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어 4 Skill + 알파(α)의 힘
❚의사소통능력(Communication)
미국대학원 입학을 위해서는 공인 영어시험인 TOEFL시험 성적을 제출하게 되어 있다. 그 영어 시험 성적으로 영어의 4 skill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 능력이 대학원 공부를 할 만큼 갖추고 있는지 확인 받는다. 그런데, 실제로 미국 대학원 공부에서든 미국 유학 살이에서든 그런 기본 4 skill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상황이 참 많다. 그런 상황에서의 의사소통은 단순한 4Skill의 유창성을 넘어선 알파의 힘을 요구한다. 유학기간 동안 나에게 유용했던 그 알파의 힘은 다음 다섯 가지정도로 정리가 된다.
❚의사소통능력(Communication)을 위한 나의 No.1 : 의사소통을 하려는 적극적인 마음
미국에 자주 출장을 다니시는 한 지인은 비즈니스 회의에서 나누는 영어보다 쉬는 시간에 옆에 있는 동료들과 나누는 캐주얼한 대화에서 더 좌절을 느낀다고 하신다. 일단, 아무런 형식이 없는 그런 상황에 놓이면 우리는 대부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아니면, 그냥 멍하니 앉아있어야 할지 대략 난감해진다. 대부분 한국 사람들은 과묵함을 미덕으로 알지만, 사실 낯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줄 아는 능력은 미국 사회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요소이다. 평소 알고 지내던 중국어 교수님이 추수감사절 저녁식사에 나를 초대해 준 적이 있었다. 나는 우리나라처럼 큰 테이블에 앉아서 서로 담화를 나누는 그런 저녁을 기대했으나, 그 집 현관문을 연 순간 나의 예상과 정반대의 광경이 벌어졌다. 다들 각자 여기 저기 앉아서 접시에 음식을 들고 먹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바보처럼 멍청히 구석에 앉아만 있는 게 좋아 보일 리는 만무하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고 첫날의 수업은 언제가 긴장이 된다. 다들 처음 본 사람들이라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나는 낯설지만 내 옆에 앉은 수강생에게 먼저 대화를 시작하려 노력했다. 의사소통을 하려는 마음가짐 또는 의지(WTO; Willingness To Communicate)은 외국어로 영어를 배우는 학습자에게 상당히 중요한 컨셉이다.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의사소통을 시작하려는 마음이 있는 사람은 그 언어를 더욱 더 빨리 배운다. 이것은 비단 외국어를 배우는 것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일이 남과 함께 협력애서 해야 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언제든 남과 이야기를 나눌 준비를 또는 대화를 먼저 건넬 줄 아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 이다.
다행히 내가 공부하던 교육 대학원은 젊은 친구들 보다는 나처럼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나는 주로 젊은 친구들보다 나와 비슷한 연배의 사람들에게 먼저 대화를 시작했다. 언어장벽보다 더 높은 게 세대차이라 했던가. 비슷한 나이대의 동료들 사이의 언어장벽쯤은 쉽게 허물을 수 있었다. 박사과정 중에 알게 된, 나이가 나와 비슷한 미국인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와 나는 아마 한국으로 치면 학번도 같았을 것 같았다. 그 친구와 나는 코드가 잘 맞아서 2인 1조 프로젝트를 같이 하기로 했다. 대학교 캠퍼스에서 3시간거리에 살고 있는 그 친구는 주로 줌으로 수업에 참여하곤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원활하게 그 공동 프로젝트를 해나갔다. 우리가 발표를 하는 날, 그 친구는 내가 혼자 실제 교실에서 발표하면 힘들까봐 3시간 거리를 달려 와 그 저녁 수업에 직접 출석까지 해주었다. 나는 그 친구가 그렇게 멀리 사는 지도 모르고 그냥 캐주얼하게 ‘발표 때는 내 옆에 있으면 좋겠어’ 했더니 그렇게 먼 거리를 달려 와 주었다. 참 감사한 일이었다. 다행히 우리의 공동 과제는 잘 마무리 되었고, 지금도 우리는 페이스북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되었다.
❚의사소통능력(Communication)을 위한 나의 No.2 : 무식함을 솔직히 드러내기
내가 한국에서 쓰던 노트북이 석사 과정 첫 학기 이후에 먹통이 되버렸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팀과제에 호환이 잘 될 수 있게, 친구들이 주로 쓰는 맥북을 그것도 맥북 프로를 나도 하나 장만했다. 그렇게 나는 평생 처음으로 맥북 사용자가 되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는 새로 산 맥북의 전원을 켜는 방법도 모른 채 그걸 들고 학교에 갔다. 도서관 아르바이트를 위해 참석한 첫 모임에 우리는 각자 노트북에 무언가를 기록했어야 했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난 내 노트북의 전원을 켜는 방법도 모르고 거기에 앉아 있었다. 혼자 낑낑거리기며 시간을 허비하기보다 나는 무식함을 당당히 드러내며 옆에 앉아 있던 남자 인도 유학생한테 ‘이거 어떻게 켜?’하고 솔직히 물어보기로 했다. 누가 보면 내가 다른 사람 노트북을 빌려서 쓰는 줄 오해할 질문이지만, 슬프게도 그건 내 노트북이었다. 나의 민망함을 미리 덮어주려는 배려심인지 어쩐지, 그 친구는 ‘맥북은 사용하지 않아 모르겠지만, 유튜브 검색 해볼게’ 하며 바로 유튜브 검색을 해보더니 아주 친절하게 나에게 알려주었다. 참 웃픈 이야기지만, 나는 그 정도로 무식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솔직히 드러내는 스타일이었다.
❚의사소통능력(Communication)을 위한 나의 No.3 : 적재적소에 질문하기
특히, 박사 과정 마지막 데이터 분석 과목에서 나의 질문 공세는 절정에 이르렀다. 수를 가지고 하는 과목이다 보니 한눈을 팔 면 영 낙동강 오리알이 되는 상황이라, 온 집중을 다 해 수업을 들었다. 그렇게 해도 내 머리에 질문은 언제나 샘솟았다. 나는 모르면서 아는 척 하는 걸 못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왠지는 모르겠지만 현지 미국인 친구들은 교수님들께 질문을 거의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다 이해가 되어서 그러고 있는 건지, 모르고도 ‘때 되면 알게 되겠지’하는 느긋한 태도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내 안의 질문을 참고만 있을 수 없었다. 나에게 질문하기에 베스트 타이밍이라는 것은 늘 바로 그 순간이다. 이해가 되지 않는 그 순간을 잠시 멈춤해서 질문을 해야 가장 정확한 답변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 교수님은 나의 아주 일차원적인 질문조차도 교수님은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상세히 설명을 해주셨다. 나의 질문을 필두로 옆의 친구들도 그제서야 슬슬 자신의 무식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딱 내가 바라던 수업 분위기였다. 그 이후로 쉬는 시간마다 우리는 옆에 친구들과 서로 모르기 대회라도 하듯이 모르는 걸 털어놓았다. 그리고 우리끼리 해결이 안 되면 교수님께 도움을 요청하는 참 아름다운(?) 수업을 만들어 갔다.
❚의사소통능력(Communication)을 위한 나의 No.4 : 이메일 100% 활용하기
미국에서 이메일은 한국의 카카오톡 만큼이나 접근성이 좋고 즉각적인 답장을 받을 수 있는 의사소통 채널이다. 대학원 생활의 문제점이나 질문은 이메일로 해당 교수님께 직접 이메일을 보내면 적절한 해당 부서로 내 이메일을 전달하거나 교수님이 바로 해결해주거나 했다. 나는 이 이메일이라는 소통 채널이 참 마음에 들었다. 아무리 높으신 분이라도 그분의 이메일은 대중에게 공개되어 있으니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그런 분에게도 바로 나의 말을 할 수 있다. 한 번 이메일을 보내서 답이 없으면 같은 요일 같은 시간에 복사 붙이기를 해서 무한 반복해서 보내면 기어코 그들의 답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내가 용건이 있을 때 그냥 보내면 되기 때문에도 좋다. 마치 낚시를 하듯이 던져 좋고 기다리기만 하면 되니 참 간편하다.
특히, 논문을 쓰는 과정 중에는 이 이메일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했다. 논문 작성과 관련된 세부 단계에서 대학교 해당 부서에 제출할 서류는 참 많았다. 그런 작지만 놓쳐서는 안 되는 절차들은 담당자를 직접 만나서 하기 보다는 이메일로 모두 해결한다. 미국 대학교의 모든 부서들은 이 이메일을 통한 소통이 아주 발달되어 있었다. 이런 이메일의 파워는 비단 대학교 내에서만 해당되지 않았다. 다른 교육기관에 의뢰를 할 때에도 이메일만한 소통 수단은 없었다. 내가 논문 쓰는 과정에서 가장 난관에 봉착한 부분은 나의 논문에 사용할 설문지의 원 제작자에게 사용 허가를 받는 것이었다. 그 당시 내가 허가를 받아야 할 학자들은 캐나다, 하와이, 일본에 각각 살고 있는 분이었다.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그분들의 공식 이메일 주소로 연락을 해서 다행히 며칠 만에 사용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의사소통능력(Communication)을 위한 나의 No.5 : 공감능력 가지기
내가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해 봄, 역시나 학부를 졸업하게 된 두 미국인 제자가 있었다. 나의 한국어 수업을 수강한 학생들이었다. 한국어 수업 과정에는 한국어 말하기 시험도 있었다. 그 친구들은 입술까지 파르르 떨며 한국어 말하기 시험을 치던 학생들이었다. 어찌나 안쓰럽던지, 나는 초보 외국어 학습자들의 울렁증을 충분히 이해하였기에 최대한 마음 편하게 해주려고 한국 노래까지 틀어놓고 말하기 시험을 치게 했다. 매 학기 한국어 강의가 끝나면 강의 평가를 받도록 되어 있었다. 나에게 한국어를 배운 학생들은 나의 장점으로 나의 한국어 티칭에 대한 노하우보다 나의 정서적인 공감능력을 써주었다.
영어를 평생 배우는 학습자로, 늘 나의 감정이나 의도를 영어로 정확히 표현하는 게 힘들다는 것은 뼈저리게 실감한다. 또 상대의 의사를 이해할 때에도 상대의 말의 표면적인 뜻은 파악하지만 그 이면에 깔린 감정이나 의도 등은 쉽게 파악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런 나의 경험은 한국어를 배우는 미국인 친구들의 갑갑함을 충분히 이해하게 만들었다. ‘나도 그런 적이 있어. 나도 그래.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와 같은 말을 하며 상대를 공감해주는 능력은 언어의 장벽도 넘게 해주는 최고의 능력이다.
입술까지 떨며 나한테 한국어를 배우던 두 친구는 나의 마지막 학기가 끝날 무렵 감사 및 졸업축하의 표시로 대학교 로고가 새겨진 가방과 학교사진이 담긴 액자를 선물로 보내왔다. 평생 처음으로 받아보는 제자로부터의 선물이었다. 코로나 원년에 졸업을 하게 되어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그 친구들의 고운 마음에 눈물이 주루룩 흘렀다.
❚나만의 의사소통능력 필수 요소 다섯 가지 정리
1) 의사소통을 하려는 적극적인 마음 - 먼저 다가가기
2) 무식함이 탄로 나도 괜찮아하기 – 무식함을 솔직히 드러내기
3) 모를 때는 언제든 바로바로 질문하기 – 적재적소에 질문하기
4) 말로 못할 상황이면 글로 하기 – 이메일 100% 활용하기
5) 마음을 읽고 표현하기 - 공감능력가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