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에게 자유를.....
❚여름 휴가철 영어 스터디
여기 저기 다들 휴가를 떠나셨는 지 아파트 주차장도 평소와 달리 한산하다. 하지만 이번 여름 나는 멀리 떠나는 휴가보다 오히려 일상을 더 열심히 살 계획이다. 새롭게 고등학교로 전입한 후 보낸 첫 학기가 쉽진 않았지만, 좀 더 에너지를 내어서 방학기간 학생들에게 좀 더 의미있는 영어 학습을 시켜보고자 보충 수업을 개설했다. 착하고 성실한 고1 학생들과 3주 여름 방학 중 2주간 영어 보충수업을 하기로 했다. 첫 주 보충 수업이 끝나는 주말, 영어 스터디 모임도 계획 되어 있었다.
보충 수업 이틀째, 결국 밤 사이 체기가 있어 수업을 하루 연기 하고 하루 종일 칩거를 했다. 건강이 허락하지 않자, 그냥 쉽게 생각한 보충 수업도 주말에 계획된 스터디도 부담스럽게 여겨졌다. 다행히 하루 푹 쉼을 하고 컨디션이 회복되었다. 다시 힘을 내어 보충 수업 준비도 스터디 준비도 ‘그냥 하는 거지뭐~’ 중얼거리며 마음을 가볍게 먹어보기로 했다. 최근 읽고 있는 <A Man Called Ove>라는 책은 두껍고 문장이 어려워 이제는 매 번 4개 챕터 중 한 챕터만 열심히 읽는 것으로 목표치를 조정했다.
남들은 쉬는 휴가철이지만 쉬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오히려 학생들과 스터디 멤버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니 마음이 채워지는 기분이 든다. 영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줄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감사하고 기분좋은 일이다.
❚자유에 대해
이번 스터디에서는 영국의 17세기 시인 John Milton (1608-1674, English poet)이 남긴 명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Give me the liberty to know, to utter, and to argue freely according to conscience, above all liberties.”
“무엇보다도 모든 자유 위에, 내 양심에 따라 알고, 말하고, 자유롭게 논쟁할 자유를 달라.”
‘자유’라는 말만 들어도 설렌다. 그의 명언은 언론의 자유에 특정한 것일 테지만, 스터디 멤버와는 좀 더 넓은 의미의 자유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각자가 생각하는 자유에 대해 대답을 하며 경제적 자유, 선택의 자유, 혼자만의 시간에 대한 자유, 하고싶은 일을 할 자유, 안 하고 싶은 일을 안 할 수 있는 자유 등 다양한 수식어를 붙였다.
나에게 자유는 크게 두 가지 인 것 같다.
첫째는 두려움을 떨치고 하고 싶은 일을 한껏 하는 자유.
둘쩨는 대단한 수입이 없이도 매일의 일상을 만족함과 기쁨으로 채워주는 것을 할 자유.
중년이 가까워지면서 나에게는 그 두 가지의 자유가 소중한 삶의 기준이 되어가고 있다.
새로운 시도에 절로 생기는 두려움, 그럼에도 그걸 딛고 해나가는 자유. 그 자유로움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미국 유학 시절이 그리운 건 바로 그런 자유함을 느끼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귀국 후 이제 일상의 거창한 소비를 하지 않고도 고즈넉한 일상 속에서 만족과 보람을 느끼는 내가 되어 가는 것, 그게 내가 바라는 자유이다. 방학 중 보충 수업, 격주로 하는 영어 스터디 모임은 남들이 보기에는 사서 고생하는 아주 “일스러운 일”이지만 아이러니하게 나에게 그 두 가지는 나에게 자유함을 느끼게 만들고, 공허함에서 나를 자유롭게 하는 아주 “자유로운 일”이다.
❚함께 읽는 영어 원서책
이번 모임에서는 <A Man Called Ove>의 26장을 특히 열심히 읽었다. 다소 두껍고 어려운 문장들이 가득한 책이지만 끝까지 완독하고자 하는 이유는 소설 속 Ove가 이웃사람들과 따뜻한 일상을 되찾는 과정을 찬찬히 보고 싶기 때문이다. 퉁명스러운 그도 결국은 남을 위해 살아가면서 비로소 삶의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은 그런 과정을 소박한 일상의 장면으로 담백하게 그리고 있다. 이번에 읽은 26장은 그런 면모를 잘 보여준다. 멤버들과 이 부분을 읽으며 많은 공감을 했다. 이제 59세가 된 Ove. 멀지 않아 나도 갖게 될 그 나이. 나에게 이 소설은 자살까지 시도한 한 사람이 다시 삶의 의미를 찾게 만드는 그 사소하지만 소중한 ‘나눔’이라는 가치를 느끼게 한다. 앞으로 두어번의 스터디만 더 하면 이 소설은 완독하게 된다. 어려웠던 책이었지만, 함께 읽는 멤버들이 있기에 끝까지 갈 수 있는 것 같다.
❚새롭게 읽을 책에 대한 설레임
이번 소설을 계기로 당분간 두꺼운 책은 피하기로 했다. 얇으면서도 유명한, 주제가 가볍지 않은, 그런 책들이 뭐가 있을까? Chat GPT에게도 물어보고, 멤버들에게도 물어보고, 하지만 어느 하나 내 마음에 탁 들어오는 게 없었다. 그러다. 어제 문득 <Dead Poets Society>라는 책을 읽어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최종 결정은 멤버들과 해야겠지만, 책 면수도 166쪽이니 딱 좋다. 원래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이니, 영화를 먼저 보면 더 내용 이해도 쉬울 것 같다. 이 영화는 정말 머~언 옛날, 난생 처음으로 영화관에서 가서 본 영화라 개인적으로도 아주 의미 있는 작품이다. 대부분 교사인 멤버들이라 주제도 공감이 잘 될 것 같다.
독서의 계절, 가을이 오면 우린 새로운 이야기 세상으로 함께 여행을 해볼 생각이다. 창 밖으로 문득 문득 이는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거리면, 한여름이 끝나가는 무렵의 스산함이 울컥 솟구친다. 가을이 벌써 올까봐 미리 걱정이 된다. 나만 그런가 했더니, 며칠 전 막내 여동생과 차를 마시다 동생도 그런 말을 했다.
하지만 이렇게 가을에 대한 기분좋은 계획을 하고 나니 쓸쓸할 것 같은 가을이 아니라 기다려지는 가을로 변해 있다. 그래서 책읽기는 좋은 것 같다. 특히 이렇게 중년을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는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