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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차 Jun 10. 2024

왼손용 마우스를 사다

오른손잡이 개발자의 왼손잡이 도전기

오늘의 소비 요약


총 사용비용 : 약 1.5만 원

가성비 3.5/5

재구매 의사 2/5

좋았던 점 : 손목을 보호할 수 있다.

아쉬웠던 점 : 좌우휠이 안된다. 충전식이 아니라 건전지가 필요하다.


나는 4년 차 개발자이다. 하루에 못해도 100번의 클릭을 한다. 회사에서는 지급한 마우스를 사용한다. 퇴근하고도 노트북을 만질 때가 많은데, 이때는 맥북의 트랙 패드를 주로 쓴다.


얼마 전부터 취미로 로직을 배우기 시작했다. 트랙패드로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매직마우스를 구매했다. 트랙패드로는 어려웠던 작업이 가능했다. 게다가 트랙패드 제스처를 대부분 사용할 수 있었다. 매직마우스에 무척 만족하며 한 달 정도 사용했다.

딱 한 가지 단점이 있었다. 조금만 사용해도 손목이 아프다는 점이었다. 마우스의 영향 탓인지 어느 날부터 손목이 시큰대기 시작했다. 요 근래 손목을 많이 써서 며칠 쉬면 나아질 줄 알았다. 아픈 줄 알고도 2주를 방치한 셈이다.


하루는 마우스를 딱 잡았는데 중지, 약지, 소지가 너무 저렸다. 아침에 오른손을 침대에 짚고 일어나려고 하면 ‘악!’ 하는 비명이 절로 나왔었다. 문제가 있음을 깨닫고 정형외과를 방문했다. 손목 삼각 섬유연골 파열이란다.


의사는 꽤나 심각하게 앞으로 손목 기능이 100퍼센트로 돌아오지는 못할 거라 말했다. 영영 돌아올 수 없다고 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슬픈 건지 아쉬운 건지. 그동안 내 손목을 너무 혹사시켰나 보다. 오른손을 가능하면 쓰지 말라고 권유했다.



평소에 손목을 언제 쓰는지 생각해 봤다. 깊게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의식하니 손목을 쓰는 일이 많았다. 앉았다 일어날 때 꼭 손목을 짚고 일어났다. 일을 할 때도, 운동을 할 때도 손목에 부하가 갔다. 그때 요가원을 다니고 있었는데, 손목으로 몸을 지지하는 동작이 많았다. 돌이켜보면 수업이 끝나고 손목이 아파서 선생님과 상담한 적이 있을 정도였다

.

일할 때도 손목을 많이 사용했다. 특히 클릭을 할 때 오른 손목에 무리가 가는 듯했다. 그렇다고 일을 안 하고 살 순 없었다. ‘오른손이 100퍼센트의 기능을 못한다면, 왼손을 발달시켜야지 ‘ 다짐했다.


손이 두 개라서 얼마나 다행인가. 양손잡이라니 꽤 멋있지 않은가. 당장 왼손용 버티컬 마우스를 샀다. 오른손용 마우스보다 종류가 한정적이고 가격대도 다양하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살면서 왼손으로 마우스 쓰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왼손잡이가 생물학적으로 조금만 생기는 걸까? 아니면 획일화된 사회에 맞춰서 모두 오른손을 쓰게 되었을까? 그것도 아니면 마우스만은 오른손으로 하는 게 모두에게 편한 걸까? 의문이 들었다.


 왼손으로 마우스를 쓰니 조준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원하는 곳까지 마우스를 가져가는데 힘 조절이 불가능했다. 겨우 마우스 하나 바꿨을 뿐인데, 손목 빼고 모든 곳이 결리고 아팠다. 목, 어깨 심지어 등까지! 손이 묶인 것처럼 너무 답답했다. 성격이 안 좋아지는 것 같다. 명상하듯이 차분히 마음을 먹어야 사용할 수 있었다. 손목을 아끼려고 시작했는데 인내심이 늘어간다.

그래도 도저히 왼손으로 할 수 없는 것들이 있었다. 그럴 땐 왼손은 버티컬 마우스, 오른손 매직마우스를 사용한다다.



이번에 구매한 마우스를 매직 마우스와 비교하면 가성비 면에서 훌륭하다. 또 손목 건강에도 더 좋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의 한계인지 좌우 휠 기능이 안 된다. 충전식이 아니라 건전지를 같이 사야 한다. 만약 다시 구매한다면 가격을 더 주고서라도 좌우 휠이 되는 충전식 마우스를 살 것이다.

다음 마우스를 살 때까지 내가 왼손 마우스를 쓰고 있을까?   


내 건강인데 너무 둔하게 굴었나 보다.

나는 꼭 잃어야만 소중함을 안다. 어리석게도.

지금 내가 가진 것들을 돌아보고 소중히 여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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