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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 Soon Jul 01. 2023

#24. 엄마표 영어 스터디 일곱 번째 모임 후기

: 중간 매듭을 지을 때

❚애매한 관계

함께 모임을 한 지 반 년이 지났다. 새해 첫 주부터 시작한 엄마표 티타임 1기를 마치고 대부분의 멤버들이 영어 스터디에도 등록을 해주었다. 하지만 한달 두달 흐르며 아이들의 새학년 새학기가 시작되면 엄마들의 스케줄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겨울 방학이 끝나면서 바쁜 일상이 시작되었다. 나 역시 개학을 하며 학교 교사로서 일을 수행하면서 주말이면 꾸려가는 스터디 모임이 한편으로는 즐겁지만 또 한편으로는 쉬지 못하는 토요일 오전에 살짝 회의감이 생기기도 했다.      


그건 비단 나 혼자만의 증상은 아닌 것 같았다. 멤버들 중 상당수가 3월 한 달을 깃점으로 참여율이 확 줄어 들었다. 물론 매주 참석하는 열정적 멤버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많아졌다. 심지어 스터디 참석 여부를 묻는 톡도 씹히기 일쑤였다. 참석, 불참, 무응답의 카테고리 중에 무응답이 절반이나 된 적이 많다.      


스터디 말고는 따로 만날 일이 없는 분들은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학교에 근무하시는 선생님들과는 뭔가 애매한 상황이 펼쳐진다. 사담을 나누다가도 갑자기 스터디에 불참한 이유를 나에게 변명하듯 구지 말을 해주신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 데 미안한 마음이 드는 모양이다. 사실 불참을 눌러 주면 나로서는 그만인데 그분들은 불참을 누르기가 미안한 모양이다. 그래서 무응답을 선택한 듯 하다. 어쨌든 학기가 한 중간을 지나가면서부터 같은 학교 선생님들은 거의 스터디를 참석하지 못했고 학교에서 마주치면 뭐라 꼭 찍어 표현할 수 없는 어색함이 생겼다.       


❚과감하게 새롭게 시작하기

이런 저런 애매한 상황을 정리할 때가 온 것 같다. 7월을 깃점으로 과감하게 새롭게 시작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7월~9월 멤버쉽을 리뉴얼 할 때임을 안내했다. 기존에 멤버들 중에 더 이상 스터디에 참가할 의사가 없는 분들은 멤버쉽을 위한 운영비를 납부하지 않을 것이다. 자연스레 계속해서 스터디에 참가 할 지를 분명히 확인 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자 확실한 방법이다.      


모임 운영자 입장에서는 애매한 멤버보다 확실히 의사를 밝혀서 할 사람, 안 할 사람을 구별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 괜한 감정 소모를 할 필요도 없이 서로의 상황이 맞으면 계속하는 것이고 아니면 그만하는 게 서로에게 좋다.      


이제 기존의 멤버들의 범위를 넘어서 새롭게 참여할 분들을 모집하는 것도 필요하다.

<엄마표 영어 특별 강연>을 여름 방학 동안 총 4회에 걸쳐 기획하면서 홍보를 좀 적극적으로 했다. 어쩌면 그 강연에 오실 분들 중에 스터디 멤버도 있을 수 있기에 기대가 되기도 한다.  
 

❚새로운 멤버 선정기준: 영어 열정

엄마라는 지위는 많은 역할을 수행하며 동시에 변화에 슬기롭게 대처해야 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역량을 키울 스터디 모임은 대부분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게 된다. 그래서 엄마를 대상으로하는 영어 스터디 모임은 늘 변화와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 엄마라는 역할을 다이내믹한 일상 속에서 해내면서도 자신을 “영어 공부 하는 사람”이라는 아이디를 끝까지 놓지 않는 그런 멤버들이 들어오길 기대한다.      


영어는 평생 친구처럼 알아가면 좋은 대상이다. 영어를 알아가는 여행을 함께 할 사람으로 멤버를 선정한다. 엄밀히 말해서 내가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절로 선정해주는 셈이다. 새롭게 시작할 7월부터의 스터디에 남게 될 분들은 진정 “평생 영어 학습자”의 아이디를 가질 가능성이 높다. 계속 배움을 이어가고자 하는 열망이 있는 분들인 셈이다.      


❚얇고 느슨하면서도 넓은 네트워킹

평생 영어 학습자라는 아이디로 영어 공부에 열정을 가진 분들과의 스터디 모임이지만 언제든 상황이 변모할 때 쉴 수도 있고 다시 시작할 수도 있는 그런 느슨한 관계였으면 좋겠다. 전학가는 친구에게 아쉬움이 잊지만 미움이 없듯이 나의 스터디 모임도 그랬으면 한다. 그리고 또 새롭게 전학오는 친구에 대한 설레임이 있을 수 있도 옛 친구가 다시 와도 반길 수 있는 그런 얇고 느슨하면서도 넓은 네트워킹이 가능한 엄마표 영어 스터디가 되길 바란다.      


❚늙어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

아들과 남편은 시원한 저녁 바람에 농구하러 나갔다.

고3인 딸은 자기 방에 하루 종일 틀어 박혀 나오지 않는다.

문득 할머니가 다 된 사람처럼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에 함께 할 친구들이 생기고 나이가 들어도 내가 쓸모 있는 사람으로 환영 받을 수 있는 그런 일상을 산다면 이보다 더 행복한 사람이 어디 있을까?


양치하며 거울 속 나를 보며 혼자 옅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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