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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 Soon Jul 23. 2023

#25. 엄마표 영어 스터디 여덟 번째 모임 후기

: 여름 시즌 멤버쉽, 새로운 시작

❚반신반의

함께 한 지 일 년의 절반이 지날 무렵 어쩌면 서로 당연하게 여기던 우리 모임이 서서히 바쁜 일상에 먹히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스터디라는 것이 그렇다. 딱히 급한 목적이 있어서 하는 것도 아니다. 엄마들의 스터디 모임은 그래서 일상의 다른 일들이 생기면 늘 우선 순위에서 뒤로 밀려지곤 한다. 각자의 삶의 상황이 있는 어른이다보니 그런 일들은 더욱 빈번하다. 나 역시 그런 어른이다. 하지만 내가 스터디지기로 자처한 상황이다보니 나는 그저 늘 그곳이 있는 나무처럼 스터디 모임을 지키고 있었다. 그렇게 반년을 매주 토요일을 바치고 나니 나도 사람인지라 동력이 조금 떨어짐을 느꼈다. 결국 스터디를 계속할지 말지를 정할 때가 온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기 보다 멤버들의 의견과 의지를 타진한 후 결정해야 할 것 같아 새로운 7월을 맞이하여 멤버쉽을 리뉴얼하실지 말지 선택을 주었다. 상당 수의 사람들이 이제 멤버쉽을 그만 하리라 예상했다. 그러면 나는 그들을 핑계삼아 이제 주말을 갈아넣는 이 일을 안 해도 된다며 자족하고 싶었다.    

  

❚반전

이게 왠 일인가? 지난 번 1기 멤버 중 딱 한 명을 제외하고 전원 리뉴얼을 했다. 그 한 명은 사실 지난 3개월간 거의 스터디를 나오지 못한 분이였기에 이해가 되었다. 뭔가 다른 상황이 계셨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그분을 제외하고 모든 분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모임 운영비를 내시고 계속 하고 싶은 의사를 표시하셨다. 특히 3월 개학이 시작되면서 거의 모임이 오지 않은 분도 이번 여름 모임(7~9월)에 모처럼 오셨다.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시는 분인데 학기가 시작되면서 새롭게 강의를 시작하는 바람에 모임에 올 여유가 없었다고 하셨다. 게다가 한 동안 못 오시던 분들도 새로운 출발을 계기로 참여하셨고 비록 첫 모임에 못 오셨지만 멤버쉽을 리뉴얼 하신 회원들도 여럿 있었다.  반전이었다. 막상 모임을 떠나고 싶다가도 뭔가 아쉬움이 남았을 수도 있었으리라. 그리 긴 시간은 아니지만 그래도 서로 같은 취미를 가진 지인을 계속 곁에 두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새로운 얼굴, 이제 함께 하고 싶어하시는 분들

이번 여름 첫 모임은 예전 학교에서 함께 근무하던 후배 교사도 참여했다. 이제 초등 저학년과 유치원생을 둔 엄마이기도 한 그 분은 영어 공부에 제법 진심이셨다. 아이 영어 공부 때문에 혼자 전전긍긍하던 차에 나와 연락이 닿아 모임에 오게 되었다. 우리가 읽고 있던 영어 원서 챕터 북을 첫 장부터 현재 하고 있는 장 까지 오기 전에 폭풍 주행을 했다고 한다. 그 즘 새롭게 참여 의사를 해오신 분도 계셨다. 50대 여성분인데 영어 공부를 함께 할 친구가 필요하다고 하시며 나이가 많아 부담이 된다고 하셨지만 다행히 용기를 내어 한 번 오시기로 했다. 고인 모임이 아니라 떠나는 사람, 새롭게 오는 사람이 조금씩 바뀌는 모임은 폐쇄적으로 고인 모임보다 훨씬 좋다. 떠나는 사람을 보는 게 서운 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히려 학습 코드가 맞지 않음에도 머물러 남에게 부담을 주는 것 보다 떠남을 선택하는 것이 더 현명한 일이기 때문이다.


❚각양각색인 어른 학습자들

특히 어른 학습자들에게 학습 코드는 참 중요하다. 그들은 자신의 세상이 이미 있는 어른이다. 그러다보니 각자의 학습 스타일, 학습 상황, 여건, 니즈들이 각양 각색이다. 쉽게 모일 수 있는 모임이지만 한편으로 그런 각양 각색들의 모임이라 쉽게 와해될 수도 있는 모임이 어른들의 모임이다. 엄마표 영어 스터디를 운영하면서 나혼자의 고민 이외에도 매번의 스터디에서 그들이 보여주는 비언어적 시그널을 예의주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른들은 말이 아닌 비언어적 방식으로 피드백을 준다. 다행히, 이번 여름 첫 모임에서는 대체로 긍정과 수용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런 비언어적 피드백이 대부분이지만 가끔은 말로 이런 저런 피드백을 주시는 분들이 계신다. 문제는 그 피드백 역시 각자의 입장에서 주는 것이기에 스터디 지기인 나로서는 그걸 모두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이란 생각이 들긴 하다. 가령, 한 멤버는 영어 공포증이 너무 심하여 함께 모여 영어 책을 읽는 것 자체가 너무 두렵다고 고민을 털어 놓으셨다. 나에게 따로 전화를 하셔서 그런 개인적인 두려움을 말해주셨다. 또 한편으로 어떤 분은 스터디가 매번 너무 느슨하다면서 오기 전에 각자 꼭 한 챕터씩을 읽고 감동이 있던 부분이나 기억하고 싶은 영어 표현등을 하나씩 준비해오라는 식의 미션을 주는 게 어떻겠냐고 하신다.      


❚내가 추구하는 스터디 모임의 성격

각양각색인 어른 학습자들을 대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내가 스터디의 성격을 잘 인식하고 중심을 잡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추구하는 스터디 모임의 성격을 멤버들에게 분명히 설명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새롭게 시작한 여름 모임을 계기로 나 스스로에게 이런 저런 질문을 던져봤다. 질문의 답을 하면서 내가 추구하는 엄마표 영어 스터디 모임의 성격이 좀 더 분명해질 수 있었다.     


- 내가 이 일을 누구와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엄마표 영어 스터디모임은 엄마라는 공통의 아이디를 가진 모임이다. 하지만 그 공통점 이외에 저마나의 상황과 니즈가 다양하다보니 스터디 리더로서 그 다양한 니즈를 다 충족시켜줄 수 없고 이를 멤버들에게 인지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자신의 니즈 충족이 안 될 때는 다른 모임을 찾아 나서는 것도 방법임을 알려야 한다. 어쩌면 새로운 물이 흘러 들어오고 있던 물이 떠나는 샘물처럼 이 스터디 모임도 그렇게 순리를 따르고 싶다. 하지만 항상 그곳은 배움과 나눔의 가치, 그리고 긍정의 에너지를 뿜어내는 사람들의 공간이었으면 한다.      


- 이 일을 통해 내가 발휘할 선한 영향력이란 뭘까?     

예전 우리 엄마는 노년기의 무위의 고통을 참 힘들어하셨다. 엄마는 그저 모여 밥이나 먹고 차나 마시는 모임은 크게 즐기시는 분이 아니셨다. 누구를 만나도 이유 없이 만나는 걸 즐기시지 않으셨다. 그 당시 우리 엄마는 문화센터에 무언가를 배우러 다니는 일은 그나마 즐거워하셨다. 하지만 이 일도 이런 저런 사정으로 쭉 지속되지는 못 했던 것 같았다. 중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지만 우리 엄마는 배움에 대한 열정이 높은 분이셨다. 엄마는 딸이 영어 교사인데 당신은 알파벳을 겨우 아는 정도라면서 나한테 영어를 배우고 싶어하셨다. 내가 몇 번 엄마에게 영어를 가르쳐 준 적도 있었지만 바쁜 직장맘인 내가 꾸준히 시간을 내기는 쉬운 일이 아니였기에 몇 번 하다 흐지부지 되어 버렸다.


내가 미국 박사 학위를 ‘Adult Education(성인 대상 교육학)’을 한 계기도 어쩌면 엄마의 노년기 모습과 무관하진 않다. 우연히 그 학문을 전공하게 되었으나 그 공부를 계기로 이렇게 엄마들을 대상으로 한 모임과 강연에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      


내가 바라는 스터디 모임은 오랜 세월 함께 영어 공부를 통해 삶을 좀 더 의미있고 풍성하게 살고 싶은 엄마들의 모임이다. 비단 학령기의 엄마 뿐 아니라 이미 자녀를 다 독립시킨 엄마라 할 지라도 그들은 누군가에게 큰 영향력을 미칠 엄마라는 존재이다. 세상 엄마들은 자녀들에게 삶을 성실히 즐겁게 그리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일상을 살아가는데 우리의 영어 스터디 모임이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


❚지속적 동기 부여(Persistence of motive)

올 초 새롭게 시작한 엄마를 대상으로 한 나의 첫 시도 역시 쉽지 않았다. 나의 열정 페이를 했던 모임이였다. 하지만 모임이 횟수를 거듭할수록 나의 열정을 지속하는 것 역시 힘든 일임을 느꼈다.  우연찮게 오늘 아침 목사님의 설교는 열정의 강도보다 열정의 지속성에 대한 말씀이셨다.    

 

스탠퍼드 대학교 Catherine Cox교수는 역사적 위인 300명의 전기를 분석한 결과 그들은 일반인들과 달리 ‘지속적 동기 부여(Persistence of motive)’를 잘한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지속적 동기 부여’란 하루 하루 겨우 살아가는 삶과 달리 장기적인 목표를 확고히 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하위 수준의 목표를 꾸준히 수행하는 태도라고 한다. 이런 사람들은 단순한 변덕으로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한번 결정한 사항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결단결과 인내심을 갖는다고 한다.      


목사님의 설교의 핵심은 열정의 지속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의 방향을 잘 잡는 것이라 하셨다. 방향이 잘 정해지면 그에 따른 올바른 목표를 정할 수 있다. 그러면 그 목표를 달성할 구체적인 하위 목표와 액션 플랜을 세울 수 있다. 그 액션 플랜의 하루치를 매일 매일 해나가면 목표에 가까워 지는 것이다.


꾸준히 하다 보면 내가 바라던 그 목표에 조금 다가가 있겠지.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내가 되고자 하는 애초의 목표가 다소 막연하게 여겨지지만 중단하지 않고 꾸준히 해나가다 보면 그 목표가 좀 더 구체적이고 의미 있는 것들로 가시화되겠지? 이 일이 또 다른 소중한 무언가의 계기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 참고 문헌:

Cox, C. M. (1926). Terman, Lewis M (ed.). Genetic studies of genius. Vol. 2: The early mental traits of three hundred geniuses. Stanford, CA: Stanford Universit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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