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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 Soon Apr 21. 2023

#16. 드디어 내 이름의 책이 나왔다.

: 첫 책 출간 1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구글 검색어에 내 이름을 입력하면 나의 논문 제목이 뜬다. 그저 평범한 일개 교사인 내가 구글 검색에 뜬다는 사실에 참 신기해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세상에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에 두렵기도 했다. ‘누군가가 나의 논문을 추적해서 나의 별스럽지 않은 그 논문을 읽기라도 하면 어떻하지?’ 살짝 조바심을 내기도 했다. 그 논문은 일반인에게 오픈이 되지 않고 내가 졸업한 대학교 도서관 검색으로만 조회가 된다는 사실에 천만 다행이라 여기기도 했다. 남에게 읽히기 위해 썼음에도 읽히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솔직한 나의 심정이다.      


두렵기는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이었기에 미국 대학교 박사 논문도 감히 썼었다. 그리고 마음 속 큰 산 하나를 넘은 뿌듯함마저 느꼈었다. 내 이름이 새겨진 글이 온라인상에서 노출되는 건 나의 박사 논문이 처음이고 이번이 두번 째다. 처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의 글이 남에게 읽힌다는 사실은 두렵다. 오히려 해를 거듭할수록 나의 어줍짢은 글을 남이 뭐라 할까봐 더 조심스러워진다. 더군다나 이곳은 내 나라이고 내가 지켜야 할 나의 체면이라는 것도 있는 곳이니 더욱 그러하다.      


맨 처음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내 글을 올릴 때의 두려움은 지금도 생생하다. 하지만 나의 이야기를 주저리 주저리 쓰고 싶은 욕구가 강했기에 하나 둘 글을 게시했다. 역시나 나의 주변 지인들이 혹여나 내 글을 읽을까봐 전전긍긍했었다. 친한 대학교 친구도 브런치 작가로 활동한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감히 그 친구의 글에 좋아요와 구독을 해줄 수 없었다. 그렇게 하면 바로 내 브런치계정이 그 친구 브런치에 뜰 것이고 그러면 그 친구가 내 브런치의 그 글들을 읽어버릴 게 분명하니 그럴 수 없었다. 그렇게 일 년간 지인들에게 알리지 않고  글을 써서 올렸다.

   

박사 논문도 브런치에 올리는 매번의 글도 그리고 이번에 출간한 <한국식 영문법 말고 원어민식 그림 문법>책도 나의 경험과 배움을 나누고 싶은 마음을 떨쳐버릴 수는 없기에 한 일이다. 대단한 경험도 아니고 나눌 가치가 있는 배움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그 세월의 경험과 배움을 무시해버리는 순간 ‘나’라는 존재마저도 무시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나의 경험과 배움이 남에게 들려지도록 하고 싶었다. 특히 세월에 묻혀 그 목소리가 작아지지거나 사라지기 전에 기록해야겠다 싶었다.      


❚브런치 덕분에

나의 브런치는 어느덧 한 돌을 지났고 책도 하나 출간하게 되었다. 브런치라는 앱은 참 매력적이었다. 일상에서는 절대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들을 아주 생생하게 전달받을 수 있다. 구독자가 엄청나게 많은 작가도 그의 글에 내면의 생각과 감정들을 아주 솔직하게 글로 표현해준다. 나는 몰래 그 사람의 이야기를 엿듣는 흥미로움을 만끽한다.  물론 나의 글도 누군가에게는 들려진다. 그 사실이 처음에는 부담스러워 글 하나 발행하면서 많은 용기를 내야 했었다. 하지만 이젠 아무렇지 않게 발행 버튼을 누른다. 어느 정도 남과의 소통을 두려워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내는 것을 별스럽게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우리나라 영어교육에 관한 글

유학을 마치고 중학교로 복직을 한 후 가장 힘든 부분은 한국식 영문법에 아직도 사로잡혀 있는 현실에 적응하는 것이었다. 동 학년을 맡는 동료들과 견해를 달리함으로써 생기는 불편함은 매번 시험 문제를 출제할 때마다 붉어졌다. 그 답답함을 해결하기 위한 나의 몸부림은 이곳 브런치에다 글을 발행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말로 언쟁을 벌인들 현실은 바뀌지 않으니 차라리 조용히 글로 써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것이 더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1년 전 본격적으로 원어민식 영어 문법에 대한 글을 연재해보기로 했다. 글을 쓰게 된 이유, 연재될 글의 목차를 정하고 거의 매일 글을 하나씩 완성했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글이 브런치 북<한국식 영문법 말고 원어민식 그림 문법>으로 완성되었고 드디어 책으로 출간하게 되었다.      


박사 논문은 그저 혼자 매 챕터 글을 노트북에 차곡차곡 써놓고 최종 마무리가 되어야 겨우 남에게 읽혀진다. 이와 달리 브런치는 한편 한편 글을 발행할 때마다 누군가의 응원을 받을 수 있어서 쉽게 지치지 않고 목차의 마지막 장까지 완주할 수 있었다. 많은 독자들이 공감의 댓글을 달아 주었기에 많은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의 영어 교육에 관한 견해가 나만의 외골수적인 발상은 아니라 생각되었다.      


❚책 출간을 선뜻 할 수 없었던 이유와 해결책

<한국식 영문법 말고 원어민식 그림 문법>이 브런치 북으로 완성된 지는 거의 일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선뜻 출간을 결심하지 못한 것은 여러 이유에서였다. 무엇보다 대중성이 없을 것 같았다. 우리나라에서 출간되는 왠만한 영어 문법 서적은 다 하나같이 내용이 동일하다. 그런 영문법 서적에 익숙해져버린 우리나라 영어 학습자들에게 원어민식 문장 다이어그래밍은 대중의 이해 수준 너머에 있는 개념일 수 있겠다 싶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에게 뚱딴지 같은 소리로 들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점을 해결하기 위해 수능영어 기출 문장들을 다이어그램밍으로 그려보는 연습 문제를 뒤에 추가로 수록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보급이 되지 않는 새로운 개념이지만 그것이 수능 영어 독해에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면 대중들도 관심을 보일 것 같았다. 또한 브런치북으로 나온 것을 그대로 출간하면 나의 브런치북을 삭제 해야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게 좀 염려스러워서라도 실제 출간될 책에는 추가 연습문제 파트를 넣어 구매의 필요성을 좀 더 부각시켰다.    

  

또한 ‘개인적 경험에 관한 수필이 아니라 영어 학습 교재이기에 교수도 아닌 내가 이런 영어 문법책을 내기에 자격이 되는 걸까?’ 하는 자의식도 내가 출간을 선뜻 결심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이다. ‘영어학 분야의 저명한 교수면 모를까 일개 중학교 영어교사가 이런 영어 문법책을 내는 것에 어느 누가 눈길이라도 줄 까?’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은 미국 대학원시절 열심히 공부했던 전공 서적을 참고해서 집필한 것이니 만큼 어느 정도 영어 학습서로 쓰임이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영어 학습자인 나에게 신선한 개념이었고, 긴 영어 지문을 한눈에 파악하기에 너무 좋은 방법임을 깨달았기에 이 개념을 한국식 영문법으로 지친 많은 우리나라 영어 학습자들에게 어쨌든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하고 후회하느니 하고 후회하자  

두려움 때문에 새로운 것에 도전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미국 유학 시절 단련의 시간을 통해새롭게 얻은 나의 삶의 태도다. 도전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이나 후회 같은 것을 갖고 싶지는 않았다. ‘비록 나중에 어떠한 이유로 후회할지라도, 그리고 비록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는 무모한 시도일지라도 일단 해봐야겠다‘ 생각했다. 결국 후회하더라도 저질러 보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주변 사람들의 긍정적인 피드백

나의 결단을 좀 더 공고하게 해준 데에는 주변 사람들의 긍정적인 피드백도 한 몫 했다. 대중들에게 다소 뚱딴지처럼 들릴 것을 대비해서 미리 엄마표 영어 티타임이라는 스터디 모임에서 이 개념을 설명했다. 반응은 꽤 괜찮았다. 더군다나 그 중 일부는 이미 그 개념을 다른 곳에서 들어본 적이 있고 그 방법이 참 좋았다라는 말까지 해줬다. 이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다.      


또한 나처럼 중학교 영어 교사를 하는 내 친구도 나의 브런치 북을 정주행하고 신선한 개념이며 동사 모양을 햄버거에 비유한 아이디어가 참 마음에 든다고 좋은 피드백을 해주었다. 비록 구독자는 미비하지만 나의 유튜브 채널에서 한 구독자도 나의 브런치 북에 많은 관심을 보여주고 책으로 나오길 기다린다고 했다. 그리고 워크북까지 만들기를 바란다고 했다.      


몇몇 사람들의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없으니 일단 출간을 먼저 하고 후회할지 말지는 나중에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출간의 첫 단추를 끼워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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