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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 Soon Nov 02. 2023

#34. 엄마표 영어 스터디 열다섯번째 모임 후기

: 함께 성장하는 엄마들의 웰빙 커뮤너티

❚낯선 번호의 전화

어느 덧 1년이 다되어 가는 스터디 모임이다. 오프 라인 모임이다 보니 모임 장소 반경 20분 내외 거리에 사시는 분들 정도만 참석이 가능한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가끔 나의 블로그나 브런치 댓글로 스터디 문의를 주시는 타지역 분들께는 늘 죄송했다.      


지난 주 출근해서 일을 하는 중 낯선 번호의 전화를 받았다. 어찌어찌하여 나의 연락처를 아시고 중년의 남성분이 전화를 주셨다. 다른 도시에서 사시는 분이지만 스터디에 참석하기 위해 기차를 타고 오시기까지 하겠다고 하신다. 얼떨결에 그렇게 하시라고 했다. 나중에 온라인 스터디 모임을 할 생각이지만 일단 한번 참석하셔서 스터디의 성격이나 흐름을 파악하는 것도 나쁠 것 같지는 않다 생각했다.    

  

그렇게 모임 참석에 대한 승낙을 해드리고 퇴근하며 곰곰이 생각해보니 뭔가 실수를 한 것 같았다. 일단, 그분의 신상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리고 그 멀리에서 기차를 타고까지 올 모임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게다가 모두 엄마라는 공통 분모에서 시작된 스터디 모임인데, 아무런 배경을 모른 채 타시도의 사람을 그공간에 초대하는 것이 과연 책임감 있는 행동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 분 연락처로 스터디 초대를 하지 못 해드림에 대한 양해의 문자를 보냈다. 그렇게 일단락이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미 스터디의 시간과 장소가 노출된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살짝 염려되는 마음은 세상이 험악한 탓도 있다. 당분간은 남편과 같이 스터디 모임에 같이 가는 정도로 걱정을 가라앉혔다.     

 

❚새로운 시도, 온라인 스터디

낯선 사람에 대한 나의 섣부른 초대가 스터디 회원분들을 불편하게 할지도 모르는 일이이게 스터디 초대를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정말 영어 공부에 대한 열정이 있으신 분을 내가 괜히 밀어냈다는 자책도 들기도 했다. 어쩌면 새로운 스터디 모임을 준비하기 위한 좋은 계기가 된 것일 수도 있다. 겨울 방학부터는 온라인 모임 멤버를 모집할 생각이다.     

 

전국 각지에 아마도 영어 공부에 대한 갈망이 있으신 분들이 많으시리라 생각이 든다. 며칠 전 전화 문의를 주신 분처럼 물리적 거리 장벽을 넘어 함께 영어 열정을 나누고 싶은 분들이 있을 것 같다. 더욱이 내가 주로 타깃으로 하는 대상자는 세상 바쁜 대한민국 엄마이니 그런 분들게 온라인 모임은 어쩌면 더 진입장벽이 낮을 수 있을 것도 같다. 또 조금만 더 선을 연장하면, 미국에서 사시는 한국분들과도 함께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5년간 미국 현지 생활을 해보니 막상 미국에 살면서도 영어 원어민과 교류가 거의 없이 지내는 한국 엄마들이 태반이었다. 어찌보면 몸만 그곳에 있지 영어 공부를 할 기회가 없는 건 이곳 한국에서 지내는 엄마들과 상황은 비슷했다.      


미국 유학시절 친언니처럼 의지하며 지낸 분이 있다. 3년 전 귀국을 했지만 다시 남편의 직업때문에 다시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되셨다. 영어가 서툰 상황에서 다시 미국에서 살 걸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고 하셨다. 만약 스터디 모임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면 그런 분과도 계속 연락을 하며 지낼 수도 있다. 생각만으로 뭔가 재미있을 것 같다. 또 가끔은 미국에서 알고 지낸 많은 미국 현지 영어 원어민들을 그 온라인 모임에 초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도 있다.


상상만으로도 기대가 된다. 먼 타국에서 사는 사람, 먼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 같은 도시 사람이지만 온라인으로 만나고 싶은 사람 등, 사는 곳은 다르지만 같은 영어 책을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배움을 이어나가며 삶의 성장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모임. 제대로 운영만 되면 나에게는 더 할 나위 없이 의미있고 좋은 일이다.     


❚엄마들의 영어 공부 서포터(supporter)

내가 엄마들의 영어 공부 서포터가 되고 싶은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엄마들의 심리적 웰빙을 위함이다. 사실 영어 공부는 그저 매개체이다. 나의 일번 목표는 영어를 익히는 것이 아니라, 영어를 배우고 익히면서 서로 함께 성장 해나가는 과정에서 얻는 긍정적인 마음 키우기이다.      


현재 스터디 멤버 중 배움에 열정이 많으신 분이 문자를 보내오셨다. 자녀 영어 교육 관련 책을 출간하신 저자와의 만남을 다음 달에 계획하면서 우리 모임에 대한 짧은 요약을 해주셨다. “반갑고 친구같은 소속감을 주는 우리 스터디”라는 그 말이 참 좋았다.          


스터디 멤버 중 열정적인 분이 보내온 응원 메세지

솔직히 엄마들도 그 소속감이 필요하다. 학창 시절 친구 같은 존재들이 필요하다. 친정 엄마는 살아 생전에 늘 영어 공부를 하고 싶어 하셨다. 그리고 배움을 위한 모임을 참 갈망하셨다. 엄마에게는 대구가 타지였던 터라 친구 같은 사람이 없어서 많이 외로워하셨다. 그때 알았다. 막상 우리 엄마 같이 배움에 목마른 사람들에게 소속감을 주며 서로 친분을 쌓아가는 모임이 참 없다는 것을. 언젠가는 우리 엄마와 같은 분들을 위한 그런 배움의 터를 만들어야겠다고 어렴풋이 그때 생각했다.      


또 다른 멤버는 오늘 모임에서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두 아이의 육아로 힘이 들 때 영어 학원으로 달려갔단다. 육아로 지친 그분에게 영어 공부는 삶의 활력을 심어줄 만큼 대단한 무언가였다는 거다. 나에게도 그 비슷한 경험이 있다. 대학교 3학년 여러 이유로 학교를 잠시 휴학한 적이 있다. 정말 한 학기 동안 두문불출하고 혼자 영어 세계에 몰입했다. 영어 공부를 하며 힘든 그 시간을 잘 견뎠다. 영어는 나에게도 그렇게 고마운 언어기도 했다.       


엄마들의 성장에 대한 갈망은 사실 대단하다. 그들은 수험생도 아니고 직업상 필요한 스킬 역시 아니다. 인간의 배움에 대한 갈망은 사실 본능이다. 사람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적어도 대한민국 엄마들의 DNA에는 기본적으로 성장에 대한 갈망은 디폴트 값으로 존재하는 것 같다. 거의 1년간 주말 스터디 모임에 그것도 회비를 내면서 참석하는 엄마들의 꾸준한 출석률이 그 반증이다.      


❚작은 소모임 시도

격주 토요일에 하는 영어 스터디 모임도 모자라 몇몇 분이 다시 작은 소모임을 만들었다. 엄마표 영어 스터디 안에 있는 일종의 동아리 같은 것이다. 우리 스터디 모임은 짝수 토요일 오전에 한다. 나머지 홀수 토요일에 모여서 ‘영어 프리토킹 타임’을 갖는 소모임이다. 모임 공간도 우리 스터디 모임 장소가 아닌 인근 다른 장소이다. 이 동아리지기는 그 장소 주인 되시는 멤버이다. 나는 그분들게 영어 공부 코치 정도로 역할을 할 예정이다. 그리고 시간이 될 때 참석해서 실질적인 팁이나 코칭을 해드릴 예정이다.      


❚외부 강연자 초대 시도

점이 연결되면 선이 된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진리이다. 특히 나처럼 나홀로 무언가를 하고 있는 점같은 존재에게는 결이 같은 다른 사람과 연결고리를 형성한다는 것은 참 의미있는 일인 것 같다. 다행히 모임의 멤버 중 한 분이 이런 저런 외부 강연이나 좋은 강연자 소개를 잘 해주시는 분이 있다. 그분의 주선으로 다음 달 초 우리 스터디 모임 공간에 만두 아빠라는 분을 모시기로 했다.


솔직히 엄마표 영어를 하시는 분들은 주위에 참 많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SNS에 공유하고 책으로 발간하시는 분도 참 많다. 영어 전공자로서 영어 교육에 오래 발을 담근 나로서는 수치로 검증되지 않는 그럼 분들의 피셜을 듣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분들의 시행착오 그리고 성공이라 여기는 그런 방법들을 듣고 각자 아이에게 맞게 적절하게 취사선택하는 태도는 참 필요한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분을 모시고 소규모 세미나 형식의 강연을 듣는 건 의미가 있다. 큰 강연장이 아닌 작은 공간에서 나누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화는 큰 강연이 주지 못하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을 것 같다. 이번 12월 첫 토요일에 진행하는 이 모임은 사실 그런 점에서 많이 기대가 된다.      


엄마표 영어를 하고 계시는 엄마들에게는 당연히 그분의 경험담이 유익이 될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분의 작가, 강연자로서의 경험과 앞으로의 횡보에 많은 관심이 간다. 솔직히 요즘은 영어 전문가라는 사람이 넘치고 넘치는 세상이다. 사실 그들의 주장 포인트는 대동소이하다. 다만 누구는 유명한 인플루언서가 되고 강연자가 되고 말고는 SNS상의 왕성한 활동이 관건인 것 같다. 그리고 이렇게 만두아빠처럼 직접 발품을 팔아서 자신의 커뮤너티를 형성하는 노력 역시 중요한 요소인 것 같다.      


며칠 전 혼자 조용히 엄마표 영어 관련 도서를 하나 출간하려고 몇 군데 출판사에 이메일로 출판 기획서를 보낸 적이 있다. 물론 보란 듯이 퇴짜를 맞았다. 내심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구나’라는 배움이 있었다. 나의 결론인 즉은, ‘요즘 출판사들은 작가 본인이 이미 많은 팔로워를 가진 상태라면 출간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 별 메리트를 느끼지 못한다’는 거다. 그래서 결국 답은 하나다. 모든 건 온라인의 활동과 오프라인 활동을 성실히 하고 그걸 기록으로 남겨 공유하는 길이 전제가 되어야 할 듯 하다.      


만두 아빠처럼 몇 년의 육아 경험을 정제된 형태로 남들에게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공유를 하는 게 답이라는 생각을 절실하게 했다. 그런 의미에서 나보다 먼저 가고 있는 분의 횡보를 따라가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나의 20년 엄마표 영어든 마흔에 떠난 미국 유학 경험등도 차분히 기록하며 남들처럼 나만의 커뮤너티를 형성하는 일도 찬찬히 해볼 예정이다.      


❚오늘의 첫 챕터북: ‘원더’ 읽기 첫 시간

나만의 커뮤터니는 엄마들의 모임, 영어 공부에 열정이 있는 엄마들의 모임이다. 그래서 이번 달 부터는 새로운 원서 ‘원더’를 읽기로 했다. 얼굴 기형을 지니고 태어난 ‘어기’의 성장 소설이다. 물론 엄마의 성장 소설이기도 하다. 영화로도 나온 이 이야기가 우리 모임의 성격과 딱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이번에도 아홉 분 정도 둘러 앉아 책을 돌아가며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 고즈넉한 토요일 오전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또 새로운 이야기 세계로 빠져가고 있다.      


❚모임 한 번이 나에게 가져다준 많은 삶의 인싸이트

지난 주 토요일 모임을 한 번 가졌을 뿐인데, 나에게는 이렇게 많은 생각과 감정을 가지게 해주었다. 혼자 그저 게으름을 피우며 집에 있었으면 절대 얻을 수 없었던 인싸이트들이다. 많은 에너지가 드는 토요 모임이지만 내가 제대로된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한번 더 확신하게 된다. 오늘은 또 한분의 지인이 우리 모임에 와서 함께 공부하시겠다고 신청을 해주셨다. 내가 추구하는 방향대로 한발 한발 묵묵히 걷다 보면 나와 함께 동행할 사람들이 점점 저 많아 지겠지? 그럼 내 삶은 나의 엉뚱한 시도로 시작한 이 커뮤너티가 새로운 가치를 퍼트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함께 성장하는 엄마들의 웰빙 커뮤너티” 그게 내가 추구하고 싶은 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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