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쓸쓸함을 설레임으로 덮기
❚새로오신 멤버: 이미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함
당근앱으로 스터디 참가를 희망하신 분이 오셨다. 오시기 전부터 이미 네이버 카페에 등록을 하시고 굉장히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셨다. 그리고 곧 결혼하게 되실 분도 함께 동행을 했다. 역시 영어는 아주 아주 능통하셨고, 이미 학창시절을 호주에서 보내신 분이셨다. 초반에 자신을 소개하고 멤버들의 간단한 질문에 대해서도 원어민과 다름없는 영어를 구사하셨다. 게다가 영문학 박사과정을 이수하고 계신다고까지 하신다. 3년째 모임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렇게 수준급의 멤버가 오신 일은 처음이라, 내심 긴장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참 편하게 멤버들과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시고 필요에 따라 우리말, 영어를 잘 오가며 대화를 해주셨다.
❚모임의 묘한 매력
이 분은 이 모임에서 무엇을 기대하실까? 그 기대에 조금이라도 미치기는 할까? 염려가 되었다. 물론, 그 한 분에게 모임의 수준이나 성격을 맞추어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차차 그분이 알아서 선택하시겠지만, 당장 오늘의 모임도 그 분에게 그저 시간 낭비가 되지는 않을 까 마음은 쓰였다. 또 한편으로는 기존 멤버들에게 이런 수준급의 영어를 구사하는 멤버가 대화를 다 장악하면 그 역시 좋지 않은 상황이 된다. 대화의 균형을 맞추는 것에 오늘은 더 신경을 썼다. 혹여나 기가 죽어 조용히 듣기만 하지는 않으실까, 그 수준급의 영어를 이해 못 하셔서 지루해하지는 않으실까. 어른들의 대화에서는 많은 다른 요소들이 존재하기에 스터디 리더인 나로서는 오늘 영어 이외의 부분까지 신경을 썼어야 했다.
하지만, 나의 염려가 무색하게 새로오신 두 분에게 기존 멤버들은 가져오신 떡과 커피를 권하시며 아줌마의 포용력을 백분 발휘하셨다. 오늘의 스몰 토크의 주제는 나와 반대되는 의견의 사람에게도 발언권을 주는 것이 진정 표현의 자유라는 것이었다.
“If we don’t believe in freedom of expression
for people we despise, we don’t believe in it at all.”
— Noam Chomsky (1928 - present)
"우리가 혐오하는 사람들의 표현의 자유를 믿지 않는다면, 우리는 표현의 자유 자체를 전혀 믿지 않는 것이다."
— 노엄 촘스키 (1928~ )
이와 관련하여 자녀의 의견을 경청하는 어려움에 대해 대화를 풀어나가기도 했다. 이 명언에 대해 아래 질문을 나누었다.
Q: When raising children, how do you balance letting them express themselves and teaching them respect?
(아이를 키울 때, 그들이 자기 표현을 하도록 두는 것과 존중을 가르치는 것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추나요?)
기존 멤버들은 새로오신 두 분에게 말 댓구하는 자녀의 입장을 말해줄 수 있냐면서 세대간 갈등에 대한 질문을 했다. 새로온 두 분이 버릇없는 신세대 입장을 마치 해명이라도 해야하는 분위기로 변해갔다. 그리고 그 새로온 젊은 두 분에게 신세대 자녀를 둔 엄마의 고충에 대해 한탄 섞인 말을 하셨다. 자칫 불쾌할 수 있는 대화였지만, 새로오신 두 분은 유쾌하게 상황을 잘 대응하셨고 본의 아니게 그 어머니의 고충을 상담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많은 이야기가 오간 후 우리는 새로운 두 분을 버릇없는 자녀로 둔갑시켜놓은 상황이 된 것에 대해 박장대소하며 이야기는 마무리 되었다.
이어서, 현재 읽고 있던 소설 <A Man Called Ove>의 클라이막스 부분을 읽고 존엄하게 죽는 것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 분위기는 다소 진지해졌지만, 기존 멤버도 새로운 멤버도 대체로 인간의 선택권에 대한 존중을 공통적으로 이야기하셨다.
한 시간 반 가량의 스터디가 끝나고 두 분에게 오늘의 소감을 살짝 여쭤보니 우리 모임의 분위기가 참 마음에 드신다고 하시며 다음 모임도 참석하고 싶어하신다. 물론 실제로 오실 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대체로 흡족해 하시는 표정이시긴 했다. 아울러 계속 스터디에 오실 의향이 있으시면, 스터디의 리더로서 좀 더 역할을 해주시면 좋겠다는 희망도 전했다. 기왕이면 재능기부를 해주는 방향으로 참석하시면 더 의미가 있는 시간이 될 것 같기도 하다.
❚9월부터 시작한 새 책 선정
멤버들과 의논 끝에 9월 중순부터 <Crying in H-mart>를 읽기로 하고 도서 주문도 완료했다. 멤버들이 모두 누구의 엄마. 대부분 해외 생활을 해보신 분 또는 자녀가 해외에 있는 분, 또는 해외 살이를 해보고싶은 분들이라 다소 두께감은 있지만, 많은 공감을 할 부분일 듯 하다. 나 역시 해외살이를 해보았기에 이방인으로 그것도 소수민족으로 살면서 느낀 나의 감정선을 이 소설에서 많이 발견할 것 같아 기대가 크다. 이번 책은 찬찬히, 천천히 함께 정독을 할 생각이다.
이 책은 최근 읽고 있는 <A Man Called Ove>와 여러모로 차이가 있을 것 같다. 물론 한 집안의 아내이자 엄마가 죽음을 맞이하며 남겨진 사람의 슬픔을 다룬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은 딸의 입장에서 엄마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듬뿍 담겨있고 지난 번 소설은 남편의 입장에서 자신의 배우자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그려져 있다. 이 관점의 차이가 또 어떤 다른 그리움을 가져오는 지에 대해 좀 더 관심이 가진다.
새로운 멤버도 오시고 또 새로운 책을 시작하게 될 9월,
일상의 또 작은 여행이 시작된다.
가을 바람에 쓸쓸함이 살짝씩 묻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