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어 공부를 시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영어 공부를 시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영어 공부에 대한 밑그림
우리는 쉽게 영어라는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단어, 문법, 4가지 스킬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키우기로 대충 가닥을 잡는다. 그렇게 심플하게 이해한다 하더라도 영어를 공부한다는 것은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는다. 뭔가 모르게 엄두가 나지 않는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대부분 영어 초보자들은 영어 공부의 방대함과 깊이를 직감하고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겁을 먹는다.
그들이 직감한 대로 정말 영어를 잘 하려면 실제로 많은 것을 잘 하긴 잘 해야 한다. 영어를 잘 하려면 기본적으로 우리말과 일도 같지 않은 그 수많은 발음의 단어를 그것의 의미와 매칭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게다가 그 단어가 쓰이는 상황이나 문맥도 알아야 한다. 영어 문장을 만들거나 이해하려고 하려면 기본적으로 문장의 구조 또는 뼈대를 파악해야 한다. 그렇게 완성된 문장을 쓰거나 말 하려면 정확한 억양과 발음으로 발화를 해야만 메시지 전달이 된다. 내가 한 말을 상대가 듣고 대답한 말을 정확히 이해해야지 또 내가 다시 뭐라 대답을 할 수 있게 된다. 동시에 그 사람과 나의 관계에 따라, 상황에 따라 해야 할 말, 하면 결례인 말 뭐 이런 것들도 다 생각하면서 말이다.
언어학자 William Littlewood(2011)은 우리가 막연히 생각한 그 능력의 리스트들을 다섯가지로 정리했다.
• 언어학적 능력(Linguistic competence): 단어와 문법에 관한 지식을 가지고 문장 만들기
• 담화 능력(Discourse competence): 단락 글을 쓰거나 주거니 받거니 대화 나누기
• 화용 능력(Pragmatic competence): 실제 상황에서 말이나 글로 뜻을 전달하고 이해하기
• 사회언어학적 능력(Sociolinguistic competence): 때와 장소에 적절한 언어 사용하기
• 사회문화적 능력(Sociocultural competence): 문화적 지식과 이해를 가지고 언어 사용하기
솔직히 말하면 우리나라 중학교와 고등학교 영어는 위에서 말한 거창한 능력들을 키울 생각이 조금도 없다. 물론 현재 우리가 따르고 있는 2015 교육과정을 읽어보면 아주 그럴 듯하게 영어 교육의 목표가 각 학년별로 잘 서술되어 있다. 대학교 교수님들이 소위 세계적인 언어학자들의 연구논문을 근간으로 멋지게 쓰셨으니 당연히 멋지게 보인다.
그런데,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영어 교육은 그 다섯 가지 중에 첫 번째 능력인 언어학적 능력(Linguistic competence)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리고 중학교에서는 유독 더욱 그런 형편이다. 고등학교에 가면 단락 글 읽기가 강화되니 두 번째인 담화 능력(Discourse competence)으로 까지는 확장 될 수는 있겠다. 하지만 그 상황이 딱히 달라지진 않는다. 중,고등학교 영어는 한줄 세우기라는 학교의 정치적 경제적 역할을 위해 존재할 뿐, 애초에 국가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진정한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기는 학교 현장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중학교 영어 공부의 최대 걸림돌: 영어 문법
내가 만난 중학교 영어 교사들 중에는 영어 기초 문법 교육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믿는 분이 많았다. 새로운 학년이 시작될 무렵이면 늘 이것이 나를 힘들게 한다. 같은 학년 영어 선생님들과 한 해 동안 문법프린트를 만들 때 제발 그 ‘~적 용법’ 이런 말 안 쓰고 쉽게 가르쳐 보자는 것이 나의 입장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와 의견이 같은 영어 교사는 현재까지 거의 단 한명도 만나지 못했다. 각자의 스타일을 존중해야하는 것이 업계의 불문율이라 나는 그렇게 매년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하고 별 소득 없이 한 해, 두 해를 보내고 지금까지 그러고 있다. 혼자 조용히 ‘~적 용법’말고 쉽게 가르치려 별로도 학습지를 제작해보지만 평가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그 마저도 제지를 당하기 일쑤이다.
초등학교 때까지 열심히 영어 원서를 읽고 즐겁게 영어를 배운 아이들일수록 중학교 영어 수업에서 얻게 되는 멘탈 붕괴의 사이즈는 크다. 중학교 영어 교사를 20년째 하고 있는 나로서도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왜 중학교 영어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사라지고 있는 영문법 지식을 기를 쓰고 가르치는 지.
우리나라 영어 교사들은 학창시절 대부분 영어 문법 교육만을 받아 왔다. 그들은 그것이 자신의 특기이자 필살기이다. 최근 영어 교사 임용시험이 긴 장문을 읽고 영어로 단락 글을 쓰는 것으로 바뀌면서 체질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나 기존의 교사들의 수에 비한다면 최근 임용된 교사의 수는 아주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그마저 신규 교사라 하더라도 그들의 학창시절에 배운 내용을 더듬으며 가르치다보니 또 다시 기를 쓰고 문법교육에 열을 올리는 형편이다. 작년에 같은 학년을 맡은 신규 영어 선생님이 그런 경우였다. 시험 출제를 두고 이런 저런 의논을 하다가 결국 문법을 너무 강조하던 그 분과 나는 심한 갈등을 빚기도 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학교가 ‘한줄 세우기의 미션’을 수행해야하는 한 지금과 같은 문법 위주의 시험은 변함이 없을 것 같다. 아이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그 문법이야 말로 그 줄 세우기 프로젝트의 일등 공신이다. 그러면 우리 아이들은 문법을 하느라 골물을 앓게 된다. 그런 수험생 상당수는 미국 대학 교수보다 영어 문법 지식을 더 많이 가지게 된다. 하지만 그 일련의 규칙 덩어리들은 실제 문장을 쓰거나 말할 때 조금도 활성화가 되지 못하고 그저 우리의 머릿속 메모리만 차지하게 되기 쉽상이다.
그 중에 또 영어 교사가 나온다면 그 악순환은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이 악순환의 고리는 쉽게 끊어질 것 같지 않다. 단언컨데, 그 악순환의 연결 고리가 끊어지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영어 교육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나의 개인적 깝깝함을 견디는 것은 그나마 쉬운 일이다. 하지만 어렵게만 어렵게만 써놓은 그 문법 프린트를 쳐다보고 있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는 것은 견디기 힘든 일이다.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 내 모습이 아마도 딱 그랬을 것 같다.
❚영어 문법의 기초 다지는 방법
우리나라의 영어 교육을 바꾼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럼, 그저 한 개인의 영어 학습자로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영어 문법을 배우면 여러모로 유용한 건 사실이다. 다만 ‘~적 용법’만 줄줄 외면서 정작 문장 하나 말하지 못하면 그게 문제이다. 그래서 중학교 시절에 강력히 추천하는 영어 문법 공부의 팁은 다음과 같다.
1) 영어 문법은 결국 ‘누가(Subject) ~하다(Verb)’를 정확히 표현하기 위한 것임을 기억하자!
Subject (누가) ......................... Verb(~하다) ...............................
to 부정사, 동명사, 현재분사, 조동사, 수동태, 분사구문, 관계대명사 등 그 수많은 문법 규칙과 용어는 그저 누가 어떤 행동을 하는 지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전달하기 위한 것들이다.
학생들은 가끔 각각의 문법 사항에 너무 매몰되어 전체 문장을 쓰거나 말하는 걸 힘들어 한다. 그리고 더 안타까운 것은 자신이 배우는 그 문법 사항이 주어를 자세히 말하는 것인지, 동사를 자세히 말하는 것인지 분간조차 못하고 그저 문법 규칙만 줄줄 외우느라 여념이 없다.
하나의 문장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 지 파악하는 것은 도움이 된다. 그렇다고 ‘명사적 용법, 형용사적 용법’, ‘주격 관계대명사’ ‘목적격 관계대명사’ 같은 말로 파악할 것이 아니고 한 눈으로 문장의 뼈대를 파악하는 것이 훨씬 더 쉽고 직관적이다. <한국식 영문법 말고 원어민식 그림 문법>이라는 브런치 북에서 더 자세한 설명을 읽을 수 있다. 영어 문장 구조 파악을 위한 핵심 문법을 그림으로 쉽게 설명한 책이다. 문법 용어사용을 최소화하고 문장 구조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하였다. 영어 레벨에 상관없이 모든 영어 학습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https://brunch.co.kr/brunchbook/easygrammargrim
https://brunch.co.kr/@e2e84cb0ecaa4d2/42
2) 영어 문법공부는 영어 원서로 과감히 하자!
<Basic Grammar in Use>
영어 문법은 한국어로 된 문법서보다 원서로 된 것이 더 정확하고 개념 정립이 쉽다.
<Grammar in Use>시리즈가 시중에 가장 많이 알려진 영어문법책이다. 그 중에서 가장 기본서인 <Basic Grammar in Use>는 영어 문법의 기본 개념을 그림과 여러 예문으로 설명을 해주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연습문제도 제공하고 있다.
<Grammar by Diagram>
위에 링크가 걸린 브런치 북<한국식 영문법 말고 원어민식 그림문법>도 사실은 <Grammar by Diagram>을 참고하면서 제작한 책이다. 미국 대학원에서 문법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다.그 때 구입해서 공부한 책인데, 영어 문장 구조를 파악하는 데는 이 만한 책은 없는 것 같다. 다만 중학생이 보기에는 다소 어려울 수 있으나 그 안의 여러 문장 구조를 도식화 한 것은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3) 영어 문법 공부는 통문장으로 억양을 살려서 외우는 것으로 하자!
핵심 문법이 이해가 되었으면 이제 그 문법 규칙들을 더 이상 의식할 필요가 없다. 대신 그 핵심 문법이 포함된 예문, 가능하면 영어 원서 문법책에서 가져온 통 문장을 외워야 한다. 문장 통째로 자동화를 시켜 언제든 바로 입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재완료 진행형 (hve been ~ing)을 배운다고 해보자. 내가 그랬듯이 우리는 그 이름만으로는 그 개념이 바로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리고 아주 거창하고 어렵게 들리는 그 용어만으로도 초보 영어 학습자는 기겁한다. 이 어려운 이름 대신 “지금까지 쭉 해오고 있다”의 기본 개념만 이해하자. 그런 다음 그 문법 사항이 쓰인 문장 하나를 통째로 입으로 달달 외우자. ‘I think you have been spending too much (지금까지 쭉 과소비를 해오고 있다).’처럼 교과서나 문법책에 나오는 예문을 하나 골라 강세 억양을 살려 하나의 단어처럼 주루룩 외우자. 빨간 색 단어를 좀 강하게 읽고 파란 색 단어는 다 붙여 한 단어 인 듯이 말하면 어느 정도 억양은 나올 것이다.
‘I think youhavebeen spending too much "
‘I think youhavebeen spending too much "
‘I think youhavebeen spending too much "
‘I think youhavebeen spending too much "
‘I think youhavebeen spending too much "
4) 당장의 중학교 영어 성적 보다는 제대로 된 영어 공부 로드맵 그리자!
그리고 한 가지 더 알아야 할 것은 우리의 영어 공부는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학교 진학이나 일반 사회인으로 가져야할 영어 의사소통 능력까지 생각을 하면서 우리의 영어 공부 로드맵을 그려야 한다. 줄 세우기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문법문제는 말그대로 줄 세우기 용이다. 그건 실제 영어의 의사소통능력 (Communicative Competence)의 아주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 앞에서 말한 William Littlewood(2011)의 다섯 가지 능력 리스트들을 생각해보면 금방 이해가 될 것이다.
어떨 땐 나조차도 그런 줄 세우기를 위한 영어 문법 문제의 답을 찾기 힘들다. 그러니 초보 학습자들에게 오죽 힘이 들까. 가끔 인터넷에 학창시절의 영포기자였는데, 토익 만점에 원어민과 프리토킹을 잘 하게 됐다는 광고를 본다. 자칫 허위 과대광고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의 개인적 경험을 본다면 그건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다. 그렇다고 기적도 아니다. 그렇게 되기는 상당히 쉬운 일이다. 중 고등학교 시절의 줄 세우기를 잘 견디고 나면 진정한 영어 공부는 그 이후에 즐겁게 잘 할 수 있다. 혹시 영문법이 여러분의 앞길을 막더라도 영어 전체를 포기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