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몰토크의 맛, 스터디의 맛
❚스터디 준비, 후다닥
짧은 여름 방학이었다. 이제 정말 다시 2학기를 코앞에 둔 주말이었다. 스터디 준비는 여느 때처럼 후다닥. 스터디에 쓸 명언 관련 질문은 Chat GPT 덕분에 늘 참신한 것들로 쉽게 준비할 수 있다. 명언 관련 생활영어 대화문 역시 쉽게 Chat GPT로 준비한다. 오십 다섯 번째 스터디 준비는 초창기 스터디 준비때와는 확실히 시간이 줄어든다. 그래서 한결 스터디에 대한 부담감이 많이 줄어들어 어쩌면 애초 5년전에 만들었을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효율성이 증가했다. 이제는 스터디 멤버들에게도 그 방식을 설명해드렸다. 그랬더니 이번 모임의 내용 일부를 맡기로 하신 분(60대 여성분)이 너무 흡족해 하시며 기꺼이 스터디 준비를 해오시겠다고 자신감을 보이셨다.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 스터디는 비단 영어만을 배우는 건 절대 아니다. 이렇게 새로운 방식에 노출되어 간접적으로 배우기도 한다. 그 분이 친구들에게 꽤나 어깨에 힘을 주어 자랑을 했다고 하신다. 귀여우시다.
❚스몰토크의 맛
그런 기술적인 부분에 노출이외에도 좋은 점은 단연 스몰 토크이다. 이번 시간은 자식을 키우면서 또는 시부모와 생기는 의견 대립이나 의견의 차이를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하는 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대부분 자녀들을 다 키운 육아의 베테랑들이시고 세월의 경륜이 있으신 분들이셔서 자신들의 경험들을 공개해주신다. 이번 시간 많은 이야기의 결론은 두가지다. 특히 자녀에 관해서는 자녀들이 하자는 대로 불안하지만 함께 떠내려가주자는 거였다. 그들이 세상을 모르고 젊은 혈기에 모종의 결단을 내려 실행을 할 때 부모는 그걸 일단은 들어주고 함께 그 방향대로 가주자는 부분이다. 그 과정에서 자녀에게 좋은 경청자가 되어주는 게 중요하고 함께 가주는 부모의 불안감을 잘 처리하는 것이 또한 중요하다고 하신다. 이에 관해 그분은 신앙심이 큰 도움이 된다고 하신다. 나 역시 이 부분에 절대적으로 공감을 한다. 자식들은 그렇게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메타 인지와 주도성, 책임감 등을 배우는 건 너무 자명한 이치이다.
두 번째로 자녀된 입장에서 자신의 부모나 시부모와 겪는 의견차이는 어떻게 대처하느냐 역시 우리 일상에 큰 스트레서이긴 하다. 하지만 그들의 존재의 이유, 어른이 된 자녀라도 여전히 부모로서 챙겨주며 느끼는 당신들의 존재의 가치, 또는 dignity를 존중해줘야 하는 부분이다. 이에 관해서 오늘 읽는 소설 <A Man Called Ove>의 28~32장에도 같은 주제가 녹아있다. 주인공 Ove는 평생의 존재 이유인 아내 Sonya의 죽음이후 자신이 function을 할 이유가 없는 현실에 상실감과 존재의 허망함 마저 느낀다. 하지만 서서히 주변의 이웃으로부터 도움의 요청을 이런 저런 계기로 받게 되며 다시 자신의 존재의 이유, 한 인간으로서 느끼는 삶의 보람을 느끼며, 자신에 대한 dignity를 되찾게 된다. 삶은 살수록 아이러니한 부분이 너무도 많다. 하지만 그 상충되는 양립할 수 없어보이는 현상 가운데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우리의 삶의 목적인 듯 하다. 그 목적을 향하는 발걸음이 어떨 때는 서로 상반되는 횡보를 가는 것 같고 상반되는 입장의 한 가운데에서 기막히게 저글링해야 할 때도 있지만, 그 삶의 목적이 분명하다면 그 역시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을 것 같다.
❚영어 원서 읽기 스터디의 맛
스터디의 맛은 바로 이런 거 같다. 책을 통해 다른 세상을 만나고 그 세상이 결국 나의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강한 공감을 느끼게 만든다. 무엇보다 그 책을 함께 읽는 사람들과 물리적인 만남을 통해 그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 우리는 많은 위안을 얻는다. 요즘처럼 온라인 모임이 무성한 시대지만 이렇게 거추장스럽게 주말 오전에 우리가 굳이 만나서 책을 함께 소리내어 읽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건 그게 대단한 시험을 대비하는 만큼이나 우리 일상의 삶을 잔잔하게 지혜롭게 살아가는 데 참 소중한 대비책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우연히 지난 주말 거의 20년 만에 만난 대학시절 동창과의 지난 세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에게 쉽게 터놓을 수 없는 자녀의 문제, 남편과의 갈등을 누구에게도 공감받지 못한 그 친구는 외롭게 그 시간들을 혼자 견디고 있었다. 그 친구에게도 이런 모임으로 초대를 언젠가는 해보고 싶다. 서로 세월없이 바삐 보낸 20년의 시간의 갭이 있지만, 앞으로의 시간들은 함께 보내며 서로에게 응원을 해주며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