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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영어 스터디 마흔 두 번 째 모임 후기

: Anyone who stops learning is old.

by Hey Soon

▮새해 첫 스터디 모임

2025년 새해가 시작된 후 첫 스터디 모임을 가졌다. 새해 다짐으로 영어공부를 해보겠다는 사람들이 있을 법도 하지만 여전히 이번 스터디 모임에는 새로운 멤버는 없었다. 늘 그 수가 나에게는 의미롭게 다가온다. 행여 그 수가 줄어들면 내가 스터디 운영을 잘 못 하고 있는 건가 스스로 되돌아보게 된다. 연말과 연시에 다들 바쁜 와중에 이런 스터디를 찾을 어른들이 많지 않은 것은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늘 멤버의 수가 늘지 않는 요즘은 마음이 다소 의기소침해진다.


▮염려가 되는 일

멤버의 숫자가 줄어들면 나는 저절로 많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된다.

- 행여 내가 같은 일을 반복하며 루틴을 만들고 그 루틴을 깨고 싶지 않아 남들에게 도움이 되지도 않는 일을 그냥 기계적으로 해내가고 있는 건가?

- 넘치고 넘치는 스터디 그룹, 굳이 내가 하나를 더 보태는 이유는 뭘까?

- 내 본업인 교사로서의 삶 위에 내가 이 일을 더하는 이유는 뭘까?

- 사서 괜한 고생을 하는 걸까?

- 무의미한 일을 미련하게 해대고 있는 걸까?


그러다가 스스로 위로를 하기도 한다.

-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일에 목적을 둔 건 아니었지 않았어?

- 함께 배움을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 나에게 스터디 멤버의 수가 그리 중요할까?

내가 하는 일이 취미활동임에도 무슨 사업을 하는 듯 그 숫자가 나를 평가하게 만드는 나의 생각 방식을 좀 멈춤하고 싶다.


▮스터디를 하면 나에게 뭐가 좋을까?

따지고 보면 스터디를 운영하면서 내가 얻은 점은 참 많다.

일단은 지난 3년간 바쁜 일상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영어 원서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A Long Walk to Water>, <Wonder>, < Number the Stars>, <A Summer to Die>.

평균해서 한 학기에 한 권은 읽은 것 같다. 주변의 독서광에 비하면 이 수치는 참 부끄러울 만큼 미비하다. 하지만 늘 바쁘다는 핑계로 영어든 우리말이든 소설책 한권을 읽지 않았던 나로서는 이 정도의 독서량도 상당히 이례적이다. 혼자라면 꾸준히 이렇게 오래 영어 소설책을 읽을 수 있었을까?

스터디를 한 덕분에 이제 영어 소설 읽는 맛을 알 게 되었다.

스터디를 통해 나에게 유익이 많이 되었지만 또한 멤버들에게도 도움이 되었다고 하니 감사하기도 하다. 그렇게 토요일 오전에 늘어지는 나를 일으켜 스터디를 하지 않았더라면 시간에 더의미있는 무언가를 했을 리 없다. 그리고 그분들을 통해 가족이나 직장 동료와는 할 수 없는 삶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배움을 멈추면 늙은이가 되는 것

이번 모임에서 나눈 명언은 Henry Ford가 남긴 말이었다.


“Anyone who stops learning is old,

whether at twenty or eighty.

Anyone who keeps learning stays young.

The greatest thing in life is to keep your mind young.”

-Henry Ford-

" 배움을 멈춘 사람은 스무 살이든 여든이든 나이가 든 것이다.

배움을 계속하는 사람은 젊음을 유지한다.

삶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마음을 젊게 유지하는 것이다."


배운다는 것은 뭘 의미하는 것일까? 찬찬히 생각을 해봤다.

그건 새로운 상황에 날 놓는 것,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 그로부터 무언가를 배우는 것, 새로운 책을 읽고 뭔가를 알게 되는 것, 새로운 무언가를 하면서 내가 얻게 되는 것, 무엇보다 내가 변화될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배움은 그렇게 상황, 관계, 대상, 성찰, 습득, 태도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스터디 모임을 3년째 운영하면서 나는 분명히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분명 나는 이 스터디 모임을 하기 전에 알지 못했던 걸 알게 되었다.

모임을 시도하기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분명 달라져 있다.


▮새해에 다져보는 다짐

또 다시 3년 전 스터디를 시작할 때 나의 초심을 생각해 본다.

배움을 얻고자 하는 분들에게 함께 배움의 자리를 마련하는 일, 그게 내가 애초에 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던가? 그런 배움의 자리가 필요한 사람이 많으면 많은 사람들이 그 자리로 올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오지 않겠지. 행여 그런 자리가 필요한 사람이 아예 없다면 난 굳이 그 자리를 미련스레 고수하고 있을 이유는 없겠지. 결국 다수 든 소수든 그건 그 사람들의 이야기이지 나의 이야기는 아니다. 원하는 사람이 많든, 적든 여전히 나를 포함한 다른 이들의 배움을 위해 자리를 마련하는 건 분명 의미로운 일이다. 큰 모임이든 작은 모임든 나에게는 모임을 이끄는 과정이 모두 배움이다.

모임 운영에 관한 배움 뿐 아니라 이 모임 덕분에 나도 영어 공부 모드를 유지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4년 전 유학을 끝내고 다시 나의 안전지대(Comfort Zone)인 모국으로 돌아온 직후와 비교하면 요즘 나의 삶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느슨하다. 이 모임 덕분에 그나마 엔진을 완전 멈춤하지 않고 저속 모드지만 그나마 가동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또 이번해에도 영어 스터디 모임은 계속 운영 해볼 생각이다. 새해에는 새로운 학교로 발령을 받게 된다. 아직 어느 곳이 될지 알 수는 없지만, 그간의 공부들이 분명 쓰임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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