늘 햇살 좋은 남천을 걷다가 든 생각이었습니다.      

저만의 모임이 아닌 우리들의 모임인 만큼 여러분들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다음 모임은 4월 1일이니 3월 31일까지 생각해보시고 제가 그 즘에 카톡 방에 투표를 실시해 볼게요. 모임의 내실을 기하기에 더 나은 방안이 있으시면 언제든 개인 톡 주세요. 

어떤 방식이든 4월 1일에는 최종 결정을 하고 4월부터 ‘서로가 좋은 뜻을 위해 함께 함’을 실천할 수 있는 시작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4월은 진짜 시작

다가오는 주에 투표를 할 생각이다. 아무쪼록 오랫동안 유익한 취미생활(영어 공부 즐기며하기)를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돈이 되는 모임도 아니고 권력이 생기는 모임도 아니다.  하지만 사람이 생기는 모임이고 좋은 인연을 만들 수 있는 모임이다. 어려운 말로 자아효능감을 키울 수 있는 좋은 모임이다. 나 뿐 아니라 멤버 모두 현재의 자신보다 더 나은 자신을 만드는 그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스스로 할 수 있다는 마음 역시 키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나에게 이것은 참 소중한 부분이다. 내가 좋아하는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다. 그게 남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하니 이 보다 좋은 게 어디 있을까? 남을 위해 내가 뭔가를 해 줄 수 있을 때 그리고 그 일을 실제로 해주었을 때 느끼는 그 달달함은 참 기분좋은 달달함이다. 그리고 그건 역시 중독성이 강하다. 어렵게 10번의 모임을 끝내고 속시원히 그만둬둬 될 일을 이렇게 2기 모임을 소집하고 또 심화반까지 꾸리는 걸 보면 서서히 빠져들고 있음에 틀림없다. 기왕 시작한 일이니 모두에게 유익이 되고 오래 오래 지속가능한 프레임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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