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만에 모임에 새로운 두 분이 찾아오셨다. 한분은 당근 앱으로 첫 방문의 의사를 보내오신 분이다. 물론 문자로 오마했다가 당일 아침에 못 온다는 메시지도 종종 받은 적이 있었기에, 반신반의하긴 했다.
또 한분은 첫 발령교에서 동료 영어 교사로 일하던 분이다. 좋은 후배 교사 였지만 각자 다른 학교로 발령 받고 연락을 서로 하지 못 했다. 그러다 미국 유학 후 귀국 첫 해 출장갔다가 우연히 정말 거의 20년 만에 만났다. 그 이후 정말 우연인지 하나님의 뜻이 있으신 건지 또 다른 출장지에서도 만나지고 심지어 우리가 귀국 후 다니기 시작한 인근 교회 예배당에서 우연히 또 만났다. 그 날 이후 거의 매주 그 분을 만나게 되었다. 마침 그 분의 아들과 우리 아들이 같은 학년이라 같은 업계의 같은 상황의 엄마 입장이라 참 나눌 말이 많은 그런 분이다. 그 분이 나의 스터디 모임에 관심을 가지며 한번 와 보기로 했다. 그게 이번 모임이었다.
어쩌면 새로운 분이 두 분이나 오실 그런 모임을 앞두고 마음이 살짝 들떠이 있었다. 함께 스터디를 운영하는 남편이 먼저 모임 장소에 가서 정리도 하고 멤버를 맞을 준비를 하겠다니 더 반가웠다.
최대한 빠르게 집단도리를 해 놓고 하고 상쾌한 마음으로 스터디 장소로 갔다. 집안 일에 좀 욕심을 낸 나머지 오늘도 모임에 5분쯤 지각을 했다. 나와 친분이 있었던 그 동료 영어 선생님은 미리 와 계셨고, 나머지 한 분도 곧 들어오셨다. 새로운 분을 맞이할 때마다 과연 이분은 어떤 삶의 스토리를 가지고 계실까? 늘 마음엔 궁금증이 가득하다. 새로운 사람은 새로운 스토리로 가득찬 새로운 세계를 들고 오신다. 이게 어른을 대상으로 하는 나의 스터디 모임의 매력 중 하나다. 비록 한 분은 오래 전에 만났던 분이지만 그래도 그 세월 많은 걸 겪은 그 분의 스토리가 사뭇 궁금하다.
❚우연에 대한 나름의 생각들
여느 때처럼 짧은 명언을 가지고 스몰 토크를 시작했다.
오늘 준비한 명언은 우연에 관한 것이다.
In the Hebrew language,
there's no such word as coincidence.
(히브리어에는 우연이라는 단어가 없다)
- Paula White (작가) -
총 8명이 함께한 스터디라 4명씩 소그룹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1.Do you believe things happen for a reason, or do you think life is full of surprises?
2. Have you experienced something that felt too perfect to be just luck?
3. How do you feel when something unexpected happens in your life?
질문 1. 여러분은 어떤 일이 어떤 의도, 이유가 있어서 일어나는 거라 믿나요 아니면 인생은 그저 무작위의 일로 가득찬 것이라 믿나요?
질문 2. 여러분은 그저 단순한 운이라 할 수 없을 만큼 그런 완벽히 멋진 일을 경험한 적이 있나요?
질문 3. 예측하지 않은 일이 여러분 삶에 일어나면 여러분은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나를 합쳐 4명이 소그룹이 되어 대화를 나누었는데, 우연에 대한 저마다의 생각이 조금씩 달라 신선했다. 어떤 분은 여태껏 한 번도 이런 것에 대해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정말 솔직한 심정으로는 ‘설마~ 나이가 마흔 근처인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을 수 있을까?’ 충격이었다.
주변에 일어나는 모든 것에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라는 의문, 질문이 디폴트 값으로 셋팅되있는 나로서는 그분과의 대화가 흥미로웠다. 마흔을 훌쩍 넘긴 나는 모든 일은 하나님이 의도한 대로 그리고 나에게 최선의 길로 인도된다는 믿음이 생기는 중이다. 삶의 많은 일들 가운데에서도 삶의 가치와 의미, 그리고 소망을 찾고 싶은 본능이 강한 편이라 늘 삶에 대한 질문을 품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앗, 모두가 영어 전문가들
명언에대해 스몰 토크를 하며 오늘 새로오신 나머지 한 분의 영어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다. 너무 유창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씀하셨다. 실례지만 하시는 일을 여쭤보니 역시나 초등 쪽의 영어 선생님이시란다. 오늘 스터디 멤버 중 영어 전문가 아닌 분은 8명 중 딱 2명 뿐인 놀라운 날이었다. 스터디 초반과는 판도가 완전히 바뀌어 버린 상황이다. 초반에는 나 이외에는 영어를 전공한 사람이 멤버 중에는 없었다. 그래서 모두들 영어 자체나 영어 공부하는 방법을 배우러 모두 오셨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런 분들은 스터디를 거의 찾아오시지 않는다. 아무래도 영어 원서를 읽고 영어 단어도 영영사전을 인용하고 영어로 스몰토킹과 토론을 좀 더 하려는 분위기로흘러가다보니 자연스레 왕초보인 분에게는 진입장벽이 다소 있는 모임이 되어버렸다.
초보 영어 학습자들은 쉽사리 열의를 잃고 한 두 달 만에 스터디를 그만두시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보니 그런 분들을 위해 스터디를 온전히 몰아가는 것이 장기적인 측면에서 바람직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자주 자주 멤버가 바뀌는 모임은 안정감이 없다. 그저 뜨내기 멤버들의 한 중간에서 나는 방향성을 잃게 될 거고 모임의 정체성도 모임의 내공도 약해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스터디 내용을 왕초보 영어 학습자들에게 맞출 만큼 수준을 확 내리지 않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만2년이 다 되어가는 스터디이다 보니 이제는 어느 정도의 고정 멤버를 확보하고 스터디의 정체성과 안정감을 얻고싶다. 요즘처럼 아예 영어 관련 업을 가지신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스터디가 된다면 오히려 좋은 점도 많을 것 같다. 이미 영어 공부를 하는 법을 알고 그 길을 걸어오던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말하지 않아도 갈 방향을 알고 함께 즐겁게 걸어가기만 하는 된다. 그 여정에서 영어로 대화를 나누며 우리말로 할 수 없는 다른 색깔의 즐거움도 나눌 수 있다. 그리고 같은 분야의 전문가로 워크숍의 성격도 병행해 갈 수 있다.
❚어느덧 서른 다섯 번째 모임, 그 안에서 내가 하고자 하는 것들
의도한 바가 없이 그저 어떻게 펼쳐질까, 어떻게 하나님께서 나의 스터디 모임을 인도하실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만 2년째 운영해오고 있다. 우연찮게 이제 영어 전문가들이 조금씩 모여들기 시작하고 있고 그들과 더 심도 있게 뭔가를 나눌 수 도 있다. 올해의 마지막 분기 (10~12월)에는 워크숍과 같은 모임의 성격도 시도해보려 한다.
나의 영어 문법서 <한국식 영문법 말고 원어민식 그림 영문법> 강연도 그런 의미에서 기대가된다. 이미 영어 선생님이신 그분들에게 나의 영문법 강연은 내용 자체를 전달하기 보다 영어 문법을 가르치는 방식과 접근법에 관해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또 하나 기대가 되는 건 나의 멘토인 레인 할머니와 밀튼 할아버지가 다음 스터디 모임에 참가하실 예정이라는 사실이다. 우연히 이 달에 한국을 방문 중인 미국인 부부를 데려놓고 내가 영어를 가르친다니 그건 누기봐도 소꿉놀이다. 나는 선생님 역할 그 두 부부는 학생 역할을 한다. 상상만으로 너무 웃기는 일이다. 하지만 두 분은 사뭇 진지하게 내 스터디 모임을 참여 하실 게 분명하다. 내가 이런 소꿉놀이 같은 모임을 생각하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낯선 사람을 소개 해주려 하면 이런 대답부터 한다.
“그 사람을 내가 만나서 뭐 하려고? 내가 꼭 만나야 할 이유가 있어?”
우리는 은연중 낯선 사람을 만나길 싫어하고 번잡스레 생각한다. 소셜 네트워킹이 발달한 미국 사회에서는 좋은 사람을 좋은 사람에게 소개해주는 것 자체를 의미롭게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회는 이유없이 사람을 만나는 건 실없는 일이다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기필코 나의 스터디 멤버들에게 좋으신 두 분을 꼭 소개시켜드리려 마음을 먹었다.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한다"가 나의 삶의 중요 가치다.
나는 믿는다. 좋은 사람이 좋은 사람과 만나면 분명히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비록 그 좋은 일이 뭐가 될지 당장 나의 식견으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난 곰곰이 생각해 볼 예정이다. 좋은 사람과 좋은 사람이 만나 뭘 하면 더 좋은 인연으로 번질 수 있을지. 물론 나의 계획대로 라기보다 하나님의 계획대로 펼쳐지겠지만 그게 뭐가 되었든 선한 일로 이끌어질 거라 믿는다. 그리고 그 일들을 설레임으로 그려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