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걸림돌을 넘어서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자유롭게
▮딱 4명, 딱 좋아
지난 번 첫 모임은 그나마 6명이 미팅에 참가 했다. 운영자인 나와 레인 할머니를 제외하면 참가자는 4명인 셈이었다. 첫 모임의 숫자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모임에는 그 중 2명이 개인적 사정으로 불참을 알려오셨다. 손님을 불러놓고 먹을 음식이 궁색해 쩔쩔매는 주인처럼 딱 2명을 데리고 멀리 미국에 계시는 레인 할머니를 이른 아침부터 고생을 시키려니 죄송하고 송구스런 마음이 절로 들었다.
모임 이틀전부터 이미 이런 소규모 스터디가 될 것을 예상했기에 미리 할머니께 이번 모임의 참가자 수를 말씀드렸다. 더 많은 사람이 이 귀한 기회를 활용했으면 하지만 생각보다 영어라는 장벽, 그리고 기독교라는 종교에 대한 선입견, 금요일 밤 시간,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 모임이라는 점 등으로 사람들에게 쉽게 참여를 독려하기가 힘든 것도 사실이다. 비록 소수의 바이블 스터디이지만, 기어코 할머니와 이런 모임을 계속 하고 싶었기에 꾸역꾸역 모임을 시작했고 이렇게 두 번째 모임 역시 계획대로 진행했다.
할머니는 나의 궁색한 변명이나 미안해 하는 말에 환하게 웃으시며 나는 많은 사람을 가르치는 게 중요한게 아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 보람이다. 모든 것은 우리의 의도로 되는 게 아니라 성령님의 주관대로 이뤄진다고 하셨다. 할머니 역시 스터디 준비는 많이 했지만 잘 가르쳐질지 역시 성령님의 역사함에 달린 것이라며 내 마음의 불편함을 덜어 주셨다.
딱 4명이 온라인 줌 미팅을 시작했다. 초반에 각자 최근 근황을 살피고 서로에게 안부를 묻고 스몰 토크를 하기에 4명이 딱 좋았다. 2명은 한국 시간 2명은 미국 시간으로 서로 시차는 달랐지만 서로 좀 더 가까워지는 시간이 되었다.
▮이번엔 끊김없이 쭉~
이번 모임 부터는 밀튼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줌 유료 계정을 사용할 수 있게 되어 대화가 끊기는 일이 없었다. 장장 2시간의 줌 미팅이었지만 시종일간 대화의 흐름이 끊기지 않고 너무 즐겁고 의미로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일방적 강연 말고 서로 나누는 대화
지난 첫 모임에서 레인 할머니는 생전 처음 우리같은 비영어권 사람들에게 성경 스터디를 진행하신 셈이다. 대부분의 신규 교사가 그렇듯 할머니도 일방적인 강연을 쭉 하시는 바람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영~ 어두웠다. 강연을 이끄는 할머니도 얼마나 마음이 불편하실까 짐작이 되기도 했다.
첫 번째의 일방적인 강연을 끝내고 이번 두 번째 모임을 위해 작전회의를 나름 했다. 할머니께 멤버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대화식으로 운영하는 게 여러 모로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을 드렸다. 역시나 흔쾌히 그렇게 하시겠다고 하며 두 번째 모임을 위해 질문 리스트를 이메일로 보내주셨다. 챗GPT를 활용해서 질문을 뽑아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귀뜸해드리 70대 중반의 우리 신세대 레인 할머니는 당장에 밀튼 할아버지한테 챗GPT 사용법을 배우셔서 멋진 질문 리스트를 만드셨다.
이번 모임은 창세기 1장~ 3장을 각자 찬찬히 읽고 아래 질문에 먼저 생각을 해보는 게 숙제였다.
Chapter 1: Creation
In verses 1 and 2 we are introduced to 2 different persons. Who are they?
What does the Bible say God created on each of the six days of creation?
How is the seventh day described, and why is it significant?
What is unique about the creation of humans compared to other parts of creation? And what is different about God’s comment at the end of Day 6?
What is the direct command given to the man in v. 28?
As you read the account of creation, did anything you read help explain questions you have had? Or cause more questions? What are those questions?
According to the Bible, how does God create?
What was man’s task/job? What was the couple’s task/job?
What does God supply for the humans to eat?
Chapter 2: Adam and Eden
How is the creation of man described differently in Chapter 2 compared to Chapter 1?
What role did God assign to Adam in the Garden of Eden?
Why was Eve created, and how was she made?
Why did God rest? Was He tired?
Who planted the garden?
What 2 trees are named specifically?
What specific command did God give Adam?
What would be the consequence of disobedience?
What is the first thing that God said was “not good”?
Why was no suitable helper found?
Chapter 3: The Fall
What did God command Adam and Eve about the tree of the knowledge of good and evil?
Did Eve quote God’s words correctly?
Did Adam and Eve have sufficient food?
What does Satan promise will happen when Eve eats the forbidden fruit?
How did the serpent convince Eve to eat the fruit, and what was the result?
What 3 benefits did Eve see in the fruit as a reason to eat it?
What consequences did Adam, Eve, and the serpent face after the disobedience?
Do Adam and Eve take responsibility for their actions/disobedience?
What were the punishments each received?
How did God show both justice and mercy in His response to Adam and Eve's actions?
What do we learn from v.15?
What is meant by enmity between the woman and the serpent?
How does God solve the problem (which previously was not a problem) of their nakedness?
Why were Adam and Eve sent out of the garden?
다행히 멤버들은 미리 질문을 읽어보고 나름 준비를 해오신 것 같았다.
▮내가 제일 이득
2명의 멤버 중 한 분은 이번이 평생 처음으로 성경책을 읽는 거라 하셨다. 이런 저런 질문도 하시고 제법 진진하게 성경을 읽어오신 것 같았다. 이번 기회에 나를 포함한 멤버들이 성경을 찬찬히 다시 들여다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그리고 할머니의 설명은 참 쉬웠고, 할머니께 우리는 부끄럼없이 허심탄회하게 질문을 할 수 있어서 좋다. 여자들끼리 그것도 40대 50대 70대 이렇게 다양한 세대가 어우러져 성경을 함께 읽어나가는 게 좋다. 흰머리 희끈한 나이지만 내가 그중에서 제일 어리다. 그런 점에서 나보다 더 많은 경험치를 들고 계신 그 분들과 함께 성경을 읽어나가는 이 시간이 나에게 제일 유익이다.
▮멀리서 살펴주시는 밀튼 할아버지
세상에는 참 다양한 종교도 있고 이단도 있고 사이비 종교 교리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낯선 사람들을 함부로 초대해서 성경을 나누는 게 자칫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나의 염려를 밀튼 할아버지께는 직접 말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미 밀튼 할아버지는 나의 염려마저 다 헤아리는 듯 2시간의 긴 스터디 시간 내내 먼 발치에서 우리를 지켜봐주고 계셨다. 할머니는 컴퓨터 앞에서 우리와 스터디를 진행하고 할아버지는 저 뒷배경에서 의자에 앉아 다른 일을 하시면서도 한번씩 우리가 하는 말에 한두마디 이야기를 건네주시기도 하셨다. 미국 시간으로는 아침 6시부터 8시까지가 우리 스터디 시간이다. 이른 아침이지만 할아버지는 끝까지 그 자리를 지키시며 말하지 않은 부분까지 참 든든하게 우리를 챙겨주신다.
▮영어 스터디와 영어 성경 스터디 멋진 조화
이번 주일 목사님의 설교 중에 우리는 다양한 모양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전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하셨다. 영어 공부를 남과 함께 기꺼이 즐겁게 할 수 있게 만든 하나님의 은혜와 영어에 관한 나의 은사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데 귀하게 쓰임 받을 수 있으면 한다. 이런 이유로 나의 영어 스터디도 이 영어 성경 스터디도 나름의 운영 이유가 분명해지는 것 같다. 두 가지 스터디를 운영해도 나에게 재정적 유익을 가져다 주지 않고 나의 시간이 많이 쓰인다. 그러나 그 두 가지 걸림돌이 날 가로막게 하지 않고 그럼에도 내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인내와 용기를 가질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 그 걸림돌을 넘어서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내 자유 의지에 따라 선택하고 그것에 몰입하는 결과가 결국 여러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더 나아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이어진다면 그 보다 더 의미있는 일이 또 있을까 생각해본다. 참가할 사람이 극소수임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고집스레 붙잡고 결국 실제로 시작하게 된 영어 성경 스터디이다. 중간에 흐지부지하지 않고 결국 실제 실현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신 하나님께 참 감사하다. 그리고 극소수의 스터디 모임임에도 성심껏 리드를 해주시는 레인 할머니께 참 감사하다. 그리고 올해 내가 한 일 중에 제일 잘 한 일이라는 생각에 남몰래 조용히 내 자신에게도 쓰담쓰담한다.
다음 세 번째 모임에는 또 어떤 의미로운 대화를 하게 될지 기대가 된다.
새로운 봄이 시작된다.
새로운 삶의 이야기도 시작된다.
매일 소박하지만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