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y Soon Aug 27. 2023

#30. 엄마표 영어 스터디 열한번 째 모임 후기

: 한 방 가득이 노멀이 됨

 ❚한 방 가득이 노멀이 됨

스터디 멤버로 등록 하신 분이 이제 20명 가량이나 된다. 물론 매번 100% 참석하는 일은 없다. 어른 학습자이고 엄마인 분들이니 언제든 스터디는 우선 순위에서 1번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늘 10명 남짓의 출석수를 기록하고 있다. 스터디를 하는 공간이 큰 강의실이 아니라 소그룹 스터디하기에 딱 좋은 사이즈이다. 그런 스터디 룸에 이제 한 방 가득이 노멀이 되었다.    

   

❚새로운 얼굴이지만

이번 모임에도 새로운 한 분이 오셨다. 이번 여름 방학 특별 강연에 오신 분이셨는데, 역시나 자녀 영어 교육 뿐 아니라 자신의 영어 공부에 열의가 높으신 분이셨다. 새로이 오신 분이지만 이미 기존 멤버인 지인과 같이 오셔서 그런지 의례 음료며 빵 같은 것을 접시에 담고 나누는 일에 솔선을 하신다. 그저 동네 엄마들의 모임이라 우린 누구를 대접할 것도 대접 받을 것도 없다. 누구든 먹거리를 들고 올 수도 있고 누구든 먹기 좋게 테이블에 내어 놓을 수도 있다. 그저 자매들의 모임처럼 우리는 그저 알아서 서로를 돕는다. 난 이게 좋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라고 대접 받으려는 사람이 어느 모임에나 있다. 하지만 우리 모임은 30대 40대 50대가 잘 어울어져 서로를 배려한다.      


❚킨더 엄마들은 힘들어

이번 모임은 공교롭게도 킨더 엄마들 대부분이 육아 퇴근을 하지 못하게 되어 참석을 못 하셨다. 우리 모임은 다 엄마들이라 아이 때문에 불참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완전 갓난 쟁이가 아닌 이상 모임에 아이를 데리고 와도 된다. 한 꼬마는 주로 엄마가 스터디를 하는 동안 옆 강의실에서 간식 먹고 혼자 책 읽거나 그림을 그린다. 그러다가 우리가 책을 읽으면 옆에 와서 가만히 앉아 듣기도 한다. 엄마가 공부하도록 허락하는 기특한 꼬맹이다.      


❚좋은 세상은 사람 속에 들어 있다.

육아로 힘들수도 있다. 두 주간의 직장 일로 힘들 수 있다. 저마다 주어진 삶의 경주를 뛰느라 우리 모두는 힐링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주말 오전 우리는 소위 널부러지는 힐링이 아니라 무언가를 배우는 힐링을 선택했다. 스터디 초반에 하는 오늘의 명언 코너는 지식의 배움 뿐 아니라 우리의 마음을 나누며 두 주 간의 이런 저런 생각들은 차분하게 만들어 준다. 이번 모임에서 나눈 명언은 사랑이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세상살이를 가치롭게 만드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메시지이다.     

그리고 박노해의 <다시>라는 시도 나누었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부분은 모두에게 무언가를 생각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어떤 분은 최근 서로의 잇권을 챙기는 사람들로부터 마음 상한 일이 있어서 누군가와 가까이 지내는 것에 지쳤다고 하신다. 그런 와중에 오늘 함께 나눈 시의 내용이 마음을 다독여 주었다고 하신다. 희망찬 사람, 길 찾는 사람, 진정으로 좋은 사람들이 늘 세상에는 있고 그 사람 속에 좋은 세상이 있다는 시인의 말이 새로이 마음을 가다듬게 만든다고 했다.     


그 분은 우리 스터디 모임은 영어에 대한 배움도 있지만 마음 한켠의 따뜻함이 생기게 하는 힘이 있다고 하셨다. 스터디 운영자인 내가 생각하는 모임의 목표는 사실 두 가지이다. 영어 공부라는 지식적 배움이 1차 목표이다. 멤버들은 다들 그걸 목표로 일단 참가하신다. 하지만 우리 모임에는 그것보다 더 중요한 2차 목표가 있다. 그건 비단 단편적인 영어 지식의 습득이 아니라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서로 번지게 하는 것이 바로 진짜 목표이다.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사람들에게는 늘 좋은 기운이 있다. 그 긍정적 태도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하면 저절로 그런 태도가 스며든다. 두 시간 가량의 스터디 시간 만큼은 우리는 좋은 세상 속에 있는 셈이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어른 학습자들은 그런 긍정의 기운을 발산해서 좋을 뿐 아니라 정말 시키면 시키는 대로 참 열심히 따라와줘서 좋다. 나는 주중에는 중3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야 하는 현직 중학교 영어 교사이다. 사실 영어 공부가 즐겁고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 즐거운 나로서 나의 직업에 대한 만족도은 크다. 하지만 10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마냥 신나지는 않는다. 10대들은 매사에 시큰둥함을 기본 디폴트 값으로 장착한 존재들 같다. 한 학기가 지나도 여전히 질문을 하나 던져도 대답을 씩씩하게 하는 아이는 가뭄에 콩 나듯 한다. 남을 의식하는 10대들의 성향이라 그려러니 하며 인내한다. 그런 나에게 주말에 엄마들과 하는 스터디 모임은 내가 진정으로 신이 나서 가르치는 시간이다. 월급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난 신나게 이 일을 하고 있다. 참 신기하다.      


특히 오늘의 명언이 끝나고 생활 영어 표현을 나누는 시간은 마치 유치원생처럼 내가 시키는 대로 너무 잘 하신다. 영어 발음과 문장의 억양은 말하는 사람의 의도나 기분 등이 느껴지는 매개체이다. 아무리 영어라도 혀를 굴리고 목소리 톤을 하이로 해서 할 필요는 없다. 영어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우리나라 영어 학습자들은 영어를 읽어라고 하면 대부분 목소리가 너무 하이 톤이 되거나 영어 발음이 자연스럽지 못한 편이다. 이 부분은 각 문장에서 강세를 받는 부분, 강세없이 연음 시켜야하는 부분에 대한 이해가 없어서 그렇다. 내가 비록 원어민 영어 사용자는 아니지만 기본 문장 읽기 만큼은 도움을 줄 수 있기에 이번 모임 역시 약간의 발음 교정을 해드리니 둘 둘 짝을 지어 신나게 한 바탕 영어 대화문을 읽으셨다.     

 

❚서로 배움을 나눠

첫 모임을 할 무렵 출간한 <한국식 영문법 말고 원어민식 그림 문법> 책을 스터디 멤버가 전원 다 구매를 해주셨다.

https://naver.me/5TiZmsdH

감사한 마음에 첫 모임부터 그 내용을 한 챕터씩 간략하게 보충 설명을 해주고 있다. 나의 간략한 설명을 듣고 서로 짝 모둠으로 간단한 연습 문제를 함께 푼다. 최근부터 문장 구조 그림(Sentnence Diagramming)을 시작했다. 기본 영문법에 대한 이해를 다 갖추신 멤버들이지만 문장 구조 그림은 다소 낯설어 하셨다.      


멤버 중 3분은 이미 그 문장 구조 그림을 다른 곳에서 배우신 분들이라 제법 잘 그리신다. 주로 그 분들에게 칠판에 나와 연습 문제를 풀도록 부탁을 한다. 시간 관계 상 다 못 풀지 못하면 그 남은 문제는 숙제로 돌린다. 시킨 것도 아니지만 그 중 한 분은 솔선하여 그 문장들의 구조 그림을 노트 한 바닥에 가지런히 그려 오신다. 나에게 체크를 받으시고 약간의 오류를 수정한 후 소위 정답지가 완성되면 그 분이 단톡에 공유를 해주신다. 애초에 나의 의도대로 나 혼자 끌고 가는 모임이 아니라 십시일반으로 서로 기여하는 모임으로 성장하고 있어 흐뭇하다.    

  

❚책을 사이 좋게 읽는 법

어른들도 아이들처럼 영어 책을 소리내어 읽는 걸 즐긴다. 매주 한 챕터를 읽기로 했다. 하지만 한 챕터라고 해봤자 딸랑 5쪽 내외이다. 10명 남짓의 멤버가 돌아가며 읽으면 한 사람당 한 쪽을 읽을 수는 없다. 반쪽으로 해도 어떨 때는 읽기 기회를 못 가지는 분이 있다. 어떨 때는 한 분이 한 쪽을 다 읽어 버릴 때도 있다. 그럼 어떤 분은 읽는 기회가 돌아오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살짝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같이 다 합창하듯 한 챕터를 다 소리 내어 읽어 본 적도 있다. 그 또한 쉽지 않았다. 읽는 속도가 너무 달랐다. 결국 조금씩 나눠 읽는 방법으로 쭉 가기로 했다.     

 

어른 학습자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기가 참 뭐하다. 간혹 어떤 사람은 혼자 소리내어 일정 부분을 남 앞에서 읽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분이 있기에 기계적으로 배분할 수도 없다. 그래서 “그저 읽고 싶은 만큼 읽으시면 됩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대부분 스터디 멤버들은 그렇게 남 앞에서 영어 책 읽는 것을 힘들어 하지는 않고 오히려 즐기신다. 가끔 혼자 한 쪽을 다 읽어버리는 멤버가 생기는 주에는 나머지 몇 분이 아예 읽기 기회가 사라져 버린다. 그럴 때는 진행하는 입장에서 살짝 마음에 걸린다.      


그런 저런 마음의 염려가 있는 서로 돌아가며 원서 읽기 코너이지만 이번 모임에서는 우연히 한 단락씩 읽게 되었다. 단락 마다 읽어주는 사람이 다르니 듣는 재미도 있고 집중이 더 잘 되었다. 무엇보다 짧은 챕터지만 모든 멤버가 두 번 정도는 차례가 돌아오니 그 또한 공평해 보였다. 사소한 나의 고민이었지만 이젠 이 방법으로 쭉 해볼 생각이다.     


❚빠른 영어 영상 쉐도잉 도전

끝으로 TED영상 <How to Start a Movement>라는 영상을 지나 주에 이어 공부했다. 지난번 모임에서는 그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만 이번 모임은 나도 그 강사처럼 영어로 말하기에 도전했다. 소위 쉐도잉을 도전했다. 빠른 말투지만 대본의 마지막 한 단락 만큼은 여러 번 읽기를 통해 내용 파악을 하고 한 템포 늦게 뒷따라가며 말하는 쉐도잉을 도전했다. 물론 대부분 멤버들에게는 어려운 과제이다. 하지만 그 기법을 소개하고 실제로 여러번 읽기를 하기 전과 후를 비교하면 쉐도잉의 매력을 이해하실 것 같아 도전했다. 역시나 어른 학습자들은 열심히시다.    

  

❚포기 하지만 않으면 우리는 성장해 있을 것이다.

늘 스터디 앞부분에 하는 오늘의 명언과 오늘의 영어 회화 표현은 멤버 중 한 명이 지원하신다. 초반에는 다들 차일 피일 미루시더니 이젠 매 모임의 끝자락에 지원을 해주시는 분이 계신다. 이젠 제법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을 잡으셨던지 펑크 내시지 않고 잘 준비를 해주신다. 영어 전문가로 모임을 운영하지만 다들 자신의 상황에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내어주시니 나 혼자 주도적으로 끌고 가는 모임이 아니라 함께 이끌어가는 모임으로 그 자리를 차츰 잡아가고 있다. 덕분에 매번 스터디 모임 준비에 부담이 많이 줄어 들었다.


나도 이제 친구만나러 가는 자리처럼 가볍게 스터디 모임에 간다. 지속 가능 지수가 차츰 높아지고 있다. 멤버가 더 늘어나면 온라인 모임도 동시에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 일 년 후에 스터디 모습이 살짝 기대가 되기도 한다. 이제 열 한 번의 모임을 진행했다. 목표한 5년 후의 모습은 어떨지 상상이 잘 되진 않는다. 하지만 5년의 세월동안 포기 하지만 않으면 분명 우리는 성장해 있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29. 엄마표 영어 여름 특별강연 후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