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 관리 능력은 약점을 강점으로 만들 수 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돌발 상황
살붙이 하나 없는 먼 타국에서 나는 두 아이의 엄마, 워킹맘, 늦깍이 유학생, 그리고 아내로서의 많은 역할을 저글링 하듯이 매일 끊임없이 수행해야했다. 그런 저글링을 하며 어느 공 하나가 바닥으로 떨어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가장 흔한 상황으로는 아이가 갑자기 아픈 때이다. 그런 일이 생기면 나는 나의 일과 학업은 전면 중단을 하고 아이 돌보는 일에 전념해야 했다.
❚무시무시한 인터넷뱅킹 오류
등록금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하던 석사 시절 동안, 인터넷 뱅킹하는 과정은 늘 나를 긴장되게 만들었다. 매 학기 대학원등록금을 지불하기 위해 한국에 있는 나의 계좌에서 송금을 해왔다. 그런데 나의 맥북의 운영체제는 한국에 있는 은행이 사용하는 인터넷 뱅킹 운영시스템과 호환이 잘 안되고 오류가 생기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런 돌발 상항이 생기면 나는 다른 일을 멈추고 그 일 해결에 몰두한다. 혼자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하다 결국 한국에 있는 은행에 인터넷 전화로 서비스를 요청해서 원격제어를 받아야 해결되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13시간의 시차 때문에 나는 늦은 밤이 되어서야 한국에 있는 서비스 센터와 연락이 되었다. 그런 일이 생길 때 마다 내 마음은 조바심과 걱정으로 가득했고 나의 공부는 완전 중단 되곤 했다. 그런 돌발 상황은 언제고 나를 패닉 상태로 몰고 갔다. 그 일을 해결하기 전까지 나의 나머지 일들은 멈춤 상태로 둬야했다.
❚세월없이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자동차 서비스 센터
은행 업무 이외에도 자동차도 돌발 상황의 가능성은 언제나 안고 있었다. 내가 살던 미국의 중소 도시에는 사고가 나거나 차 고장으로 보험사에 전화를 한다하더라도 한국처럼 몇 분 내에 달려오는 그런 환상적인 서비스는 없었다. 자동차 수리하거나 미리 점검을 한다하더라도 미국에서는 서비스가 느려 터져서 한나절 또는 하루가 온전히 쓰였다. 내가 살던 그 작은 도시에는 택시도 없었다. 자동차 서비스 센터에 내 차를 맡기고 나면 나는 집으로 올 길이 없었다. 여지없이 난 그 서비스 센터에 죽치고 앉아서 언제 끝날지 모른 채 마냥 기다려야 했다.
❚매 학기 평점이 나쁘면 2천만원을 내야한다고?!
아무리 개인적 돌발 상황이 발생한다하더라도 여전히 대학원 수업의 과제며 팀별 프로젝트들은 데드라인에 맞게 제출해야 했다. 과제 제출은 그런 자동차 관련 문제가 있었다고 해서 시일을 연장해주는 법은 없다. 언제고 데드라인이 지나면 데드인 셈이다. 과제 및 시험을 제 시간에 제출하지 않으면 감점의 페널티는 늘 각오해야했다. 게다가 박사과정의 조교직책을 유지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유지해야 했다. 4.0 만점에 중간정도의 성적인 걸로 기억한다. 그 평점을 유지하지 못하면 조교 자리가 박탈되고 자동으로 2천만원에 달하는 등록금 전액 감면이라는 혜택도 사라진다. 물론 그럴 경우는 흔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 학점 관리에 관한 스트레스는 매 학기 나에게 은근한 압박을 주었다.
❚한국어 강사로서의 업무들
대학원생으로 꿰고 있어야할 나의 과제며 시험과는 별도로 한국어 강사로서 내가 꾸려 나가야 할 각종 업무들도 데드라인이 있었다. 예를 들어 중간/기말 고사 및 중간 중간 수행평가와 같은 성적 처리 및 성적 공지와 같은 것은 대학교 전체 일정에 맞게 업로드를 해줘야 학생들의 행정적 처리에 지장을 빚지 않는다. 이런 다양한 일들을 모두 소화해야 했어야 했다.
❚두 아이 도시락과 간식 그리고 라이드
게다가 우리 아이들이 다니던 미국 사립학교는 학교 급식이 없는 작은 학교였다. 그래서 매일 아침 우리 아이들 점심 도시락과 과일이나 스낵류의 오전 간식류까지 런치 박스에 챙겨넣어 줘야 했다. 그 사립학교는 스쿨버스도 없었다. 매일 등교와 하교는 내가 차로 데려가고 데려오고 해야 했다. 대학교에 강의를 하러 가는 날이면 점심 무렵 수업을 끝내고 곧장 한 시간 운전을 해서 아이들 학교로 달려갔다. 그러면 아이들 하교 시간과 얼추 맞아 떨어졌다. 두 아이를 픽업하고 집으로 데려온 뒤부터는 간식을 챙겨주고 숙제를 봐 준다. 첫째 딸은 언제나 학교 공부가 자신의 영어 실력에 비해 벅찼기에 늘 나의 손이 갔다. 그러고 나면 저녁밥 챙길 시간이 어김없이 찾아온다. 하루의 일과 중 온전한 내 시간은 어디에도 없었다.
❚압도당할 것인가 내가 컨트롤할 것인가
처음 살아보는 타국의 삶에서 주변 환경에 압도되지 않고 내가 주도적으로 상황을 만들어 내고 주변 일들을 컨트롤 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했다. 상황에 끌려가기보다 내가 상황을 컨트롤하며 사태를 처리하려 했다. 뭐든지 미리미리 해둬야 안심이 되곤 했다. 그러기 위해 계획을 미리 미리 세우고 계획한 것은 즉각적으로 실천하는 삶의 태도를 장착했다.
❚약점도 강점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 시간 관리 능력(Time Management)
미국 대학원과정을 거치면서 가장 단련된 Skill은 단순한 지식 습득 능력(읽기, 쓰기, 수리적 계산능력 등)이 아니다. 그런 Hard Skill은 입학 허가를 통지받고 대학원 과정의 출발선 상에 서는 순간 이미 충분하다고 판정 받았다. 그래서 미국 대학원 과정 동안 길러지는 것은 그런 Hard Skill이라기보다는 다양한 Soft Skilll들이다. 대학원 교육과정 및 논문 쓰기 그리고 유학 생활을 잘 헤쳐 나가는 데는 다양한 Soft Skilll들이 필요했다. 그 Soft Skill들은 나의 약점이나 나의 힘든 상황을 오히려 나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만들고 나를 목표지점까지 이끌었다. 그런 여러 가지 Soft Skill들 중에서 가장 강력한 것은 바로 시간 관리 능력이었다.
❚시간 관리 전략 No. 1: 온라인 스케줄러보다 한 눈에 보기 쉬운 종합노트 활용하기
매 학기 시작 첫 강의에는 교수님들이 강의 계획서(syllabus)를 주신다. 거기에는 교재, 시험 및 과제에 대한 안내가 있다. 학기 시작 첫 주에 나는 나의 종합 공책 맨 뒤쪽에 손으로 달력을 만들었다. 언제든 스케줄에 대한 감을 잃지 않기 위해 가장 접근성이 좋은 종합 노트에 스케줄러를 만들었다. 그곳에 수강하는 과목의 과제 및 시험을 기입했다. 공부를 하다가도 강의를 듣다가도 의식의 흐름에서 과제 및 시험에 대한 일정을 늘 꿰고 있어야 안심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나 미리 일정에 대한 계획을 하고 데드라인 5일 전에는 일을 마치려 했다. 그래서 과제는 늘 넉넉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이른 시점에 시작을 했다.
❚시간 관리 전략 No. 2: 최대한 정보를 상세히 수집하여 내가 컨트롤할 수 있게 하기
교수님들에게 과제에 대해 상세히 질문해서 과제에 대한 세부사항은 늘 숙지했다. 학기 중간에 하게 될 과제라 교수님들도 아직 과제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없는 상황이었을 지라도 나는 기어코 질문을 했다. 그리고 최대한 시일을 넉넉하게 미리 미리 알려 주셨으면 한다고 말씀을 드리기 까지 했다. 귀찮은 학생으로 여겨졌을 수 있지만, 나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가지고 나에게 주어진 상황에 최대한 많은 통제권(control)을 내가 가지려고 했다.
❚시간 관리 전략 No. 3: 미리 계획하고 데드라인 보다 먼저 과제 끝내기
박사 논문을 쓰는 마지막 일 년은 특히 계획표를 짜고 매일 해야 할 일을 실천하는 습관이 논문을 일정에 맞게 써내는데 아주 결정적이었다. 논문 완성 및 그와 관련된 여러 가지 서류 제출 일정을 전체적으로 계획표에 기입했다. 그리고 매일 실천해야할 작은 하위 일들과 처리해야할 행정 사항들을 세부 계획표에 기입했다. 가령 오늘은 첫 번째 챕터의 소제목과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기, 내일은 그 자료를 가지고 A4 3쪽 분량의 글쓰기와 같은 실질적 목표량과 내용을 계획표에 썼다. 그래서 매일의 작은 블록을 완성해서 큰일들을 완성해 나갔다.
❚시간 관리 전략 No. 4 : 작은 일들은 계획표에 기입하기보다 바로 해결하기
여러 일들로 빼곡한 나의 유학 생활이었지만 그 5년 전체 기간동안 그렇게 매일 하루치 계획을 가지고 살 지는 않았다. 과제 및 시험과 관련된 대략적 계획을 종합노트 맨 뒷 쪽에 기입해서 언제고 펴보며 머릿 속에 일정에 대한 감을 잊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 정도의 계획만으로 충분했다. 어떨 때는 계획을 빼곡히 작성하는 시간에 차라리 대략적 계획만을 세우고 오히려 작은 일들은 바로바로 해결하면서 머릿속 해야 할 투두 리스트(To Do List)에서 삭제하는 기쁨을 누리는 편이 훨씬 나았다.
❚시간 관리 전략 No. 5 : 이른 새벽 즐기기
매일 저녁 내 일을 시작하려고 하면 어김없이 밀려오는 졸음을 이길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나를 위한 온전한 시간은 늘 이른 새벽이었다. 할 일이 많을 때는 4시 경에도 일어나곤 했다. 나는 이른 새벽 시간을 개인적으로 참 좋아한다. 물론 집중력도 최상을 찍지만, 그 이른 새벽에 함께 깨어있는 사람들과의 동료애도 내가 새벽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체로 미국인들은 새벽형 인간이 많다. 같은 아시아 학부에 계시는 미국인 교수님도 그런 분 중 한 명이다. 어느 새벽 5시경 그 분께 이메일을 보낸 적이 있었다. 내 논문 관련 설문조사를 그 교수님의 중국어 반 학생들에게 할 수 있는지 물어봤다. 당연히 답장이 하루는 있어야 올 것을 기대했는데 웬일로 보내자마자 바로 답장이 왔다. 교수님께서 바로 흔쾌히 OK 사인을 주었다. 논문 쓰기에서 설문 대상자를 찾는 일은 아주 중요하고 힘든 부분이다. 그런데 그 교수님의 중국어 반은 거의 5개 반이나 되어서 나에게 그 OK 사인은 엄청 큰 수확인 셈이다. 그날 이후로 나는 이른 새벽 일어나는 것에 대해 더 열심이었다. 나만 이렇게 사는 게 아니라는 생각에 덜 억울했고, 오히려 이른 새벽에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 대열에 나도 함께 하고 싶어지기 시작했다. 그런 이른 새벽의 공부는 뭔가 모르는 뿌듯함과 삶의 활력을 느끼게 만들었다.
❚시간 관리 전략 No. 6 : 짜투리 시간도 합해 통짜 시간 못지않게 활용하기
이 일 저 일을 정신없이 처리하다보면 언제고 나를 위한 온전한 통짜 시간은 없었다. 아침에 대학교 내 사무실에 출근해서 한 시간의 학생 면담시간(Office Hour), 아들 방과 후 운동장에서 친구와 가지는 놀이 시간(After Care) 한 시간, 그리고 저녁에 졸음 오기 직전의 몇 분, 이런 짜투리 시간들이 겨우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다. 하지만 그런 짜투리 시간도 나에게는 아주 소중했다. 그 시간들을 다 합하면 3시간 정도나 되었다. 그건 오전 한 나절치의 시간이나 마찬가지이다. 나를 위한 통짜 시간이 허락되지 않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나는 당연히 그런 짜투리 시간에도 언제 든 내 일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늘 노트북은 들고 다녔다. 와이파이가 없는 야외 공간에도 나의 핫스팟 덕분에 어디에서도 내 차안은 내 공부방으로 변신하기에 충분했다. 사실 아이는 밖에서 친구랑 뛰어놀고 나는 햇볕 좋은 내 차 안에서 내 일을 할 수 있는 그 시간이 나는 참 좋았다. 그리고 소소한 행복 마저 느꼈다.
❚가장 강력한 Soft Skill, 시간관리 능력
유학시절, 나의 시간이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 나의 힘든 상황과 여건이 자칫 나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상황에도 불구하고 내가 해야 하는 것들을 모두 해내기 위한 나의 시간관리 능력을 더욱 발달시켰다. 그래서 남들과 똑같이 주어진 그 시간이라는 자원을 활용해서 나는 두 아이를 키우고 나의 커리어를 쌓으며 동시에 대학원 박사과정도 다 소화해 내는 사람으로 변모해 가고 있었다. 약점도 강점으로 만들어 내는 능력 중에 가장 강력한 건 바로 시간관리능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