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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숙경 Mar 17. 2022

추상화가 궁금해

추상화의 전주곡은 인상주의입니다.

예술품에 어떤 기준이 있을까요? 미술사 속에 등장하는 그 많은 작품에서 해답을 찾아봅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품고 있는 수많은 작품들은 저마다의 시대를 증명하는 것만으로도 제 역할을 하고도 남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새삼스럽게 되새기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필요하기 때문에 계획되고 완성된다는 사실입니다. 예술품도 예외는 아니지요. 


미술사는 권력의 역사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지배자의 요구에 의해서 생산된 제품들인 셈이지요. 그러므로 예술품이 되는 요건은 그 사회의 지배가치에 있습니다.  


우리는 알아볼 수 없는 예술품을 자주 목격합니다. 이상한 작품을 늘어놓은 것을 보면 그들만의 잔치라는 생각이 듭니다. 절대로 소통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난해한 것들이 많습니다. 개중에는 편견을 가진 이들도 심심치 않게 만납니다. 이쯤에서 질문 하나 해봅니다. 요즘의 사회 현상을 모두 이해하시나요? 모두 인정하시나요? 


사회를 먹고사는 현장으로만 여긴다면 동물의 세계와 다를 바 없습니다. 예술 행위가 있고 철학이 있고 제도를 만들 수 있는 우리는 사람입니다. 예술은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삶을 통찰하거나 증명하는 도구입니다. 모호함과 난해함 자체가 우리들의 세계인 것이지요. 예술은 우리의 자화상, 나도 모르는 나를 보게 하는 내면의 사실화입니다. 


추상미술은 산업화와 자본화가 본격적으로 제 모습을 드러낼 때, 세계대전이 있었던 즈음에 시작됩니다. 이때만큼 역사적 파도가 높은 때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보편적으로 갖고 있던 생각과 형식은 급변하는 환경에 발맞추어 변해야 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추상미술의 탄생도 필수 불가결한 사회현상입니다. 


세상 만물과 현상이 느닷없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니 추상에도 전조적인 변화가 있습니다. 그 준비를 인상주의 미술에서 찾아봅니다. 인상주의의 배경 없이 추상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인상주의를 이해할 때 추상미술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것입니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지금도 살롱전이 열립니다. 이 전시는 루이 14세 때 왕립미술아카데미가 만든 것입니다. 이곳의 임무가 무엇인지 명칭에서 벌써 눈치챘을 겁니다. 왕실과 귀족들의 미술품 주문을 관장하고 살롱전시도 주관하는 권위의 미술 기관입니다. 루이 14세는 태양왕으로 유명하지요. 그러니 미술은 절대왕권을 만천하에 알려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따라서 절대주의 왕정을 상징했던 질서와 권위는 군주의 이미지에 삽입됩니다. 당시 회화는 지금보다 훨씬 정치적이었습니다. 이는 그림의 주제가 증명합니다. 고전문화, 고대의 전쟁 영웅, 신화 속 인물들, 기독교 성인들 등에 국한될 정도로 역사화가 주류를 이루며 풍경화는 거의 없습니다. 이러한 시대에 관료 기관이 전시를 주관하는데 평가의 방점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게다가 아카데미 공식 미술전인 만큼 아카데미 회원에게만 출품 자격이 주어지고 심사제도가 있어서 이를 통과해야만 전시 공간이 배정되었습니다. 당시 작가에게 살롱이란 인생의 목표였고 수상될 경우 부와 명예까지 보장받았다고 합니다. 아무튼 이 살롱전은 19세기 말까지 수많은 인파와 화제를 몰고 온 최대 전시회였습니다.


1863년 살롱전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여 무려 5000점이 출품되었고 2783점이 낙선하였습니다. 살롱상은 알렉산드로 카브넬의 <비너스의 탄생>이 차지합니다. 심사가 편파적이라는 여론이 들끓었고 결국 나폴레옹 3세는 낙선작들을 모아 전시회를 열도록 허락합니다. 이것이 그 유명한 ‘낙선전’입니다. 


에두아르 마네 <풀밭 위의 점심식사> 1863년

이 전시회에 마네의 작품도 3점 포함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풀밭 위의 식사>로 잘 차려입은 두 남성과 누드의 여성이 공원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장면입니다. 이 그림 앞에 선 관객은 경악했습니다. 우아한 비너스가 아닌 벌거벗은 매춘부가 그것도 공공장소인 공원에서 두 신사 사이에 당당하게 앉아 있다니 분노가 치밀어 오른 것입니다. 게다가 관객을 노려보고 있는 것 아닙니까? 확실히 여성의 시선은 도도하고 도전적입니다. 그래서 관객은 불편한 것이고 이런 종류의 모델은 충격인 것이지요.


이쯤에서 우리는 긴긴 세월 회화를 장악해 온 <비너스>라는 소재에 대하여 생각해 봐야 합니다. <비너스>를 통하여 확인되는 강요에 가까운 규범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움과 우아함이지요. 이는 지금까지도 통용되고 자주 복사되는 주제요 소재입니다. 이유는 잘 팔리기 때문이겠지요. <비너스>는 영원한 베스트셀러인가 봅니다. 


 1863년의 수상작 역시 일반적인 규범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미술이 역사적으로 장식의 기능을 잃어버린 때는 거의 없다고 볼 때 상층 중간계급인 미술 애호가들에게 이만한 그림, 다시 말해서 장식품으로 이만한 것이 없었다는 의미입니다. 


살롱전은 전통과 규범에 충실한 아카데미 화풍을 장려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마네 그림이 낙선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2년 뒤 마네는 또다시 살롱전에 출품합니다. 역시 같은 모델이 등장합니다. 제목은 <올랭피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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