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변의 상황을 잘 활용해서 안 돼는 걸 되게 하기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기
일상의 많은 문제들은 정확한 매뉴얼이 있지 않다.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이 있다. 물론 과정을 무시하고 결과를 우선시 하는 말로 오해 될 수도 있지만, 결국 서울로 가는 길은 각양각색이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는 서울로 가는 길을 단 한가지라고 생각하지 않듯이 일상의 대부분의 일 처리 방식 또한 가지각색임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떠한 난관에 봉착하면 왠지 모르게 이미 해봤던 방법을 다시 해보고 안 된다는 것을 그저 확인에 재확인을 할 뿐이지 새로운 접근법으로 시도하려는 마음을 잘 먹지 못 한다. 물론 새로움을 거부하는 인간의 본능에서 비롯되는 것일 수도 있지만, A방법으로 사태가 해결될 것 같지 않으면 당연히 또 다른 B라는 방법을 생각해서 해내야 한다.
미국에서 유학을 하면서 크고 작은 난관을 참 많이 겪은 것 같다. 물론 이민자로서의 일상생활을 살아가는 데는 말할 것도 없고 유학생으로서 학업을 해 나갈 때도 나를 가로막는 난관들이 참 많았다. 하지만, 그런 문제를 껴안고 좌절하고 수수방관만 할 수 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포기하기에는 내가 달려온 길이 너무 길었고 중도 포기하기에는 잃게 되는 것이 너무 많았기에 함부로 포기라는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사공부를 하면서 나는 포기라는 단어를 떠올린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나의 한계를 어찌 할 수 없고 그 한계를 인정해야 할 순간이 많았다. 예를 들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이상 나의 영어 실력은 단기간에 원어민처럼 향상시키지는 못한다. 또, 수리적 능력이 우수하지 못하고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에 대해 일도 모르는 나로서는 단기간에 그런 수리적 능력을 극복할 수는 없었다. 그런 한계의 순간들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나의 한계를 인정해야했다.
❚스스로 자신을 포기할 것인가 스스로 상황을 바꿀 것인가
나는 외국인이라는 나의 ID와 뛰어난 지적능력이 없는 나의 상황은 바꿀 수 없음을 인정했다. 그렇다고 나 자신을 포기하진 않았다. 오히려 그런 나의 불리한 상황을 역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즉, 발상의 전환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할 수 도 있겠지만, 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면 오히려 그 문제를 바꾸는 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엄연한 나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나는 포기하지 않고 문제 해결을 위해 나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내가 무엇을 더 필요로 하는 지 설명하고 그 부분에 대한 도움을 요청했다. 미국 대학원과정을 거치는 동안 나는 여러 가지 문제와 난관을 해결해야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문제의 원인을 생각했다. 그 원인이 나의 능력부족이라면 쿨하게 그걸 인정했다. 그리고 그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보조 도구가 뭔지를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을 얻기위해 적극적으로 요청했다.
❚문제해결 전략 No. 1: 문제의 문제점 찾기
유학기간 동안 배운 여러 수업들 중에 어떤 강의는 대부분이 현지 미국학생이고 나와 같은 유학생은 극소수에 불과한 적도 있었다. 박사과정 중에 들었던 특수교육 수업은 여러 가지 과제며 시험이 아주 빡빡하게 있는 수업이었다. 다른 것은 미리미리 준비해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었지만, 수많은 특수교육 관련 법령을 상세한 정보와 함께 암기하는 것은 도저히 힘이 들었다. 특히 그것을 요약해서 영어로 글을 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시간제한까지 있는 온라인 시험인 경우, 그 부담은 아주 컸다. 첫 온라인 시험을 초집중을 하고 치른 후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과연 현지 미국인 친구들에게도 이 시험은 그렇게 힘들까? 그들은 적어도 나 같은 유학생들이 겪는 코드스위치(언어 간 교체)는 할 필요가 없으니 훨씬 수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뭔가 불공평함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문제해결 전략 No. 2: 나의 약점이 나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만들기
얼핏 생각하면 대부분의 유학생은 영어 못하는 자신의 탓이라 생각하며 그냥 조용히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애초에 입학 허가서를 내어줄 때 대학교는 우리의 영어 실력을 최고수준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렇다는 것은 보통의 영어 실력으로도 교육과정을 이수할 수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니 우리의 영어 실력 탓은 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우리의 언어적 장벽을 인지하지 못한 학교 측의 배려가 부족함을 난 알리고 싶었다.
나는 그 수업의 교수님께 정중히 이메일를 썼다. 외국인이라는 나의 ID를 그대로 드러내었고 우리의 고충을 설명했다. 영어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 아닌 이상 그렇게 영어가 모국어인 그룹과 아닌 그룹에 동일한 시간제한을 두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했다. 마침 그 과목이 특수교육 대상자를 가르치는 교수법에 관한 과목이라, 교수님은 나의 논리를 받아들이셨다. 덕분에 그 과목은 더 이상 온라인 시험에 외국 유학생에게도 현지 학생들에게도 시간제한은 없어졌다. 그 일은 다른 수강생들에게도 곧 알려지게 되었고 유학생 뿐 아니라 현지 미국학생들까지도 나를 고마워했다. 그 이후 기말 시험은 모두들 시간에 대한 부담 없이 오로지 그 과목의 내용에 몰두하면서 시험을 칠 수 있었다.
❚문제해결 전략 No.3: 플랜 A, B, C 생각하기
대학원 수업에서 가장 큰 난관은 바로 통계학 수업이었다. 애초에 타고난 문과기질의 나로서는 그 수많은 숫자가 난무한 서적과 프리젠테이션은 생각만으로도 아찔했다. 하지만 졸업을 위한 필수 과목이었기에 나는 정면 돌파를 해야 했었다. 그런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 과목을 가르치게 되는 교수님은 R이라는 통계프로그램에 뛰어난 분으로 알려졌다. 연구원을 하시다가 교수가 되신지 얼마 안 된 상황이셔서 그 교수님의 열성은 하늘을 찔렀다. 그 교수님은 매 시간 멍청한 우리의 눈빛을 외면하시고 알 수 없는 R의 세계로 우리를 자꾸 데려가셨다.
사실 그 당시 대부분의 통계학 수업에서는 사용자에게 좀 더 친근한 SPSS 통계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걸로 알고 있었다. 대부분의 수강생들도 그 통계 프로그램으로 각자의 논문에 쓸 데이터를 처리할 생각이었다. 더욱이 나는 그 SPSS 통계 프로그램조차도 어버버해하던 상황이었다. 그런 왕초보인 나는 고급 통계 프로그램인 R을 욕심내는 교수님을 도저히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 수업은 매주 테스트가 주어졌다. 이해불가인 그 R이라는 프로그램을 가지고 도저히 그 과제를 해결할 수가 없었다. 박사과정 전체를 마무리 짓는 마지막 학기에 그 수업을 낙제하면 나는 하고 있는 한국어 강사 일도 강제 종료될 것이고 박사 학위는커녕 수료조차 불가능한 상황이 되어버린다. 매주 그 수업은 정말 멘탈 붕괴가 오기 일보직전이었다.
❚플랜 A: 정면돌파
나는 일단 그 수업을 정면 돌파하고자 애를 썼다. 그게 나의 플랜 A였다. 수업 중에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다시 설명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일상이 되어버렸다. 나는 아주 편하게 미안하지만 교수님의 설명이 이해가 안 되니 다시 설명해 줄 수 있냐고 교수님께 요청했다. 수강생들도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내가 대신 질문을 해줘서 고맙다고까지 했다. 나는 부끄러워할 이유도 그럴 여유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해가 될 때까지 설명을 요청했다. 감사하게도 그 교수님은 안색하나 안 바꾸고 다시 설명을 해주셨다. 내가 만난 교수님들 중에 가장 인내심이 최강이신 분이셨다. 하지만 자꾸만 커져가는 교수님의 열정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교수님은 R이라는 통계학 프로그램에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계셨기에 모든 예시문제를 R이라는 프로그램으로 풀어줬다. 그리고 곁다리로 SPSS를 사용하는 것도 살짝 보여주는 정도였다. 결국 나는 알 수 없는 그 과정을 무작정 열심히 애써보려는 애초의 플랜A를 포기하고 플랜 B를 생각했다.
❚플랜 B: 문제의 문제점 찾기
나의 플랜B는 문제의 문제점을 찾는 것이었다.
다행히 박사과정에 있는 수강생 대부분은 나처럼 조교를 맡고 있는 처지라 학점 관리에 신경을 써야 했다. 그런데 이 수업은 보나마나 낙제를 할 거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결국 나는 옆에 친구들에게 나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들도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그 주말에 일제히 교수님께 이메일을 보내기로 했다. 도저히 이해불가인 R을 그만 가르치고 우리에게 필요한 SPSS 통계 프로그램을 가르치는 수준으로 이번 학기 강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학생이 교수에게 할 말은 아니지만, 성인 학습자를 가르치는 교수님은 성인 학습자의 니즈(Needs) 즉 요구와 필요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대단한 학자를 꿈꾸는 학습자도 아니다. 다만 현실적인 여건 상 이 과목을 낙제할 경우 겪어야 할 책임이 무겁고 이 과목에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기능은 그저 SPSS통계 프로그램을 잘 활용해서 각자의 논문에 쓸 데이터를 분석하는 수준이다. 우리의 상황을 이해해 달라고 부탁 드렸다. 그게 ‘진정한 성인 학습자를 가르치는 교수의 역할이 아닌 가’라며 압박을 넣기도 했다. 참 죄송한 마음이 들었지만,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그것 말고는 없었다. 결국 그 주말을 지낸 이후 교수님은 우리들의 요청을 많이 받아들여서 모든 수업에서 SPSS 통계학 프로그램을 우선으로 가르쳐주셨고 R이라는 프로그램을 여전히 배우고 싶어 하는 골수 팬들을 위해 그것 역시 가르치기로 하셨다. 덕분에 수업 진도도 그렇게 빠르게 진행되지 않아서 어느 정도 숨통이 트였다.
❚플랜 C: 가용한 리소스 다 활용하기
이제 나의 플랜 B는 어느 정도 성공이었지만, 그게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못했다. 결국 남은 모든 문제는 나의 능력을 총동원해서 해결해야 했다. 그 당시 나의 플랜 C는 가능한 리소스를 다 가져다가 활용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날부터 유튜브 통계관련 동영상은 죄다 검색하며 최상의 영상을 찾아서 즐겨찾기 링크를 걸었다. 그리고 유튜브 영상으로 통계학 관련 내용을 다시 혼자 공부를 했다. 따로 정리도 해가면서 거의 독학으로 기본적인 SPSS 프로그램을 익혔다. 다행히 그 수업에는 나처럼 한국에서 영어 교사를 했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힘든 R도 척척 소화를 잘 해나가고 있었다. 매주 과제 제출 전에 나와 그 친구는 서로 답이 맞는 지 확인하기도 했다. 또 심리학과의 조교로 있던 한국 유학생에게도 몇 번의 코칭를 받으며 부족한 실력을 보충해갔다. 그렇게 주변의 리소스를 최대한 활용해가며 박사 과정 중의 최대 위기인 통계학 수업도 그렇게 무사히 마감을 할 수 있었다.
❚나만의 문제해결력: 상황의 요소 잘 활용하기
능력이 출중하여 모든 문제를 척척 해결 한다면 그보다 깔끔한 일은 없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현실의 세계에서는 누구도 그런 아름다운 일만을 경험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문제를 마주한 순간에 나의 무능력을 원망하지 않았다. 능력이 유한한 인간이기에 부족한 능력 탓을 한다 해도 사태는 해결 되지 않는다. 크든 작든 우리는 해결이 다소 힘든 문제를 늘 마주하게 된다. 좌충우돌 미국 유학 기간 동안 다양한 문제들을 마주하며 나는 나만의 문제해결력을 키우게 되었다. 그리고 문제해결의 열쇠는 나의 능력치를 향상시키는 것 외에도 주변의 상황을 잘 활용하는 것에도 있음을 절실히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