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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차 May 27. 2024

월급을 몽땅 쓰면 큰일이 날까?

 써야. 돈이지


짠순이였던 내가 월급을 다 쓰기로 결심한 이유


어린 시절 나의 부모님은 절약이 몸에 배어있었다. 어머니는 우유 하나를 살 때도 동네 마트 이곳저곳 가격비교를 했다. 사치라곤 부리는 법이 없었다. 옷은 보풀이 일어날 때까지 입으셨다. 보고 배우는 게 무섭다. 어머니의 영향으로 나도 무엇인가 사달라 떼쓸 줄 모르는 아이였다. 그래서 학창 시절에 내 가방은 딱 두 개였다. 중학생 때 하나, 고등학생 때 하나. 돈을 헤프게 쓰면 나쁘고, 무조건 절약해야 한다는 인식이 내 머릿속에 강하게 박혔다. ‘취직하면 돈을 열심히 모아야지' 다짐했다. 돈 관리에 대한 기대도 있었다. 막연히 돈이 많으면 좋을 것 같았다. 내 힘으로 돈을 벌게 되면 어떻게 관리할지 미리 고민해보기도 했었다.


대학 졸업 후 원하던 기업에 입사했다. 처음으로 받아보는 큰돈을 관리할 생각에 신나기도 했다. 유튜브를 보고 책을 읽으며 '돈 모으는 법'에 대해 열심히 공부했다.




초반에는 전문가가 권하는 대로 자산을 배분했다. 책과 유튜브에서 입을 모아 시드머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드머니를 모으기 위해 절약했다. 먹고 싶은 음식은 세 번은 참아봤다. 사고 싶은 물건은 없으면 안 될 때만 샀다. 아낀 돈을 저축했다. 나의 연봉은 적지 않은 편이었지만 어린 시절 강하게 박힌 인식 때문인지 늘 부족하게 살았다. 그게 익숙했다.

이때 돈 관리는 유튜브를 보고 기계적으로 따라 했다. 중간중간 통장에 쌓인 잔액을 보며 '내 돈의 스노볼이 너무 천천히 굴러가네..?' 하는 생각도 했지만, 일단 따라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돈에 대한 이해가 쌓였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한 몫했다. 내가 찾아보지 않아도 관련 영상을 끊임없이 추천해 줬다. 덕분에 필요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었다. 2년 정도 돈 관리를 하며 나는 깨달았다. 마냥 절약해서 돈을 모으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점. 가치 있는 자산을 사고 늘려가야 한다는 점.

돈은 아주 좁은 의미의 자산이고, 자산은 여러 가지 형태임을 알게 되었다.




2021년부터 가상화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나는 탈 중앙화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관련된 정보들을 찾아보며 비트코인이 화폐로서 역할을 해낼 수 있다 판단했다. 그때부터 매달 월급 일정 부분을 코인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때 나는 '돈이 곧 자산'이라는 틀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코인 하락폭이 커져 삶을 비관한 자의 죽음이 보도된 날이었다.

아버지에게 전화가 왔다. "너도 코인 한다더니, 많이 떨어진 거 아니냐?. 당장 팔아. 위험해"

아버지의 걱정이 무색하게 나는 코인 가격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돈을 불리고 싶었다기보다, 비트코인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일종의 소유욕이었다. 탈 중앙화가 현실이 된다면 비트코인은 꼭 필요한 자산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가격의 등락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코인을 모으면서 그저 코인을 소유한 사람이 되어서 기뻤다.


2024년 반감기가 도래하며 비트코인 불장이 시작되었다. 내 자산의 가치도 나날이 상승했다. 그런데 전혀 기쁘지 않았다. 오히려 허무함이 몰려왔다. 이유를 찾지 못했다. '내가 진짜 원했던 게 아닌가?'. 갑자기 길을 잃은 기분이 들었다. 미친 듯이 오르는 물가에 '지금 당장 돈을 써버리는 게 더 가치 있는 일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내 '월급을 다 쓰면 나중에 굶어 죽을까? 그냥 다 써버리면 안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소비나 낭비를 하겠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지금 돈의 가치를 느껴보고 싶었다.

돈은 쓰지 않고 가지고 있을 땐, 종이(지금은 디지털 상의 숫자)에 불과하다. 쓸 때 비로소 가치가 생긴다.

진짜 필요하고, 가치 있는 곳에 과감히 돈을 써보면 어떨까.


나는 결심했다.

딱 일 년만 내가 버는 돈을 다 써보자. 나만의 가치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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