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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 Soon Jul 25. 2023

#26. 엄마표 영어 스터디 아홉 번째 모임 후기

: 긍정적인 사람들과 함께하면 생기는 일

❚분주한 토요일 아침

스터디 모임이 있는 전날 저녁은 대부분은 불금이라 칭하며 즐기는 시간이지만 나는 혼자 살짝 마음이 바쁘다. 그래도 함께 모여 무언가를 나눌려면 파워포인트라도 만들어야 운영이 매끄럽기 때문이다. 최근 활용하고 있는 캔바라는 앱 덕분에 솜씨없는 나지만 쉽게 슬라이드를 구성해갈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스터디 당일 아침은 역시나 여유로와야할 토요일이지만 나는 바쁘다. 이번 아침에는 오랜만에 오므렛과 감자찜을 아침으로 만들고 연거푸 딸아이 점심을 위해 매운 닭고기 볶음밥도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부엌에서 거뜬히 한 시간을 보내고 아이들을 깨워 아침을 먹을 무렵이면 남편은 여유롭게 테니스를 치고 들어온다.


 늘 언제나 이 역할의 불공평함에 불만을 품지만 구조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없는 한계에 늘 부딪힌다. 결국 그저 내 일이다 받아들이고 꾸역꾸역 매일을 살아나간다. 그런 내 모습에 다소 눈치가 보였던지 남편은 서둘러 샤워에 아침 식사를 마치고 먼저 스터디 장소로 향했다. 가서 환기라도 시키고 에어콘이라도 켜놓고 음료며 이것 저것 세팅을 해놓겠다며 얼른 도망치듯 집을 나갔다. 그렇게라도 남편이 내 일을 조금 덜어 줄려고 하니 다행이다.      


남편이 가고 나도 후다닥 준비를 하고 스터디 장소로 이동했다. 좀 더 일찍 준비하고 좀 더 여유롭게 가는 게 늘 힘든 토요일 아침이다. 가면서 나만 늦는 건 아니겠지 스스로 위안하며 불편한 마음을 안고 스터디 장소에 도착했다. 결국 5분 지각을 하고 말았다.      


❚두 주 만에 만난 반가운 얼굴들

오늘 앞부분을 맡기로 한 분은 책임감으로 나보다 먼저 와 계셨다. 하지만 다른 엄마들도 나처럼 바쁜 아침이었던지 약속이라도 한 듯 우르르 스터디 시작 시간 조금 넘어 오셨다. 내심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고맙게도 자비로 음료를 준비해오신 분도 계신다. 스터디지기라 늘 집에서 커피를 내려가고 과일 주스를 가져가지만 늘 따로 음식을 더 준비해오시는 분이 계신다. 10명의 인원이 금세 채워지고 또 2주만에 보는 얼굴들이라 밀린 토크를 여기 저기에서 시작한다. 나이 차이가 좀 나는 모임이다 보니 그 안에도 아이의 자녀 나이 비슷한 엄마들끼리 통하는 게 있다. 정보 공유와 마음 나누기를 하느라 얼굴에 웃음이 가득, 한방 와글와글 수다가 가득했다.      


❚스터디 시작을 내가 아닌 멤버가 해보기로

여름 스터디 시즌부터 나 혼자 준비하고 진행하는 스터디 모임이 아니라 멤버가 돌아가며 오늘의 표현과 격언을 준비해서 나누는 방식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두 주전에 단톡방에 준비해올 사람을 자원 받았다. 문자로 해주실 분을 묻자마자 바로 한 분이 자원해주셨다. 감사하다. 이런 자발적 분위기는 우리 스터디 모임의 참 귀한 재산이다. 스터디 앞부분에 그 분이 준비해 온 오늘의 표현과 그 표현이 있는 대화 슬라이드를 화면에 띄워두고 준비해온 그 분이 그 표현을 정한 이유나 표현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해준다. 그러면 내가 부연 설명을 해드리고 영어표현 연습을 위한 활동을 진행하는 식이다. 


이번 주 부터는 서로 같이 읽고, 짝이랑 대화 연습을 하고, 끝으로 핵심 표현을 빈칸으로 만들어 채워넣기 활동을 시도해봤다. 연습하며 바로 바로 암기해서 내것으로 만드는 노력을 해보자는 취지였는데 엄마들의 열의가 대단했다. 마치 벼락치기 하는 아이들처럼 아주 열심히 몇 번이고 읽으면서 외우는 모습을 보였다. 바로 이거다 싶었다. 역시 기본 패턴 익히는 데에는 이 방법이 제격이다 싶었다. 빈칸을 채우며 대화를 연습하는 과정에서 모두들 초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들 학창시절 열심히 공부하던 학생들이었을 것 같다. 무언가에 집중하고 열심을 기울이고 싶은 엄마들이다. 그분들에게 나는 영어라는 대상을 제시했을 뿐인데, 다들 열심히 익히고 배우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뭉클해짐을 느꼈다.      


오늘의 표현 다음으로 마음에 새기고 있는 또는 새기고 싶은 영어 격언도 소개해주셨다. “Rome wan’t built in a day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너무도 유명한 문구지만 그분 마음에 이 표현이 머무는 이유가 궁금했다. 늘 새로운 걸 시도하지만 이를 꾸준히 해나가는 사람의 마음 가짐을 위해 오늘의 표현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한다. 지난 번 모임 후기에서도 나눈 이야기지만 우리 모두는 다들 무언가에 열심이고 싶다. 그리고 그 열심을 혼자가 아니 누군가와 함께 해 나갈 때 우리는 더욱 꾸준할 수 있음을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토요일 오전 이렇게 함께해 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 간단한 영문법

영어 공부의 가장 걸림돌인 영어 문법을 쉽게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출간한 <한국식 영문법 말고 원어민식 그림 영문법>의 가장 핵심은 바로 영어 문장을 다이어그래밍하는 방법에 관한 부분이다. 이번 주부터 몇 주에 걸쳐 그 방법을 설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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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접근법이라 다들 낯설어 하셨다. 하지만 이 방법은 긴 문장을 파악하는 직관적인 방법임을 강조했다. 특히 문장의 여러 패턴을 선그림(선그림에 대한 설명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서 잠시 구경하고 오시길 권합니다.)으로 그리는 방식이 그들에겐 처음 배우는 부분이라 초집중을 해서 듣고 계셨다. 이렇게 처음 접하는 개념을 배울 때는 경우 누군가의 질문은 참 결정적이다. 스터디 멤버인 남편은 내 설명이 부족할 땐 엄마들을 대신해서 질문을 하는 역할을 잘 해준다. 


문장의 5형식을 배울 이유가 없다는 것, 문장의 형식은 학자마다 번호 메기기 나름이라는 것, 중요한 것은 문장의 뼈대를 잘 파악하는 것, 특히 저학년의 아이들에게 품사(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 전치사...)나 문장 성분(주어, 목적어, 보어, 수식어....)에 대한 추상적인 설명없이 문장의 뼈대를 이해하게 하는 데에는 이보다 더 간결한 접근법은 없다고 확신한다.       


이번 스터디에서는 직접 워크시트를 내어주고 서로 의논해서 문장의 구조를 그려보게 하기도 했다. 열심히 궁리를 하시고 질문도 해오셨다. 이 접근법은 미국 현지 사람들에게는 널리 알려진 방식이다. 이미 멤버 몇 명은 이전에 재미 교포에게 조금 배워봤다고 하셨다. 그 분들에게 대표로 화이트 보드에 그려보게 하기도 했다. 중학교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도 어른을 가르치는 것은 이부분이 참 다르다. 어른들은 참 열의가 있으시고 자발적이시다. 그래서 어른을 가르치는 일은 나를 신나게 하는 부분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방법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으로 그들은 삶의 비전, 장기 목표, 단기 목표, 구체적 행동 플랜, 매일의 루틴 등이 서로 관통하도록 세운다고 한다. 즐거운 토요 모임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참여할 방법이 있을까?    

 

미국 대학원 박사 과정은 코로나가 있기 3년 전이었지만 이미 줌을 활용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함께 했다. 넓은 미국 땅에서 보다 많은 학습자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기 위해 대학교는 발빠르게 움직였다. 이젠 코로나 때문에 친숙한 개념이 되었지만 그 당시에는 아주 획기적이었다. 클래스메이트 중에는 알래스카에서 접속해서 수업을 듣는 사람도 있었다. 참 글로벌한 경험이었다.      


나의 토요 모임을 그렇게 할 방법을 좀 더 생각해보고 싶긴하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스터디를 하고 나의 엄마표 영어 강연을 널리 함께 나누고 싶다. 방법을 좀 더 궁리해봐야 할 것 같다.      


이렇게 나는 또 한 번의 스터디를 기꺼운 마음과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해서 멤버들로부터 좋은 기운을 듬뿍 받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주는 유아를 둔 엄마들끼리 뒷풀이를 한 모양이다. 그 중 한 분이 감사하게도 이런 메시지를 주셨다.     


“모두들 우리 토요스터디가 뭔가 생각을 하면서 돌아가게 되는 점이 참 좋다고 생각하면서 다들 감사하다는 인사 전하고 싶다고 이야기 나누었어요. 열심히 해주시는 모습 응원드립니다.”     


엄마라는 사람들이 즐거울 수 있는 모임, 좋은 생각을 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는 모임 그런 모임으로 거듭날 수 있길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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