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 영어 스터디 오십세 번째 모임 후기

: The root of suffering is attachment.

by Hey Soon

❚모임에 대한 집착을 하지 않기

멤버들은 스터디 참석 여부에 대한 의사 표시를 하지 않으신 분도 계시고, 이미 개인 사정으로 당분간 불참하신다는 분도 계셔서 단톡방은 사실 신속한 소통의 창구라기 보다는 그저 가끔 우편물이 오는 시골 우체통이 된 기분이 든다. 그런 상황이라 이번 모임도 총 몇 분이 오실 지에 대한 확신은 없이 참석 의사를 밝히신 세 분이 있기에 어김없이 모임 장소로 향했다. 작은 규모의 스터디라 어쩌면 언젠가는 아무도 안 오는 날도 오겠구나 내심 준비는 하고 있다. 내가 스스로 시작한 스터디 모임이지만, 차마 스스로 끝을 내지는 못하기에, 아무도 찾지 않는 모임이라면 굳이 내가 유지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라며 멋진 이유를 대며 말이다.

‘그 날이 오면 스터디를 완전히 문닫을 거야, 그건 내 손해가 아니라 그들의 손해니, 내가 아쉬워 할 이유가 없어.’ 그렇게 생각하며 이 모임에 대한 집착을 하지 않기로 진즉에 마음을 먹었다. 오늘도 그렇게 마음을 비우고 스터디모임에 갔다.


그런데, 역시나 내 머릿속 최악의 시나리오와는 달리 일찌감치 와 계신 분도 있었고, 시작시간 직후로 몇 분이 더 오셨다. 그리고 또 역시나 다들 손에 나눠 먹을 먹거리를 들고 오신다. 급기야 3월 개학이후 거의 불참하던 전 직장 동료도 참석했다. 내가 마음을 비웠기 때문에 그분들이 오신 건 절대 아니겠지. 다만, 마음을 비웠기에 그 분들의 참석이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고 오히려 고맙게 여겨진다. ‘이래서 마음을 비우는 게 큰 차이를 만드는 구나!’또 생각했다.

❚스몰 토크하나면 끝

스터디가 격주로 이뤄지고 지난 모임에 안 오신 분들이 많았던 탓에 거의 한 달 만에 서로 만난 셈이 된다. 다들 그 사이 안부를 묻고 근황을 여쭙느라 스터디 시작이 살짝 늦어졌다. 늘 서두의 우리말 토크는 준비한 스몰 토크와 자연스레 이어진다. 오늘도 그랬다. 특히 오늘 명언은 부처님의 말씀으로 ‘The root of suffering is attachment.’ (고통의 근원은 집착에 있다.)였다. 명언을 함께 큰 소리로 읽기가 끝나기도 무섭게, 어느 한 분이 자기는 할 말이 많다고 하시며 역시나 본인 시어머니의 아들(그분의 남편)에 대한 집착 때문에 느끼는 고초를 토로하셨다. 그리고 여기 저기 각자 집안의 시어머니의 흉아닌 흉을 보며 멤버들이 격한 공감을 하신다. 동병상련의 마음이 이것이겠지?


각자의 집안 상황을 자의로 바꿀 수도 없고 이렇게 모여 말로 힘든 부분을 덜어내다보면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물론 우리말로만 하시는 분, 영어로 하시는 분, 중간 중간 영어를 섞어 하시는 분, 표현 방식은 가지각색이라도 다들 스스럼없이 의견을 나눈다. 이 맛에 스터디를 계속 이어오시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다음 모임에 새로운 시도

학교를 옯기고 나니 맡은 업무가 달라졌다. 더군다나 토요 보충수업으로 토요일 오전에 몇 번씩 학교를 가기도 해야하고, 연수를 가야하는 일도 생긴다. 그럴 때는 스터디를 취소하는 게 참 죄송스러워졌다. 격주로 하는 모임이라 더 부담이 생긴다. 다가오는 모임에 출장이 잡히는 바람에 다시 고민이 생겼다. 물론 취소시키는 건 쉬운 일이다. 하지만 앞으로 학교 일로 더 바빠질 것 같아 매번 사안이 생길 때 마다 취소시키는 것은 좋은 생각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또 실험정신을 발휘해서 나 없이 스터디를 해보시로 적극 권해드렸다. 스터디 자료는 내가 준비해서 단톡에 올리면 나 없이도 스터디는 충분히 이뤄질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멤버들의 의견을 수합 중이지만, 은근 다음 모임에 그런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기를 바란다.


❚중년을 위한 스터디 모임

최근 학기말을 앞두고 주변 동료들의 명예퇴직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아직 나의 이야기로 들리진 않지만, 그분들과 나의 연령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다들 누구보다 일상의 루틴에 익숙해 있던 상황인데, 그런 게 사라지면 과연 연착륙을 잘 하실 수 있을는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한편으로 그런 분들게 우리 스터디 모임이 일상의 작은 루틴으로 소개되어지길 기대한다. 그런 목적을 위해 나는 애써 스터디를 이어나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또 한번의 스터디 모임도 무사히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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